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여행객은?
신발끈여행공식 12 : 궤도여행을 하려면 나스닥을 먼저 가야 하지만, 준 궤도여행은 직장인 도전도 가능하다.
일반 국제선 항공기가 비행하는 10km 상공을 넘어, 그보다 10배 높은 100km 상공의 ‘카르만 라인’에 도달하는 순간을 우리는 우주여행이라 부릅니다. 과학자들이 지구의 중력과 공기가 최소화된다고 정의한 이 신비로운 공간은 이제 국가적 미션을 수행하는 과학 탐사의 영역을 넘어, 민간인들이 막대한 자금을 지불하고 방문하는 새로운 여행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우주여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지구에서 100km 이상 올라가 대기권 국경만 살짝 맛보고 10분 정도 머물다 돌아오는 ‘준궤도 여행’과, 200km 이상 상승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승한 채 수일에서 수주간 머물며 지구를 수백 바퀴 도는 ‘궤도 여행’이 그것입니다. 민간 우주 비행이 본격화된 이후 스페이스X나 블루 오리진 같은 기업들의 상업 비행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우주 여행객의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인구 비례로 보면 국가당 단 한 명도 돌아가지 않는 극소수의 영역이며, 우리나라도 아직 ‘순수 민간 우주여행객’이라는 역사의 주인공은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우주보다는 접근이 쉽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가기 까다롭고 값비싼 여정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남극점 항공 여행'입니다. 6일 일정에 약 75,500달러가 소요되는데, 이를 2026년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1억 1300만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우주여행의 청구서는 이 남극점 여행보다 무려 10배에서 1,000배 가까이 무겁습니다. 버진 갤러틱의 준궤도 당일 투어는 75만달러로 약 11억원에 달하며,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17일간의 궤도 여행은 무려 5,500만 달러, 즉 약 759억 원이나 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금액은 놀랍게도 모두 1인당 비용입니다.
이 상상 초월의 시장을 처음 연 주인공은 2001년 4월,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였습니다. 그는 모스크바 근교 스타시티에서 수개월간 훈련을 견뎌낸 후,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 ISS에 도착해 8일간 체류하며 지구를 120바퀴 도는 최초의 민간 궤도 여행을 마쳤습니다. 당시 그가 민간 우주 여행사인 ‘스페이스 어드벤처’에 지불한 금액은 2,0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무려 약 276억 원이었습니다. 이후 우주를 향한 자산가들의 도전은 계속되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개발한 찰스 시모니는 2007년 첫 여행에 2,500만 달러(약 345억 원)를 지불한 데 이어, 2009년에는 1,000만 달러가 인상된 3,500만 달러(약 483억 원)를 내고 두 번째 우주 비행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의 여행을 위해 그가 지불한 금액은 총 828억 원으로, 한 개인이 기꺼이 지불한 비용치고는 실로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우주여행을 주관한 스페이스 어드벤처스의 창업자 마이크 맥도웰은 원래 남극 전문 여행사인 Quark Expedition 의 설립자였고, 남극점 탐험을 주관하는 ALE 파트너 오너 라는 사실입니다. 극한의 남극을 다루던 이들이 우주로 눈을 돌린 것은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남극의 혹독한 빙하 환경은 달이나 화성의 착륙 환경과 유사해 실제로 우주 실험이 이루어지며, 정부가 없는 고립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극 기지 대원들이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임무 교대를 하듯, 국제우주정거장 역시 6개월 단위로 우주인들을 교대시킵니다. 그리고 초기 민간 우주여행은 바로 이 우주인들의 정부 임무 교대선에 일시적으로 동승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008년 10월 스페이스 어드벤처의 여섯 번째 고객으로 우주를 다녀온 리차드 게리엇의 사례나, 러시아와의 항공 계약 연계로 참여한 말레이시아의 셰이크 무자파 슈코르, 그리고 한국의 이소연 박사 역시 이러한 궤적 속에서 움직였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들을 우주선 지휘관이나 엔지니어가 아닌, '우주비행 참가자(SFP, Space Flight Participant)'로 명확히 명명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소연 박사는 우주인 자격 논란과 250억 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우주선의 핵심 역할을 맡은 승무원이 아니었기에 '참가자'라는 자격 분류는 맞습니다. 다만 일본이 1995년 최초의 우주 승무원을 배출하고, 중국이 2003년 자체 개발한 선저우 5호로 우주 진입에 성공해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를 탄생시킨 것과 비교하면, 2008년 한국의 우주 단순 참여가 논란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당시 언론 또한 우주 과학의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우리도 우주를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중국의 양리웨이와 이소연 박사를 동급으로 보도하며 대중을 오도했습니다. 이 박사가 귀환 후 인터뷰에서 "우주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3,000여만 원을 지불했다"고 밝힌 일화는 우리가 철저한 '이용자'였음을 방증합니다. 당시 우주 유영 옵션 투어가 1,500만 달러(현재 환율 약 207억 원)에 판매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 우주국이 고액의 인프라 사용료를 청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IT가 발달한 대한민국이 참여하면 우주 인터넷 가격을 내릴 수 있다"던 당시의 발언은, 독점적 우주 인프라의 철저한 공급과 수요 법칙을 이해하지 못한 단순 참여자의 순진한 시각을 보여주는 단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1년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를 비롯한 수많은 자산가가 자비로 우주를 다녀왔지만, 우주여행사 고객 명단에 이소연 박사의 이름은 없습니다. 그녀는 국가 예산으로 다녀온 포괄적 의미의 '대한민국 최초 우주 비행 참가자'일 뿐, 순수한 우주여행가도, 독자적인 우주비행사도 아닙니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객’이라는 역사의 페이지는 앞으로 온전히 자신의 자본과 의지로 우주행 티켓을 거머쥘 누군가를 위해 비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여행객이라는 타이틀은 700억에서 1,000억 원을 호가하는 스페이스 엑스등 미국 중심의 본격적인 지구 궤도여행 참여도 있지만, 중국의 딥블루 에어로스페이스가 예고한 150만 위안(약 3억 원)으로 우주 경계를 체험하는 중국의 준궤도 여행도 가능하다. 올 여름 휴가는 우주로 가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