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과 북극점 여행의 선물 [여행신문 제1514호 2013년 2월 25일]
작성자 : 이수현      작성일 : 2013/02/27      조회수 :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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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복 칼럼] 남극점과 북극점 여행의 선물

장영복
신발끈여행사 대표
youngbokjang@gmail.com


“간밤에 북극점이 노르웨이로 움직여서 러시아 비행기로 갈 수가 없대.”
아내가 의아해 하면서 나를 깨웠다.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시베리아의 카탕가에서 4일 밤을 기다렸는데, 우리가 착륙해야 할 북위 89도 바르네오 아이스에어포트가 러시아령에서 노르웨이령으로 움직인 것이다. 20년 넘게 수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움직이는 목적지라니.

북극은 육지인 남극과 다르게 바다에 떠 있는 엄청난 크기의 유빙이고, 크기는 대륙이지만 바다 위를 떠다니며 매일 이동하는 것이다. 스키로 북극점을 향해 가는 많은 탐험가들이 하루 종일 썰매를 끌고 20㎞를 전진했어도 GPS로 위치를 확인하면 그 사이에 북극이 뒤로 25킬로 이동해서 결국 5㎞를 후퇴한 셈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북극점 여행은 그 어느 곳보다도 일정대로 여행하기가 힘든 장소인 것 같다.

산모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다시 또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던가. 체감온도 영하 50도에서 50kg의 썰매를 끌며 하루 10시간씩 스키행군을 했던 남극점 여행의 고된 기억은 점차 망각됐고 다시 나를 그 추운 북극점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북극점 여행의 최적기는 4월이다. 1~2월 겨울은 너무나 춥고, 7~8월 여름은 빙하가 녹아버려 비행기나 헬리콥터 착륙이 불가능하다. 7~8월에는 얼음의 두께 얇아져 쇄빙선으로 북극을 가기도 하지만, 스키나 항공을 이용한 북극점 여행은 오직 4월 즈음의 한두 달 동안만 가능하다. 이번에는 결혼 15주년 기념으로 아내와 동행하기로 한 까닭에 스키로 북극점을 가려던 계획은 훗날을 위해 아껴두고 대신 항공과 헬리콥터를 이용 한 것이었다.

당시 참가비가 약 1만유로(지금은 약 2만유로)였고, 남극점 여행 경험과 여행사 대표임을 빌미로 1+1 에이전트 조건으로 서울-모스크바-크로야노스키-카탕가-시레기 아일랜드-바르네오 아이스 에어포트-북극점으로 가는 여정이 계획됐다. 카탕가까지는 순조로웠으나, 평소 계획대로 여행다니지 않는 내 취향을 알았을까. 이 ‘움직이는 여행지’는 마치 날 잡아보라는 듯 러시아에서 노르웨이로 도망가버렸다. 때문에 5일전에 출발했던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가 노르웨이 영공 허가가 난 다른 전세기로 바르네오 포트에 도착을 하고, 다시 헬리콥터로 이동을 해야 겨우 북극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빙하가 깨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세 번의 조심스런 착륙 시도 끝에 드디어 북극점에 내려 앉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북극점을 보고 아내는 “대관령 같아“라고 말했다. 북극점을 방문한 최초의 한국여성치고는 참으로 ‘쿨한’ 감회를 내뱉었지만, 내게는 아내와 함께한 북극점도 남극점만큼이나 벅찬 환희의 순간이었다.

이로써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곳(남위90도)에 서보았고, 지구상의 가장 높은 곳(북위90도)에도 작은 발자국을 남기게 됐다. 1년 전 스키로 무거운 짐을 끌고 칼바람을 헤치며 남극점을 향해 가던 고된 순간들이 1년 후 지구 반대편에서의 행복한 순간을 맞기 위한 과정이었고, 가장 낮은 곳에 가 보았기에 가장 높은 곳 또한 꿈꾸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구 밑바닥(남위 90도)을 향해 가는 도중 한 달이 넘도록 목욕은 고사하고 세수조차 하지 못했다. 10kg 넘게 체중이 빠졌으며, 코 한쪽에는 동상을 입기도 하며 밑바닥을 경험해 봤지만 지구 꼭대기(북위 90도)를 향한 이번 여행에서는 항공과 헬리콥터로 연결된 편안한 일정 속에서 아내와 함께 결혼 15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리의 세상살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밑바닥을 경험해본 이가 최고의 위치에 섰을 때, 그 순간이 주는 느낌과 의미를 누구보다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 살아가며 어려운 순간들을 맞이하게 될 모든 이들이 이처럼 단순한 이치를 떠올리며 의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고통이 훗날의 환희와 보람을 증폭시켜 줄 촉매제라는 사실을.


*1988년 1년간 아시아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북극점 여행과 남극점 스키여행까지 세계 여행지를 두루 섭렵했다. 1991년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 신발끈을 설립했고, 1992년 홍익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론리플래닛 한국총판도 함께 맡고 있다.


여행신문 tkt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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