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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복 실장의
여행 공식

5화2026-04-13

여행의 베이스 캠프 좋은집 구하기

여행공식 05 : 근본적으로 좋은 집은 햇볕과 산소(O2)가 풍부한 장소이다. 

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어딘 가로 떠나는 일 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집과 일터 사이를 여행하고, 자는 순간에도 매일 4만 키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여행자다. 그래서 좋은 집을 구하는 일은 여행과 무관해 보이지만, 집은 집과 일터 사이, 지구 한바퀴 여행의 호텔이고, 여행을 떠나기 전 숨을 고르는 출발지이자, 돌아와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도착지다. 여행이 길수록 베이스캠프가 중요하듯,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도 집은 가장 결정적인 거점이다.

그렇다면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정남향”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햇빛이 잘 들고 따뜻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볼 질문이 있다. 만약 서남향 집과 동남향 집이 있다면, 과연 어느 쪽이 정남향에 더 가까울까?

우리가 들고 있는 나침반은 남쪽을 정확히 가리키지 않는다. 나침반이 향하는 곳은 지리적 남극점이 아니라, 약 700~800km 떨어진 ‘마그네틱 폴’이다. 2025년 기준 이 위치는 남위 63.851도, 동경 135.078도 부근이다. 이 말은 곧, 같은 각도의 서남향과 동남향 집이 있다면 실제 태양의 움직임에 더 가까운 집은 동남향이라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정남향’이라고 불리는 집조차, 나침반 기준으로 보면 약간 서남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우리가 믿어왔던 방향 감각 역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 질문은 조금 더 의외다. 부산 바닷가의 아파트와 강원도 깊은 산골, 과연 어디에 산소 (O2)가 더 많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망설임 없이 산골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바다다. 남극 해안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지만, 그곳의 공기는 강원도 산속보다 산소가 풍부하다. 지구 산소의 절반 이상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파이토플랑크톤이 있다. 이 작은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출발점이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지구의 허파다. 이들은 깊은 바다보다 햇빛이 닿는 얕은 바다에 더 많이 서식한다. 그래서 동해안보다 남해안과 서해안에 더 풍부하다. 같은 부산이라 해도, 동해의 성격을 지닌 해운대보다 남해의 지형을 가진 송도 인근에 더 많은 파이토플랑크톤이 존재한다. 결국 부산 바닷가 아파트의 공기는 강원도 산골집보다 더 많은 산소를 품고 있을 수 있다.

바다는 단순히 산소만 제공하지 않는다. 높은 산소 밀도는 깊고 편안한 수면을 돕고, 탁 트인 공간감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안정감을 준다. 바닷물과 바다 공기에 포함된 염분과 미네랄, 나트륨·요오드·마그네슘·황·칼륨은 각종 피부 질환을 완화하고 호흡기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바다는 겨울에는 내륙보다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평균 5~10도의 온도 차는 사계절 내내 야외활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여기에 충분한 햇볕은 비타민 D 부족으로 생기는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우울증, 심지어 불임까지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세계 곳곳의 부유한 도시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밴쿠버, 시애틀, 시드니에서 가장 비싼 집은 늘 바닷가에 있다. 바다를 바로 볼 수 있는 씨프론트는 물론, 바다가 보이지 않아도 바다 냄새만 느껴지는 ‘씨 브리징’ 지역조차 고급 주택으로 분류된다. 흥미롭게도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햇볕이 풍부하며, 산소가 넘치는 부산의 비치 프론트 아파트는 아직 강남 아파트의 10분의 1 가격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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