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블 저널:

여행사 vs 여행사

여행사 vs 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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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삼성전자 한 회사의 시가총액은 432조원을 기록했다. 오래 전에 일본 8대 전자기업의 시가총액 총합을 넘어섰고, 대한민국에서 유학을 가지 않는 유일한 학과는 전자공학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자산업은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세계를 주도하는 산업이 됐다. 그렇다면 여행업의 경우는 어떨까?

2020년 코로나 전까지 10년 간 연 출국자 수가 1,700 ~ 1,800만명으로 정체된 일본에 비해 국내 출국자 수는 매년 증가해왔다. 2018년에는 2,870만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과 인구비례로 비교했을 때 2배나 많은 수치다. 한편, 매년 출국자 수가 1억명에 육박하는 중국에서는 거대 여행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인 씨트립은 2019년 기준 시가총액 36조로, 대한민국 상장여행사 8곳의 시가총액 합의 16배에 달한다. 씨트립은 2013년 나스닥 상장 당시 2,200억원으로 국내 H투어의 1/4 규모였지만, 지금은 50배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과 비교한다면 출국자 수는 3~4배 많은데 비해, 여행산업의 규모차는 100배에 육박한다. 중국 여행업의 급격한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판매대행 (Travel Agent)이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직접운영 (Tour Operation) 하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전세계를 무대로 휴대폰과 반도체를 생산하고 판매하듯, 중국의 대형 여행사들도 거대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항공권과 호텔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중국 여행사 1개가 대한민국 8개 상장여행사 총합의 16배 규모로 성장하는 사이, 국내 여행사들은 여행사의 본질을 간과하고, 개발 상품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여행 코디네이터 역할만 하려 한다면, 앞으로 씨트립과 같은 거대 여행사는 한국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며, 한국 여행사들은 세계 여행산업에서 설자리를 잃을 확률이 높다.

서양에서는 여행산업을 4가지로 분류한다. 호텔&항공권, 코치투어(버스투어), 크루즈, 그리고 어드벤처 여행이다. 현재 한국의 여행업계에서는 여행사를 비즈니스 출장자를 위한 상용여행사, 일반 패키지여행사, 항공권과 각종패스를 전문으로 하는 개별여행사 등으로 분류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여행 코디네이터의 입장으로, 판매 대행하는 에이전트입장의 분류이다. 분류가 대한민국여행사의 현주소를 알려주듯이 8곳 대한민국 상장여행사는 모두 에이전트 역활 만 하는 건 사실이다. 호텔예약사이트의 기본인 고객예약 사이트와 호텔등록 및 정산을 하는 양방향 사이트가 운영 되어야 하지만, 대한민국 상장여행사는 소비자예약만 있고, 해외호텔등록이나 호텔예약은 없다. 즉 직접 호텔예약을 하여 구조적으로 수익을 창출 하는게 아니라, 단지 호텔예약회사 라인을 이용하여 수수료를 얻는 구조이다. 중국, 일본의 여행사와 경쟁의 출발선도 다르고, 경쟁할 구조조차 구비가 되어있지 않다. 북킹닷컴, 아고다, 호텔스컴바인, 카약 등으로 무장한 북킹닷컴 그룹, 호텔스 닷컴, 트리바고 브랜드의 엑스피디아 그룹, 스카이 스케너와 트립닷컴으로 유명한 중국 씨트립그룹, 그리고 에어비앤비 까지 이미 경쟁력을 잃은 국내의 호텔예약사이트들을 대신하여 국내시장을 90프로이상 점령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럽 코치투어 (버스여행) 또한 직접운영 (Tour Operator)을 위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버스회사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가이드를 현지에 배치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 프로그램을 운영을 한다. 각국의 정부는 판매대행사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오퍼레이션 회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 단위 허가제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가 한국에 있다면 버스 한대도, 호텔 1박 조차도 예약을 하지 않는 대한민국 8곳의 상장여행사는 모두 허가가 필요 없다. 국내의 랜드오퍼레이터가 만들어논 상품에 항공권만 첨부하여 판매하는 판매대행사이기 때문이다. 호텔과 항공권 시장은 이미 외국 OTA에 안방을 내준 상태로, 여행사의 본질인 투어 인프라와 노하우에 집중하지 않은 채 중간 유통사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만 계속 고수한다면, 대한민국 버스투어 여행사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이는 비단 버스투어 여행사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드벤처 여행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여행사는 그리 많지 않다. ‘어드벤처 여행’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한 편이다. 어드벤처 여행하면 아마존 정글을 탐험하거나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광경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사실 보다 광범위하고 의미 있는 여행이다. 도로와 편의 시설 등이 제한적인 여행지를 사륜구동이나 트레킹 등을 이용해 깊숙이 여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즌에 몰리는 산장을 선점해야 하고, 트레킹, 다이빙, 사파리등 분야의 전문인솔 가이드가 필요하고, 교통이 없는 남극 등에 미리 배를 챠터 하는 등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만약 현 상황에서 세계적인 어드벤처 여행사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거나, (불편한 말 일수 있지만) 한국보다 더 국제화된 중국의 여행사들이 씨트립처럼 국내진출 한다면 어드벤처 여행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외국 여행사에게 잠식될 수도 있다.

Travel Agent 나 Tour Operator 번역을 하면 모두 여행사로 나온다. 투어의 본질이며, 세계의 트랜드는 투어에이전트가 아닌 투어오퍼레이터의 직접예약이다. 코치투어는 코치투어대로, 어드벤처 여행은 어드벤처 여행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지금 당장 변화를 하지 않으면 점점 더 높아지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설 자리가 좁아 지고, 투어오퍼레이션의 위상이 점점 더 커지는 이 시대에 판매 대행하는 종합여행사로는 외국 OTA에 이어 코치투어도 안방을 내줄 확률이 높다. 호텔직접예약과 지역특화를 무기로 거대 OTA에 맞서고 있는 몽키트레블, 국내최초로 남극크루즈를 2번이나 챠터를 한 어드벤쳐 여행사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