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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 하이킹

c.unsplash.com/Artem Labunsky

시나이 반도는 기원전 13세기경 모세가 유대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머물렀던 광야다. 남한 면적의 절반 크기인 시나이 반도에는 날카롭게 치솟은 산맥들이 가득한데, 그 중에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이 있다. ‘시나이’란 말은 원래 셈족의 언어로 ‘이빨’을 뜻하는 ‘신(Sin)’에서 유래하였는데, 황량한 벌판의 뾰족한 산맥들이 정말 이빨을 닮았다. 시나이산의 정상을 올라가는 것은 단순한 하이킹이 아니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의미있는 하이킹이다.

“‘모세야, 신발을 벗어라’, 그 땅 위에 세워진 성 카타리나 수도원”

시나이산 기슭에는 성 카타리나 수도원이 있다. 서기 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는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를 보며 “모세야, 신발을 벗어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라”라는 여호와의 말을 들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주장하며 조그만 예배당을 지었다. 그 후 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기독교 수도사들이 정착했는데, 근처에 살던 유목민 베드윈족의 공격으로 막심한 피해를 당했다. 이에 수도사들은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에게 구원을 청했고, 황제는 요새처럼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수도원을 548∼565년에 세웠다. 이 교회가 성 카타리나 수도원으로 불리게 된 것은 11세기 이후부터다. 성 카타리나는 4세기 초에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는데 시와 철학, 수학, 언어, 논리학, 수사학 등에 통달했다. 그녀가 예수를 믿게 된 것은 시리아 출신의 어느 수도승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당시 기독교가 박해를 당하고 있었는데도 독실한 신도가 되었고 우상 앞에 제물을 바치는 로마 황제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황제는 50명의 현인을 보내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그들이 설득당했다. 그녀는 칼날이 붙은 네 개의 바퀴에 매달아 앞뒤 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돌면 육신이 산산조각 나는 형벌을 받았으나 신의 도움으로 바퀴가 헛돌았다고 한다. 마침내 그녀는 305년 11월 25일 목이 베어졌는데 그 상처에서 붉은 피가 아닌 뽀얀 우유가 뿜어져 나왔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후인, 9세기 초에 시나이산 근교에서 수도하던 어느 수도사가 빛에 휩싸인 그녀의 시신이 천사에 의해 성 카타리나 산(시나이산 근처) 정상에 옮겨지는 환상을 보게 된다. 다음날 그곳에 올라간 수도사는 썩지 않은 채 향내를 풍기는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금으로 만든 관에 넣어 수도원 예배당에 안장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 이야기가 유럽에 전해지면서 이곳은 성 카타리나 수도원으로 알려졌고 수많은 순례자들이 줄을 이었다.
이곳에는 모세가 보았다는 ‘불타는 떨기나무’도 보존되어 있는데, 원래 떨기나무는 성 카타리나 수도원 안에 있는 ‘불타는 떨기나무 예배당(The Chapel of Burning Bush)’ 중심에 있었지만, 예배당을 지으면서 밖으로 옮겨져 지금은 바깥벽 쪽에 있다. 성경에는 떨기나무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실제는 덩굴나무처럼 보이는데, 과연 이것이 약 3300년 전에 모세가 목격한 나무일까?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빈약해 보이는 이 나무는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전해지지만, 1216년 이곳을 방문했던 독일인 여행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미 꺾어 가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 수도원에는 타계한 수도승들의 납골당도 있어 수많은 전설, 신화와 함께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 산 정상으로 가는 길”

방문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장 보이는 것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이다. 모세산이라고도 불리고, 현지인들은 ‘게벨 무사’라고도 부르는데 이 산은 성 카타리나 수도원 뒤쪽에 솟아 있다. 해발 2285m로 매우 가파른데 산정으로 오르는 길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1400년 동안 수도사들이 닦아 놓은 돌계단 길이다. 회개의 계단이라고도 부르는데 고행을 하기 위해 성 카타리나 수도사 중 한 명이 만든 이 길은 거칠게 깎은 3750개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가파르고 직선적인 길이다. 주변의 울퉁불퉁한 거친 산들을 바라보면 오르는 길이다. 엘리야 분지까지 3000개의 계단이고 마지막 계단은 바위를 깎아서 만든 거친 계단이다. 엘리야 분지는 예언자 엘리야가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전해지는 장소로 작은 예배당이 있다.
두 번 째는 낙타 트레일(Camel Trail)로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넓은 길을 낙타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쉬운 방법으로 트레일의 기점은 산기슭에 있는 성 카타리나 수도원 바로 앞이며 엘리야 분지까지 온다. 거기서 내려 정상까지 75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두 방법 모두 올라오는데 2, 3시간 정도 걸린다.
세 번째 방법은 와디 아르베인 트레일(Wadi Arbain Trail)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며 출발점은 성 카테리나 수도원 뒤의 샘물이 흐르는 와디(계곡)에서 시작하지만 더 많은 유적지를 방문하는 길이다. 알 밀가 (Al Milga) 마을 뒤에 있는 와디 알 아르베인(Wadi Al Arbain)에서 시작하여 6세기 40인의 순교자 수도원과 모세의 바위(모세가 지팡이로 물을 쳤을 때 기적적으로 식수가 나온 바위)를 지난다. 이 길은 시나이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연결이 되고 엘리야 분지에서 다른 길들과 만난다.

세 가지 방법은 모두 가이드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일출 전에 컴컴한 길을 가다 보면 길을 잀ㅎ을수가 있다. 올라가는 도중에 차와 청량 음료를 판매하는 매점들이 있다. 정상 부근에는 추위에 대비하기 위한 담요를 빌려주는 상인들도 있다. 대개 이곳은 일출을 보러 올라가기에 새벽부터 출발하고 정상에 오르면 거친 바람과 함께 추위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성스러운 시나이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

드디어 정상에 오르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거친 암산들이 발밑으로 펼쳐진다. 정상에서 맞는 새벽의 사막 바람은 몹시 차다. 그러나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아침 해가 떠오를 때쯤이면 기독교 순례자들은 감격에 젖어 예배하고 찬송가를 부른다. 이곳에는 작은 기독교 예배당뿐 아니라 이슬람 모스크도 그 맞은편에 있는데 이슬람교인들에게도 모세는 예언자며 이곳이 성지이기 때문이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시나이산의 황량하면서도 장엄한 풍경 앞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 성스러운 기운이 솟구친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위산들과 태양이 그렇게 만든다. 경외감이 절로 우러나오는 산이다. 새벽 하늘에서 부서지는 별을 바라보고, 정상에서 일출을 보면 새로운 세상을 맞는 기분이 든다.

“신의 음성일까? 악마의 소리일까?”

성 카테리나 사원에서 자든, 근처의 호텔에서 자든 밤이 되면 어디선가 삐걱삐걱 울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온다. 바위 산에서 나는 암석의 파열음으로 예전부터 명상과 기도속에 골몰해 있던 수도승들은 이것을 신의 목소리로 들었고, 유목민 베드윈들은 악마 ‘진’의 목소리로 여겼다고 한다. 구약 성경에도 이곳에는 늘 번개와 뇌성이 쳤다고 기록되고 있다. 지금도 비를 동반하지 않는 번개와 뇌성이 잦다고 한다. 그런 것 경험한다면 이곳이 더욱 신비하게 다가올 것이다. 어떤 이들은 3300년 전, 낙뢰로 인해서 떨기나무에 불이 붙고 그걸 바라본 모세가 신비체험을 한 것은 아닐까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 옛날의 일들을 지금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더욱 신비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