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여행 공식 10 : 개인도 사회도 지금보다 좀 더 길게 여행 하는 것이 최고의 가성비이다.
개인도 사회도 지금보다 조금 더 길게 여행하는 것이 최고의 가성비입니다. 흔히 가성비를 따져 여러 호텔을 검색하고 항공권을 미리 확보하며 많은 에너지를 쓰지만, 정작 ‘짧은 여행’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면 우리는 이미 어느 나라 국민보다 가성비 낮은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패키지 여행 상품 중에는 ‘중남미 6개국 14일’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곤 합니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의 특성상 갈 때 1박 2일, 돌아올 때 시차로 인해 2박 3일이 소요됩니다. 14일 중 항공 이동 기간 4~5일을 빼면 결국 6개국을 9일 만에 여행하는 꼴이며, 국가당 여행 시간은 고작 1.5일에 불과합니다. 상품 가격이 2,000만 원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 나라당 거의 300만 원을 투자하고 단 1.5일을 머무는 것입니다. 공항 대기와 이동 시간, 호텔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 나라는커녕 한 도시를 하루 여행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정입니다.
이러한 ‘찍고 오기’식 여행 문화는 우리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3박 4일간의 태국 코사무이 워크숍 당시, 고생한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마련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도착하자마자 옆 섬인 ‘코팡간’은 안 가냐고 묻던 한 직원의 모습은 상징적입니다. 코사무이 3박 4일도 너무나 짧은 휴가인데, 그 안에서 휴양이나 액티비티를 즐기기보다 이미 코사무이를 ‘찍었으니’ 옆 섬까지 ‘찍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러한 형태는 우리와 비슷한 섬나라인 호주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집니다. 한국인의 평균 해외 체류 기간이 5~7일인 반면, 호주는 14~17일에 달합니다. 유럽이나 미주를 방문할 때 우리는 9~11일의 패키지를 이용하지만, 호주인들은 3~4주 이상의 장기 여행 프로그램을 선호합니다.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를 갈 때 우리가 3~4일의 짧은 일정을 택할 때, 그들은 발리나 피지에서 7~10일간의 충분한 휴양 여행을 합니다. 통계적으로도 대한민국 5,000만 국민 중 3,000만 명이 해외로 나가고, 호주는 2,850만 인구 중 연간 1,100만 명이 출국합니다. 즉, 우리의 해외 체류 기간은 호주의 절반 수준인데 출국자 수는 인구 대비 호주의 2배, 일본의 3배에 육박합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한국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일지 모르나, 개인적·국가적으로는 거대한 ‘구조적 낭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4년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 이전에는 일주일 휴가조차 기업의 억제로 인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많은 기본 3주의 휴가를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휴가를 쪼개서 자주 나가는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에게 손해라는 사실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여행의 진정한 가성비는 얼마나 많은 나라를 방문했느냐가 아니라, 한곳에 얼마나 깊게 머물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가성비 있는 여행을 위해 쏟는 수많은 검색과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제 ‘짧고 잦은 여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조금 더 길게, 그리고 더 깊게 여행하는 것만이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막고 여행의 본질을 찾는 최고의 가성비 여행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