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코리안 시즌

트레블 저널
2020년 1월 교육청 봉사단들이 봉사를 마친 후, 안나 푸르나 베이스 트레킹을 하고 하산하다 3,230m 지점인 데우랄리 지역에서 갑작스레 눈사태를 만나 39명 중에서 4명이 안타깝게도 실종되고 말았다. 결코 어려운 길이 아닌 평범한 길인데도 눈사태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또한 2023년 1월에도 한국인 50대여성이 ‘안나 푸르나 서킷 트레킹’을 혼자서 하던 중 ‘토롱라 패스’라는 해발 약 5.412m의 고개를 넘다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한국은 독일, 일본, 프랑스여행객 보다 더 많이 네팔을 방문하는 세계 7번째 국가로 매년 3만명 이상 여행을 하고 있다. 세계최초로 히말라야 16좌 등정에 성공한 등반가가 있는 나라이고, 여성 세계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성공을 견주었던 나라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고를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전무하고, 국내사건이 아니라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라 뉴스만 전할 뿐 언론사도 정확한 원인규명과 대책을 제시하는 내용이 없다.
히말라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데 2014년 일본의 온다케산 분화로 등산객 31명이 사망한 사고와, 2022년 온난화로 발생한 이탈리아 돌로미티 빙하 붕괴 참사로 11명의 등산객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안나 푸르나 사고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자연재해로만 생각 할 수 있지만 안나 푸르나 사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고 이었고, 조금만 더 정확한 정보가 있었더라면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생각한다. 사고의 원인은 우리가 만든 네팔 코리안시즌이라고 생각한다.
네팔사람들의 인 바운드 여행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입국여행)은 세 시즌이 있다고 한다. 여행객이 많이 방문하는 성수기, 여행객이 현저히 떨어지는 비수기 그리고 코리안 시즌이 있다고 한다. 세계 어디를 가보아도 코리안 시즌이라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는데, 네팔 1,2월 겨울 비수기에 한국인 트레커들이 몰려온다고 하여 네팔에서는 비수기도 성수기도 아닌 코리안 시즌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두 사고 모두 코리안 시즌에 발생한 사고였다. 히말라야 겨울 비수기에는 가도 되고, 가면 안 되는 지역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인 들이 겨울에 가장 많이 즐겨 찾는 안나 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랙 (ABC) 은 겨울에는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코스이다. 오래 전부터 겨울 눈사태를 경고하는 지역이고, 24년 전에도 세계적인 가이드북 론리플래닛 2009년 판에도 Danger of Avalanches (눈사태 위험)로 위험을 경고하는 지역이다.
네팔 트레킹은 안나 푸르나 지역, 에베레스트지역, 랑탕지역, 칸첸중가지역, 서 네팔 지역 그리고 1991년부터 개방된 무스탕을 포함한 리스트릭지역으로 6곳의 트레킹 지역으로 나뉘어지고, 각 지역은 롯지가 완비된 4-6개의 트레킹 코스를 보유하여 총 30곳의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각 지역의 여행시기는 각각 다르고, 같은 지역이라도 트레킹 중 도달하는 최고 높이에 따라 여행시기가 달라진다. 푼힐 전망대 (3210m)를 포함하는 안나 푸르나 파노라마 트랙은 10월부터 겨울을 포함한 5월까지 트레킹 시즌이지만, 같은 안나 푸르나 지역의 안나 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랙 (보통 안나 푸르나 생츄리로 불림) 은 4130 미터로 그리 높지 않지만 트레킹 시즌은 불과 4,5월과 10,11월이다. 반면 겨울에는 눈사태 지역으로 네팔 30곳 코스 중 가장 위험한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네팔에서 가장인기 있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랙 (5340 m) 과 비교해도 1000미터 이상 낮아 겨울에도 수월하고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눈사태가 발생하면 트랙을 덮치는 구조의 지형이다. EBC 트랙은 고산과 고산 사이 중간에 트랙이 형성 되어있어, 눈사태가 발생해도 트랙까지 접근을 하지 못하지만, ABC 트랙은 산의 옆 사면을 따라 트랙이 이어지고, 눈사태 발생시 트랙을 넘어 절벽으로 떨어진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해빙기 뿐 아니라 한겨울에도 눈사태를 발생할 수 있으니 12월 초부터 3월 초 까지는 절대로 가면 안 되지만, 네팔 코리안시즌의 가장 핫 한 목적지이다.
30 개의 히말라야 트랙 중 등산객이 제일 많이 방문하는 코스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와 안나푸르나 서킷트랙(AC) 이라고 한다. EBC 트랙의 하이라이트가 5320미터의 베이스캠프 방문이라면 AC트랙의 하이라이트는 5416 미터의 토롱라 패스를 넘는 것이다. 히말라야고개를 네팔어로 La 영어로 Pass로 표현하는데 웬만한 산보다 높은 4-5000미터 고개가 즐비하다. 랑탕지역의 간자라 패스(5106m), 고사인쿤드 트랙의 로우레비나라 패스(4610m)등이 있고, 인도 히말라야 라닥의 대표트랙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마크하벨리 콩마루라 패스(5200 m)가 있다. 모두 공식적으로 12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는 폐쇄되고, 이와 어울려 시즌롯지들도 문을 닫는다. 네팔의 롯지는 마을롯지와 고산의 시즌에만 운영하는 시즌 롯지가 있는데 3-4000미터의 마을롯지는 365일 겨울에도 문을 여는 반면, 4-5000미터에 위치한 시즌롯지 들은 겨울에 문을 닫는다. 안타깝게도 1월에 '안나 푸르나 서킷 트레킹' 중 해발 5,412m의 '토롱라 패스'를 넘다가 숨진 50대 여성은 추정컨대 이런 사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혹은 그 전에 봄, 가을 좋을 때 트레킹을 한 후, 좋아서 자신감을 갖고 다시 갔는데 그만 겨울, 추을때 가다 보니 고산증이 더 심해졌거나, 롯지들이 문을 닫아서 오도가도 못한 상태에서 변을 당한 것이 아닐까 라는 추정을 하게 된다. 또 혼자였다. 이런 트레킹은 매우 위험하다. '코리언 시즌'에 대한 우리의 각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네팔은 세계 최빈국으로 히말라야 관광업은 최고의 비즈니스 중 하나이다. 수많은 네팔의 히말라야 여행사들은 경쟁하고 있고, 좀 더 수익을 창출 하려는 겨울출발 히말라야 트레킹 광고가 즐비하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한국의 여행사들도 쉽게 겨울출발 ABC, EBC 트랙 광고를 하고 있고, 네팔 코리안시즌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유럽 미국 호주 등 서구의 여행사사이트 어디에도 겨울출발 ABC EBC 모집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인 트레킹 여행자의 생명과 직결된 네팔의 코리안 시즌은 천천히 가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 없어져야 한다. 네팔전문 여행사는 겨울출발 모객을 하지 않고, 네팔여행 전문가들은 겨울 트레킹을 자랑할 게 아니라, 경고를 해야 한다. 등정논란으로 여성 세계최초 히말라야 14좌를 놓친 산악인도 검증없이 성공보수를 바라는 네팔 가이드 말만 믿어 실패 한 건 아닐까? 전세계 누구도 하지 않는 세계최초16좌 산악인을 국가영웅으로 만든 것도 우리의 정보부재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