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의 길] 눈부신 설산을 걸었다 슬픔이 조용히 얼었다. [매일 경제 2010-10-27]
작성자 : 장민정      작성일 : 2012/10/08      조회수 : 1175     
사진보기 : 한장씩 원문대로

[산 위의 길] 눈부신 설산을 걸었다 슬픔이 조용히 얼었다

'샤모니'라고 부르면 푸른 휘파람소리가 들려온다. '몽블랑'이라고 발음하면 알싸한 청량감이 번져온다. 프랑스 남부 알프스 자락의 산간 마을 샤모니 몽블랑(Chamonix Mont-Blancㆍ1035m)은 설산의 풍경만으로 수백 년간 사람들을 매혹해왔다.
햇살이 '정오 바위(에귀 디 미디)'에 내리쪼이면 점심을 차리고, '네 시 바위(에귀 디 구테)'에 다다르면 오후의 차 한 잔을 즐기며 살아온 이 마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1786년. 해발고도 4810m의 '하얀 산' 몽블랑이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와 자크 발마에게 첫발을 허락한 순간부터다.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샤모니는 가파른 삶에 지친 도시인들의 산소호흡기가 되어주었다. 길이 열어주는 다양한 변주에 귀 기울일 줄 알며, 바다보다는 산의 품에 깃들기를 즐겨온 당신이라면, 샤모니는 사이렌의 노랫소리처럼 당신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한 번 들어가면 마음의 눈이 멀어야 나온다는 / 슬픔도 소리 없이 언다는' 그 설산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찾은 샤모니는 여전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23㎞에 달하는 계곡 샤모니는 눈 드는 곳마다 설산의 파노라마다. 나무로 받침을 댄 집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꽃을 내걸었고, 앙증맞은 교회의 종탑 위로는 몽블랑이 걸려 있다. 노래방도, 새벽까지 문을 여는 술집도, 쇼핑몰도 없는 이 작은 마을이 여름철에만 18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총연장 350㎞에 이르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만으로. 역시나 거리에는 등산복을 차려 입은 이들이 가득하다. 모험을 찾는 사내들의 날렵한 몸매에 절로 눈이 간다. 샤모니는 도시의 안락한 삶에 영혼을 저당 잡히지 않은 이들을 위한 곳이다.
굳이 빙벽이나 설산을 오르는 모험이 아니어도 괜찮다. 이곳에는 가볍게 몸을 풀 수 있는 길들이 가득하니까. '그랑 발콩 노드'는 샤모니의 수많은 트레킹 코스 중에서도 대표적인 길이다. 에귀디미디(3842m)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의 중간 지점인 플랑드에귀(2317m)에서 길은 시작된다. 수많은 에귀(Aiguilleㆍ바늘이라는 뜻처럼 뾰족한 바위봉우리를 뜻한다)들이 호위하듯 몽블랑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건너편 계곡으로는 거대한 바위봉우리 브레방(2525m). 햇살이 따스한 가을 오후, 블루베리를 따먹으며 걷는 길. 키 낮은 관목들은 이미 붉은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우리를 이끄는 가이드 크리스틴은 40대 후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외모다. 몽블랑의 정기를 받아서일까. 그녀의 남편도 산악가이드이고 아들은 스키 구조원으로 일한다. 갓 스물을 넘긴 그 아들이 며칠 후 몽블랑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으로 하산할 예정이란다.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난 그 애의 결정을 존중해요"라고 담담하게 답하는 크리스틴. 과연 인구 1만명에 산악가이드가 400명이라는 샤모니 출신답다.
발밑으로 펼쳐지는 샤모니 계곡은 전나무와 자작나무들로 푸르게 출렁인다. 양치기들이 양을 몰고 가던 길을 따라 두 시간 남짓 걸었을까. 산책하듯 가볍게 걷던 길이 가팔라진다. 시냘 포브스(2198m)로 향하는 길이다. 2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마음의 때마저 씻어낼 것 같이 눈 시린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정면으로는 그랑드조라스(4208m)의 북벽이, 오른쪽으로는 '공화국의 손가락'이라고 이름 붙은, 마녀의 손가락같이 날카로운 바위봉우리들, 왼쪽으로는 '얼음의 바다'라고 이름 붙은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 빙하다. 마터호른, 아이거와 함께 알프스 3대 북벽으로 불리는 그랑드조라스. 한때 난공불락의 벽으로 여겨져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가 초등을 놓고 국가적인 경쟁을 치르던 전설적인 벽이다. 이 벽을 등반하다 지난해 사망한 한국인 신광조 씨를 기리는 동판 앞에서 잠시 묵념을 올린다. 점점 가까워지는 마을을 바라보며 내리막길을 걸어 몽탕베르 역(1914m)에 들어선다. 설산과 대비를 이루는 빨간색 빙하 톱니바퀴열차를 타고 샤모니로 돌아오는 길, 고개를 드니 태양이 '네 시 바위'에 걸려 있다.
다음날은 라플레제르(La Flegere)에서 락블랑으로 하이킹을 나선다. '흰 호수'라는 이름의 락블랑은 몽블랑 산군들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호수에 뜬 설산과 눈앞의 설산을 번갈아 바라보며 산장에서 마시는 몽블랑 맥주.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만족감이 밀려든다. 따가운 초가을 햇살 아래 세상은 고요하다. 그 평화로움에 기대어 잠시 오수에 든다. 짧은 잠에서 깨어 다시 배낭을 메고 걷는 길. 지나가던 여우와 눈이 맞거나, 풀을 뜯는 야생 염소와 만나기도 한다. 설산이 고스란히 비치는 호숫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며 노는 오후. 몽블랑은 가을 햇살을 튕겨내며 하얗게 빛나고 있다.
산행이 지겨워질 무렵이면 세계챔피언이었던 샌디와 함께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한다. 귓전을 흔드는 바람의 노래. 발 밑에서 흩어지는 구름. 구름 사이로 패러글라이더가 들어가는 순간 만들어내는 무지개와 우리들 그림자. 롤러코스터를 타듯 회전하는 묘기의 짜릿함. 만져질 듯 투명하고 맑은 공기의 흐름. 바람에 몸을 맡기고 공중에 떠 있다 보면 하늘을 나는 일에 대한 인간의 오랜 열망을 이해하게 된다. 몽블랑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문득 팔을 뻗어본다. 맵고 맑은 대기 속으로.
◆ 샤모니 가는 법
= 파리를 거쳐 스위스의 제네바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제네바에서 샤모니까지는 버스가 운행된다.(왕복 40~50유로).
◆ 코스 소개
= 샤모니의 대표적인 단거리 트레킹 코스는 '그랑 발콩 노드', '그랑 발콩 수드', '프티 발콩 노드', '프티 발콩 수드'. 이 밖에도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의 국경을 넘나들며 몽블랑을 사방에서 조망하며 걷는 투르드몽블랑 12일 코스도 있다. 패러글라이딩, 스키, 암벽 등반, 골프, 래프팅, 설피 신고 걷기, 산악 자전거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신발끈 여행사(www.shoestring.kr)'에서 샤모니 트레킹 상품을 판매한다. (02)333-4151
◆ 관광안내소
= 마을 광장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와 안내책자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www.chamonix.com, 33-4-50-53-00-24) 성당 옆 '메종드몬타냐'에는 고산등반 안내소(Office de Haute Montagne)가 있다. 날씨, 등반조건, 코스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구할 수 있다.(전화: 33-4-50-53-22-08). 문의는 프랑스 관광청 한국사무소(kr.franceguide.com). (02)776-9142
※김남희 작가 : 이 여자 별나다. 발이 노트북이고, 펜이다. 하필이면 '도보여행 전문작가'라는 타이틀이 달렸다고 투덜대면서도, 늘 길을 떠난다.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게다. 저서로는 '유럽의 걷고 싶은 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시리즈 4권이 있다.
[글 / 사진 = 김남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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