남극점 기지

남극점 기지에 머물다 보니, 기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화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겨울의 남극점기지는 외부온도가 최하 80도 까지 떨어지니, 화재가 발행한다면 외부로 나가야 하고, 그것은 곧 죽음(凍死)을 의미한다.

기름 한 통에 1200만원 하는 아문젠 스캇 남극점 기지

연료 또한 남극점에 생명 같은 존재이다. 기지 내에 난방을 못한다면, 영하30도의 여름에는 체온으로 견딜 수 있지만, 영하 6-80도의 겨울에는 수시간 수십 분 내로 사망할 수 있다. 그래서 남극점의 기름 한 통(1배럴)은 만 달러라고 한다.
(100 달러 짜리 기름 한 통을 만 달러던, 십만 달러던 결국은 수요와 공급, 장소, 유통 인프라를 고려한 공급자가 생명을 담보로 결정하는 가격이니, 배럴당 10만 달러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남극점에서 기름을 팔고, 사는 사람은 없다.)
현재 남극점기지의 모양은 E 형태, 또는 말발굽 두 개를 놓은 형태이며, 바로 옆에 위치한 이전 기지는 돔 형태를 하고 있다. 기지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위치에 남극점을 표시하는 Pole Marker는 남극협약에 참여한 국가의 국기 속에 둘러 싸여 있다. 가까이 과학 시설과 빙하 위에 표시된 활주로가 있는데 남극 로즈 아일랜드에 위치한 미 정부 남극연구센타인 맥머드 기지와 연결된다.
한 달 동안 남극에 머물면서, 7-8킬로그램의 몸무게가 줄었는데, 남극기지에서의 생활은 여름 한철 15주 동안 머물면 20킬로 가량이 빠진다고 한다. 물을 만드는 과정도 연료와 직결되니, 1주일에 2회의 샤워만 허용된다.

1957년 설립된 남극점 첫 번째 기지와
1975년 설립된 두 번째 기지는 얼음 속에 묻혀있다.

여름 평균기온 영하 30도 겨울 최하 영하 80도로 떨어지는 지구상 가장 춥고 최남단 남극점에 1956년10월31일, 미국국적 비행기가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착륙한다. 비행사 Conrad ‘Gus’ Shinn은 Que Sera Sera라 불리는 그의 Navy R4D(DC-3의 군용버전)를 착륙시키고 George Dufek장군과 5명의 해군을 이끌고 지속적인 과학 베이스 설립을 위한 지역조사를 한다. 미해군의 건설작업은 다음 달 바로 시작되었고 1957년 2월 남극점 첫 번째 기지가 설립된다.
해군장교 중위 John Tuck과 또 다른 리더였던 과학자 Paul Siple이 이끄는 18명의 팀이 브라보 라고 불리는 말라뮤트허스키 견과 함께 남극점에서의 첫 번째 겨울을 보낸다

  ▶ 기지투어를 안내하는 폴리스(극점에 머무는 사람들)

Photo by Youngbok Jang  

강우량으로 볼 때 남극은 지구상 가장 큰 사막이라고 한다. 남극점은 평균 1년 30cm 눈이 쌓이고 미약한 30cm 의 강설량도 남극점 기지를 1-20 년 내에 눈 속으로 삼키고 만다. 지름 50m, 높이 15m의 은회색 알루미늄 돔 형태로 돔이라고 불리는 두 번째 남극점 기지는 4년간 공사로 1975년에 완성된다.
식사, 실험, 여가시설을 운영하는 3동의 이층건물 (롯데월드처럼 집 속의 집 형태) 을 감싸고 있어, 남극의 세찬 바람으로부터 건물과 기지사람들을 보호한다. 30여 년간 쌓인 눈으로 첫 번째 기지처럼 돔도 눈 속에 파묻혀 2000년 중반 까지 운영되었다. (미국정부는 돔 기지를 해체하고 미국 서부 샌디에고로 옮겨 다시 조립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 이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남극점 세 번째 기지는
건물전체를 들어올리는 리프트 기능이 있다.

두 번째 기지인 돔은 남극의 척박한 환경에서 힘들게 버텼다. 얼음에 파묻힌 압력에 의해 돔기지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종종 있는 정전과 연료누출이 기지의 안전을 위협했다. 이 모든 문제들로 인해 미국 정부는 다시 6129-sq-m (1857평)의 새로운 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남극점 기지의 건설과 운영은 남극 로즈섬 에 있는 미국 남극연구 센타인 Mcmurdo 기지에서 주관 헸고, 모든 자제와 인력 수송은 항공으로 이루어 졌는데, 하루 평균 7-8회 등 수백 회의 항공운항과 수많은 인력과 1억6천이백만 달러를 투입하여 2008년 남극점 세 번째 기지를 공식 오픈 하였다.

모든 자제와 인력은 캘리포니아- 뉴질랜드 크라이스쳐치-맥머드-남극점 으로 이어지고, 여름에는 최고 300여명이 겨울에는 기지운영을 할 50여명이 거주한다. 남극의 인구는 여름 5000여명, 겨울 1000여명 이라고 하는데, 맥머드 기지에만 2000여명이 거주한다고 하니, 남극인구의 절반이 미국인이 되고, 그 영향력 또한 미국적이다.

새로운 기지는 건물 기둥에 리프트를 장착하여, 건물 높이만큼 올릴 수 있어 기존기지보다 2배 사용이 가능하나, 몇 십 년 안에 1억 6천만 달러의 기지도 눈 속으로 파묻히는 운명이 된다. 두 개의 회색 빛 나는 파란 말발굽 모양의 기지는 유연한 통로로 연결되어 있고, 두 개의 모듈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의 모듈은 거주지역과 식사시설, 바(Bar), 병원, 세탁실, 상점, 우체국, 온실(미래적이며 우주 정거장의 느낌이 나는 이 기지에서 사실 이 온실은 공공연하게 ‘식량 생성실’로 알려져 있으나 규모도 작고, 초록식물을 의미하고 사색하는 공간 정도로 생각이 든다.) 등이 있고, 다른 모듈은 사무실로 실험실, 컴퓨터실, 통화실, 비상 동력실, 컨퍼런스룸, 음악연습실, 도서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기지의 온실

 ▶ 남극점 우체국, 여행자는 발송도장은 찍을수 있지만,
  발송 할 수는 없다.

이 새로운 기지의 창문은 3중 유리로 되어있고, 출입구는 압축된 판넬 위에 스테인레스강 을 입힌 200kg 문이 있다. 한쪽 끝에는 ‘비어 캔’이라 불리는 4층 높이의 알루미늄 타워가 있는데 화물 엘리베이터, 공급처리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광전지 패널은 24시간 지속되는 여름 태양의 덕을 톡톡히 본다.

남극점 과학시설

남극의 모든 기지와 같이, 남극점에 있는 과학시설 대부분은 연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인 때문에 방문객의 접근이 제한되어있다. 다른 연구실들 또한 권한이 없는 방문객으로 인해 기계장치가 오염되거나 관련 내용이 변경될 수 있어 방문객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극점에서 이루어지는 최첨단 과학 연구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많은 연구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의 점점 얇아지는 오존층에서 생겨나는 오존구멍이다. Clean Air Sector에 위치한 바람을 관찰하는 대기조사기상대(Atmospheric Research Observatory, ARO)의 과학자들은 오염에 대해 연구하고 이것이 지구에 어떻게 퍼지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지구상 가장 깨끗한 공기를 연구하고 있다. 이 기상대의 또 다른 팀은 매 봄마다 광선레이다를 사용하여 오존 소멸의 기초역할을 하는 성층권의 구름형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남극점은 남극권의 높은 고도와 얇고 건조한 대기로 인해 세계 천문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구회전의 원심력은 양 극의 대기를 납작하게 하고 이 곳의 극적인 추위는 수증기를 공기 중에서 얼어붙게 만든다. 천문학적 장비들은 기지에서 약 1km 떨어진 Dark Sector라 불리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이 곳에서는 연구의 방해를 막기 위해 불필요한 불빛이나 열, 전자기적 복사가 금지되어 있다.

2007년 2월에는 1900만달러를 들여 Dark Sector Laboratory에 8m 길이의 남극 망원경(SPT)을 들여와 ‘first light’이라고 불리는 큰 업적을 쌓았다(광선이 망원경의 모든 부속에 포착되면 그 즉시 빛의 운용이 가능해진다). 이 남극망원경은 우주 팽창화를 가속시키는 ‘Dark energy’라고 불리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를 찾고 있다. 또한 Dark Sector 안에는 미국의 남극 천체물리학의 시초였던 이의 이름을 딴 Martin A Pomerantz Observatory(MAPO)라고 불리는 2층 높이의 고가 구조물이 있다.
가까이에는 IcedCube 라는 관측소가 있는데, 이는 뉴트리노 라고 불리는 우주 미립자를 남극점 빙하 속에서 찿는 2억7천 달러짜리 관측소 이다. 뉴트리노는 원자보다 작은 우주의 미립자로 은하계의 빛, 별들의 폭발, 초신성의 빛을 만드는 파워의 원천으로, 고 에너지 미립자이다. 수 천년, 수십 만년간 싸인 남극점의 빙하는 투명한 상태로 뉴트리노를 보관하는 훌륭한 창고 역할을 하고 이를 발견하고 연구하는 것이 관측소의 목적이다 (남극점에서 우주와 에너지를 연구 한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 우주 미립자를 찿기위해 2450미터의 구멍을 80여개
  타공 하였다.

 ▶ 윈슨콘신 대학교 연구직원의 모습

이 연구는 남극의 빙하를 지경 40cm 정도 크기로 2450미터를 열 쇄빙기로 타공하고 그 안에 광전자 배증관 이라 불리는 60개의 배구공만한 기구들을 긴 줄에 설치하여 원자와 작용하는 고에너지 원자구성입자 뉴트리노를 찿는 것이다. 현재 80여 개의 구멍에 4800개의 광전자 배증관을 설치 하였다. 뉴트리노는 광전자배증관에 포착되면, 푸른 빛을 깜박거린다고 한다. (구멍을 쳐다보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인데, 빠진다면, 남극점 빙하속 2450미터 아래 수 천만년 보관될 최고의(?) 무덤이 되지 않을까)

South Pole remote Earth Science and seismological Observatory(SPRESSO)는 지진학 연구소로, 기지에서 8km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 전세계 지진(또한 지하 핵폭발) 관측을 위해 지표면 300m아래에 장비를 설치하였다. 이 곳에서는 소음을 내거나 다른 환경을 방해할 수 있는 활동이 금지 되어있다. 남극대륙은 지진학적으로 매우 조용하고 지진계들은 매우 섬세한데 과거 감지 가능하였던 진동보다 네 배나 약한 진동들도 관측해낼 수 있다

남극점기지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아문젠 스캇 남극점기지가 미국의 과시용, 남극의 헤게모니란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수 많은 과학시설과 54년 전에 이미 남극점에 기지를 세운 미국을 다시 생각해 보게도 되었다.

  ▶ 남극점 제2기지, 눈속에 묻혔고, 샌디에고에 전시될 예정이다.

Photo by Youngbok Jang  

글·사진 장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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