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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복 실장의
여행 공식

16화2026-06-10

인솔자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신발끈 여행공식 16 : 국외여행 인솔자 자격증 제도는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규제의 직업이 있다. 한국에서는 ‘국외여행인솔자’ 또는 투어컨덕터(TC, Tour Conductor), 일본에서는 ‘텐조인(添乗員)’이라 부르는 직업군이다.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역사나 문화재를 설명하는 ‘현지 투어가이드’에게는 엄격한 자격증을 요구하지만, 한국에서 출발해 현지까지 고객을 안전하게 대동하는 ‘인솔자’에게 별도의 국가 자격증을 요구하는 나라가 없다. 서양에서 투어컨덕터(Tour Conductor)나 투어매니저(Tour Manager)는 민간 여행사의 자율적 역량과 고용 영역에 속할 뿐이다.

우리의 이 기형적인 규제는 1982년에 도입된 ‘국외여행안내원 제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제도는 1987년에 폐지되었다가 1993년에 재도입되었고, 2011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령에 따라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위탁받아 인솔자 자격증을 발급 및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현지 안내를 하지 않는 ‘인솔자’에게까지 국가가 공인하는 자격증이 왜 필요한가 이다. 관광진흥법 제13조는 ‘여행업자가 내국인의 국외여행을 실시할 경우 여행자의 안전 및 편의를 위하여 여행 인솔자를 둘 때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자격요건에 맞는 자를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자격증이 없는 인솔자를 동반 시 여행사는 10일간의 영업정지라는 중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자격증 발급 요건을 보면 이 제도가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 수 있다. 인솔자 자격증은 1) 여행사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고 15시간의 소양 교육을 받거나, 2)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3) 대학에서 관광학 관련 전공을 이수하면 발급된다. 즉, 여행사에서 단순히 6개월간 행정 업무만 보았더라도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형식적인 자격증이다. 반면, 해당 국가에 오래 거주해 언어가 완벽한 사람, 현지를 깊게 연구한 석·박사, 유명 가이드북 저자, 사진작가, 오지 트레킹 전문가 등 실질적인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은 이 형식적인 요건(6개월 근무 등)이 없다는 이유로 인솔자로 활동할 수 없다. 규제가 오히려 진짜 전문가들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규제의 폐해는 현지 여행의 다변화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존의 단순 패키지 여행은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모든 것을 리드하므로 인솔자는 공항 탑승 수속만 도우면 그만 이었다. 그러나 여행의 질이 높아지면서 현지 외국인 전문가(크루즈 선장, 사파리 레인저 등)가 이끄는 고품격 상품이 늘고 있다. 이 경우 인솔자는 크루즈 선내 방송을 시시각각 이해하고, 현지 가이드의 안전 브리핑을 고객에게 정확하게 통역·전달할 수 있는 뛰어난 언어 능력과 문화적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특히 바다나 산에서 이루어지는 액티비티 상품의 경우, 유럽이나 남미 등 선진국은 국가 차원의 엄격한 산악 학교 등을 통해 수년 간 경험을 쌓은 마운틴가이드에게만 자격증을 준다. 현실적으로 이런 자격을 갖춘 적법한 한국인 가이드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따라서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는 현지의 법적 자격을 갖춘 '외국인 전문가 가이드'를 고용하고, 이들과 완벽하게 소통하며 고객을 케어할 수 있는 '역량 있는 한국인 인솔자'를 매칭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인솔자의 자격을 '6개월 여행사 경력'이나 '관광학 전공' 같은 낡은 기준에만 묶어두고 있다. 이로 인해 스킨스쿠버, 트레킹,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 전문가들이 인솔자 풀(Pool)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패키지 여행의 질적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

이쯤 되면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제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여행자의 안전을 위해서 인가, 아니면 규제를 먹고 사는 이익 단체를 위해서 인가?

전국의 수많은 관광과 학생들이 내는 자격증 발급 및 재발급 비용, 수많은 여행사 직원들이 지불하는 자격증 교육비 수익, 하물며 역사와 어학 시험을 거쳐 상위 국가전문자격증을 취득한 ‘관광통역안내사’에게조차 또다시 부과하는 황당한 종이 자격증 발급 비용, 그리고 이를 명목으로 국가로부터 정부 지원금을 지속적으로 챙기기 위한 '그들만의 이권 사업'이 아니라면 이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덧붙여, 의사를 뜻하는 의'사(師)'나 간호'사(師)'의 전문가적 호칭과 달리, 인솔'자(者)'라는 명칭에는 낮잡아 보는 뉘앙스의 '놈 자' 자가 쓰인다. 시대착오적인 자격증 제도와 더불어, 이들을 부르는 명칭 역시 '투어 리더(Tour Leader)' 또는 '인솔 가이드'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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