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여행공식 06 : 독재자들은 결국 국가를 이상하게 만든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행지는 어디일까? 오래 전 세계적인 가이드북 출판사, 론리플래닛이 직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정답은 많은 사람이 떠올릴 법한 파리도, 스위스도, 마추피추도 아니었다. 그들의 선택은 뜻밖에도 태국이었다. 최고의 가이드북 회사의 직원이 선정한 최고의 여행지가 태국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갑이 가벼워도 걱정 없는 호텔들, 햇살이 비치는 깨끗한 비치, 수백 개에 달하는 골프코스와 울창한 정글, 그리고 여행자의 지친 몸을 녹여주는 마사지. 무엇보다도 맛있고 다양한 음식들. 안전하고 친절한 국민들까지. 나 역시 중남미나 아프리카 어딘가에 이와 비슷한 나라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돌아다녔지만, 아직까지 그만한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에게도 태국은 오랫동안 ‘동남아 최고의 여행지’ 로 동남아 국가중 한국여행자가 가장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이다. , 최근엔 물가가 눈에 띄게 오르며 그 자리를 베트남에게 내어주었다. 재미있는 건, 론리플래닛 또한 가장 많이 팔리는 동남아 가이드북도 베트남이라는 사실이다.
론리플래닛의 창업자, ‘배낭여행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니 휠러에게도 물었다. “당신에게 최고의 여행지는 어디입니까?”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나의 최고의 여행지는…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하는 순간, 그러니까 공항의 Departure Lounge입니다.”도착이 아닌 떠나기 직전의 설렘과 기대가 교차하는 그 시간.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마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최악의 여행지는 어디일까? 그 의 대답은 ‘최악’이라기보다 ‘이상한(Strange)’ 여행지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 그는 2023년 4월, “좋은 이스라엘 친구들이 많지만, 그 나라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는데, 몇 달 뒤인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의 말은 이미 예견하였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에게 최고의 여행지는 어딜까. 나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남극점이라고. 문명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하얀 사막의 끝, 지구의 축이자 자연의 원형으로 돌아가는 길.. 등등 미사여구를 만들 수 있지만, 토니휠러와 생각이 비슷하다. 목욕뿐 아니라 머리를 한 달 내내 감지 못하였고, 영하의 칼바람 속에서 잠을 자고, 제한된 식량으로 허기를 달래며, 하루 열 시간씩 썰매를 끌어야 했던 시간. 말 그대로 인간의 ‘밑바닥’ 생활이었다. 그런 밑바닥 생할을 지구 가장 밑바닥에서 해보면 오직 떠오르는 건 내 집이었다. 가족과 밥 먹고, 얘기하고, TV 보던 일상이 얼마나 큰 ‘파라다이스’였는지 우리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너무 익숙해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었다. 남극은 그 사실을 매섭게 일깨워주었다. 남극점에 도착해 가족과 위성전화로 통화하던 순간, 목소리는 울음과 숨 사이에서 겨우 섞여 나왔다. 나를 울린 건 추위가 아니라 ‘행복이 어디 있었는지’ 깨달은 감정의 무게였다. 그래서 나는 말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장소를 가르쳐준 남극점이 바로 나의 최고의 여행지라고. 그리고 토니휠러가 말한 이상한 국가들의 종교독재자, 왕정독재자, 군부독재자 에게 남극점 스키여행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