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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 기관차 ‘토이 트레인’을 타고 가는 시간 여행

c.pixabay.com/suketdedhia

다즐링 히말라야 철도(Darjeeling Himalayan Railway)는 1999년부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 철도는 궤도 폭이 2피트(60.86cm)다. 표준적인 철도 궤도 폭(143.5cm)보다 작아서 당연히 이 위를 달리는 기차도 작다. 그래서 ‘장난감 기차’(Toy Train)라는 애칭으로 불리지만 우리가 놀이 공원에서 보는 그런 장난감 기차가 아니다.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육중한 증기기관차다. 1881년에 첫 운행을 한 증기기관차가 기적을 울리고, 하얀 연기를 솟구치면서 달리면 1,2백 년 전으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이 된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다르질링, 토이 트레인 증기기관차”
이 장난감 열차가 다르질링에서 출발해 굼까지 가는데 2시간이 걸린다. 이 구간을 증기기관차와 디젤 엔진 열차가 번갈아 가면서 운행하는데 이왕이면 증기기관차를 타는 것이 낭만적이다.
기차는 지네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철도를 따라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창밖으로는 드넓은 들판이나 계곡이 아닌 낡은 건물, 가겟집, 자동차들이 다니는 도로가 펼쳐진다. 증기기관차는 엔진 차와 두량의 객차로 이루어져 있어서 기차가 휘어져 달릴 때면 앞부분이 다 보인다. 가끔 기차가 뽁뽁 소리를 내면서 연기를 뿜어낼 때면 가슴이 뛰면서 동심으로 돌아간다. 다즐링은 안개가 많은 지역이다. 안개 속을 달리며 기차안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풍경은 매우 낭만적이다.

“동화속을 여행하는 듯한 토이 트레인”
기차는 ‘바타시아 루프’에 잠시 정차한다. 이곳에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다르질링 지역의 인도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야외 전쟁 기념관이 있다. 또한 다르질링에서 가장 높은 지점 중의 하나로 여러 개의 식당과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 잠시 차를 마시는 동안 기관사는 엔진 뚜껑을 열고 시뻘건 화로 안에 석탄을 넣는다. 이것도 볼거리여서 모두들 사진을 찍는다. 요즘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인도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다는 ‘굼역’에 도착한다. 안개라도 끼고 빗방울이라도 뿌려지면 모든 것이 환상적으로 보이고 100년 전 혹은 옛날 흑백 영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시 다르질링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둠이라도 깔리면 가슴이 촉촉해진다. 비를 타고 추적추적 짙은 어둠이 내려앉고, 다르질링 계곡의 집들이 뿜어내는 빛이 구름에 가린 별들처럼 희미하게 반짝거린다. 창밖의 좁은 도로변에 늘어선 작은 가게, 식당, 찻집, 문구점들이 스쳐 지나가고 무심한 행인들이 보인다.
그런 풍경을 보노라면 문득 세상이 장난감 세계로 보인다. 무쇠 덩어리 기차도, 철로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기차 안에 탄 승객들도 모두 장남감 세계에서 유희처럼 보이는 순간, 부연 안개와 비와 어둠 속에 펼쳐진 세상이 따스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늦은 오후, 다르질링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왕복 2시간 동안 여행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