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루판
사막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투루판은 실크로드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도시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사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곳으로 해수면보다 280m나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투루판은 북서쪽은 우루무치, 남서쪽은 카스, 남동쪽은 란저우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로 예로부터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 중 하나로 발전해 왔다.
서역으로 가는 관문, 투루판
앞에서도 말했듯이 투루판은 이스라엘 사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표가 낮은 지역이라 여름에는 기온이 50도에 달할 정도로 덥고, 겨울에는 엄청난 추위가 몰아닥치는 도시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투루판은 중국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가 수확되는 도시이자 포도주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실제로 여름에 방문하면 가로수가 포도나무일 정도로 포도가 많이 자라는 도시이다.
투루판을 대표하는 유적인 자오허성과 가오창성
투루판은 실크로드에서 볼거리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한 곳이지만 대부분의 유적들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서 돌아보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 투루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적은 자오허 고성(교하고성)과 가오창성(고창성)이다. 시내에서 서쪽으로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교하 지역은 기원전 108~AD450년 까지 차사국의 수도였다. 자오허고성은 지연적으로 형성된 강의 중간 지점의 가파른 절벽에 지어진 성으로 원래 궁전과 관청, 주거지 등이 있었는데 모두 부서지고 지금은 유적 터만 남아 있다. 당나라 시대의 기록에 따르면 전성기 때 6천 5백 명의 인구가 살았다고 하는데, 당시 장안의 인구가 20만 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으니 변방의 도시치고는 꽤 큰 편이었다. 자오허고성은 14세기 몽골군의 침입으로 대부분 파괴됐지만, 당나라 시대 때 건축된 몇몇 건물이 10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자오허고성에서 45km 정도 떨어진 들판에 놓여 있는 가오창고성은 고대 가오창(고창)국의 수도로, 현장법사가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갈 때 잠시 머물며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했던 곳이다. 9세기 중엽, 위구르족이 고성으로 이주한 뒤, 외성과 내성을 쌓아 왕성의 규모를 확대했지만 역시 14세기 몽골의 침입으로 왕국은 멸망했다. 아쉽게도 가오창고성의 유적들은 대부분 파괴되었거나 풍화되어 겨우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
서유기의 무대인 화염산과 베제크리크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투루판은 소설 ‘서유기’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은 투루판에 이르러 사막의 무더위에 고생을 하면서도 불경을 찾아 떠난 천축으로의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서유기’의 무대가 되었던 곳은 베제크리크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화염산이다. 햇빛을 받으면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이 바로 이곳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산은 지표의 온도가 80도에 달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다.
화염산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베제크리크 천불동 계곡이 나온다. ‘베제크리크’는 위구르어로 ‘장식된 집’이란 뜻으로 계곡 곳곳에 위치한 동굴 내에 화려한 벽화와 불상 등이 조각되어 있다. 원래 베제크리크 동굴은 둔황의 막고굴에 버금 갈 정도로 큰 규모였으나 14세기 이슬람 제국의 침략과 근대들어 외국의 탐험가들이 벽화와 불상을 무분별하게 떼어 나가 훼손상태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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