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여행공식 07 : 강물, 빗물, 웅덩이 물의 주기를 이해해야 아프리카 최고의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
여행자의 여행 공식은 단순하다. 추우면 따뜻한 나라로 향하고, 비가 오면 화창한 날씨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들은 이와 완전히 다른 공식을 따른다. 그들은 물을 피해 이동하지 않고, 오히려 물웅덩이를 찾아 움직이며, 우기를 향해 길을 낸다. 그래서 여행자는 우기에 여행하면 맞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 사파리의 공식은 우기에 여행하는 것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독특한 세계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남부 아프리카의 대표 사파리 지역인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지형을 가진 이곳은 강물이 바다로 흐르지 않고 칼라하리 사막에서 멈춰버리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강물은 결국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모두 증발하며, 사막 한가운데 나무의 뿌리처럼 퍼져 나간 이 삼각주는 6,000~15,000km²의 드넓은 야생 동물의 낙원을 만든다. 여행자들은 전통 카약인 모코로를 타고 수로를 따라 델타 깊숙이 사파리를 즐기지만, 수위가 낮을 때는 모코로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 삼각주 안쪽을 경험할 수 없다. 반대로 수위가 높아 수로가 세 배 이상 넓어지면 각종 야생동물들이 물길을 따라 몰려든다. 그래서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우기, 즉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 가야 맞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오카방고 델타의 진짜 수위 상승은 완전히 반대로 ‘건기’에 발생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흥미롭다. 보츠와나, 나미비아, 앙골라를 아우르는 우기는 1~2월이지만, 오카방고 델타 자체가 사막 기후라 우기에도 수위를 바꿀 만큼 비가 내리지 않는다. 반면 오카방고 강의 시작점인 앙골라 북부는 우기에 집중호우가 내리고, 이 물이 한 달 동안 나미비아를 거쳐 델타로 도착한 뒤 다시 약 4개월 동안 삼각주 전체로 퍼져나간다. 결과적으로 오카방고 델타의 물은 건기인 6~8월에 최고조에 이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동물들은 건기에 오카방고로 모여들고, 모코로 여행 또한 건기가 되어야 비로소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
짐바브웨의 대표 사파리인 웽지(Hwange) 국립공원도 겉보기에는 우기에 여행해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카방고나 세렝게티와는 달리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있어 우기에는 물이 풍부해지고, 그만큼 동물들은 숲속에 숨어버려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건기에는 상황이 바뀌어 모든 동물들이 일정한 물웅덩이 주변으로 모여든다. 여행자는 그저 물웅덩이 하나만 지키고 있어도 훨씬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으니, 웽지 사파리는 건기 여행이 가장 적절하다.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의 넘버 원이라 불리는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는 1년 주기로 동물들의 대이동이 펼쳐진다. 7~9월 두 달 정도는 이웃나라 케냐의 마사이마라에 머물고, 나머지 시간은 다시 세렝게티로 돌아온다. 세렝게티(14,763km²)는 마사이마라(1,510km²)의 열 배 크기라 평소에는 넓게 흩어져 지내지만, 건기가 되면 풀이 짧아져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에게 노출되기 쉬워지면서 탄자니아 마라강의 원천인 마사이마라로 이동한다. 초식동물이 움직이면 육식동물 역시 자연스럽게 함께 움직인다. 동물들은 매년 두 번, 출입국 절차 없이 국경을 넘나들지만 여행자는 국경을 쉽게 넘지 못하므로, 1월의 마라에서는 몇 킬로미터를 달려야 겨우 동물 한두 마리를 볼 수 있지만, 8월의 마사이마라에서는 한눈에 수백, 수천 마리의 야생동물을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각 지역의 시즌이 다른데 중·남부 아프리카를 한 번에 여행한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 사자·코끼리·버펄로·코뿔소·표범을 아우르는 Big 5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세렝게티를 기준으로 보면, 11~2월, 즉 세렝게티 야생동물들이 남쪽에 머무는 시기가 가장 이상적인 여행 적기라 할 수 있다. 세렝게티와 더불어 거대한 분화구 안에 수많은 동물이 서식해 ‘에덴의 동산’이라 불리는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다. 이번 겨울 응고롱고로 분화구 롯지에 머물며 떠나는 응고롱고로와 세렝게티 사파리는 아프리카를 넘어, 가장 흔한 표현으로 말해도 ‘세계 최고의 여행’이라고 부를 만한 경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