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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도 낭만이 되는 스코틀랜드 최고의 웨스트 하이랜드 트레킹

혹시라도 잉글랜드의 웨일즈 지방이나 스코틀랜드 지방을 기차나 버스를 타고 지나쳤다면 그때 창가를 스치던 풍경에 감탄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산과 호수, 푸른 잔디가 뒤덮은 언덕의 물결, 그곳에 점점이 보이는 양떼들과 목가적인 가옥들...그리고 음산한 하늘, 시도 때도 없이 흩뿌리는 빗줄기. 영국에서는 비와 황무지(moor)도 낭만이 된다. 그러나 그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그 풍경속으로 들어가 트레킹을 해야 한다.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West Highland Way) 트레킹이 바로 그런 체험이다.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WHW)트레킹이란?”
스코틀랜드에는 하이랜드(고원 지대)와 로우랜드(저지대)가 나뉘어져 있다. 특히 서쪽의 ’웨스트 하이랜드‘는 경치가 뛰어나다.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는 1980년에 스코틀랜드 최초로 만들어진 장거리 도보 여행길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을 선정해서 ‘올레길’을 만든 것처럼 스코틀랜드도 가장 풍경이 좋고 역사성을 보여주는 곳을 선정해서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West Highland Way)를 만들었다. 글래스고의 외곽 마을 멀가이(Milngavie)에서 시작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로몬드 호수(Loch Lomond)를 지나 영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벤 네비스(BenNevis 1,243m) 근처의 항구 도시 포트 윌리암(PortWilliam)까지 이어지는 154km의 멋진 길이다.

“스코틀랜드만의 독특한 풍경과 문화가 있는 길”
영국의 정식 명칭은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고 약칭 ‘연합왕국’(The United Kingdom), 혹은 브리튼(Britain)이라 불린다. ‘그레이트 브리튼’은 그레이트 브리튼 섬을 칭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합쳐 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 공화국과의 문제와 얽혀서 예전부터 분쟁이 있어왔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는 상당한 자치권을 갖고 있지만, 북아일랜드는 정치적인 문제, 스코틀랜드는 역사적인 문제로 인해 런던을 중심으로 전체 연합왕국을 이끌고 있는 잉글랜드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트레킹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런던 중심의 잉글랜드가 아닌 에든버러 중심의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숲과 호수와 목초지와 언덕을 바람과 비를 맞으며 걷는 낭만적인 길”
‘웨스트 하이랜드’ 트레킹은 5박 6일에 걸쳐 진행된다. 하루에 19km에서 30여km를 걷는 여정으로 고될 수도 있지만 묵묵히 걷는 가운데 느끼고 감상할 것이 많은 길이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변덕스럽고 비가 많이 온다. 날씨가 맑아도 늘 비가 올 것을 각오해야 한다. 현지인들에게 약간의 비는 비도 아니다. 그 빗줄기도 지나고 나면 낭만이 되니 묘한 일이다.
첫째 날에는 가장 짧은 길이다. 그러나 짧다고만 할 수 없는 멀가이에서 드리멘(Drymen)까지 약 19km의 길이다.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의 시작을 알리는 오벨리스크가 보이면 그후부터 계속 숲과 호수가 나타난다. 잉글랜드 지방과 달리 스코틀랜드의 이 지역에는 코고 작은 호수들이 꽤 많다. 깊은 숲, 호수를 묵묵히 걷다가 비라도 오면 머나먼 스코틀랜드 땅과 숲과 호수를 걷고 있음이 실감난다. 호숫가에는 엉겅퀴 꽃들이 많이 보이는데 엉겅퀴 꽃은 우리나라의 무궁화처럼 스코틀랜드의 국화다. 계속 길을 가면 목장이 나오고 초원을 걷는다.
그 다음 날부터는 넓은 들판, 초원, 낮은 언덕들이 이어지고 코닉 힐(Conic Hill) 정상에 오르면 밑으로 로몬드 호수(Loch Romond)가 펼쳐진다. 멀리 산맥이 물결치듯이 펼쳐지고 빛을 반사하는 드넓은 호수가 아름답다. 이 호수는 영국에서 제일 긴 호수로, 그 다음날도 계속 걷는 동안 따라온다. 끝없는 길을 따라 걷는 가운데 숲속, 목초지, 마을, 강, 황무지를 지나게 된다. 걷는 가운데 비를 만날 수도 있고 호수에서 물안개를 만날 수도 있다. 몸은 힘들어도 이런 것이 낭만으로 남는다.
계속 이어지는 트레킹 중에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촬영지였던 ‘글렌코 계곡’도 통과한다. 근처에는 잡초로 뒤덮인 황무지, 즉 무어(moor)지대를 통과한다. 숲도 그렇지만 이런 황무지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묵묵히 걷기에 좋은 풍경이다. 잉글랜드 북부 지역에 있는 요크셔 데일즈 지방도 이와 비슷하다. 이런 지형을 데일(dale, 구릉 지대의 넓은 골짜기), 펠(fell, 높은 언덕과 낮은 산) 등으로 부르는데 무어(moor, 황무지)도 있다. 요크셔 데일즈는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계속 걷다 보면 윌리엄 왕의 군대가 맥도날드 가문을 학살해서 ‘눈물의 계곡’이라 이름 붙여진 고대 군사 로드를 따라 걸어가고, ‘악마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웨스트 하이랜드’의 가장 높은 지점까지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영국의 가장 높은 산인 1,345m의 Ben Nevis를 볼 수 있다. 마지막 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Kinlochleven 정상에 서면 Leven 호수와 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후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드디어 목적지 포트 윌리엄(Fort William)에 도착한다. ‘The Original End of The West highland Way’라고 쓰인 간판이 보이고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하이랜드의 종착지 고든 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글로 정리하면 간단해 보이는 길이지만 하루에 20, 30km를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하다가 발에 물집이 생겨서 초반에 탈락하는 사람들도 종종 생긴다. 그러나 사전에 체력 훈련을 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사람들은 무난하게 해낼 수 있는 코스다. 스코틀랜드 최고의 길에서 본 깊은 숲과 바다 같은 호수와 황무지, 언덕, 목초지, 양떼 그리고 바람과 비를 맞으며 묵묵히 154km를 걷는 5박 6일의 시간이 감동으로 밀려올 것이다. 이것 때문에 해마다 5만 명이 이 길을 걷고 있다.

“언제 가는 것이 좋을까”
가장 좋은 계절은 5-6월의 봄과 9-10월초까지의 가을이다. 7-8월도 좋지만 가장 많은 관광객이 오는 시기라 숙소를 구하기 어렵다. 미리 숙소를 확보한 여행사를 이용하면 문제가 없다. 겨울은 권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의 겨울 일조시간은 겨우 6-7 시간에 불과해서 조금 걷다 보면 금방 어두워진다. 날씨는 당연히 나빠서 늘 비가 내리며 대중교통 운행 시간도 줄어들고 많은 숙소가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