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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인 루앙프라방, 라오스 최고의 유적지

c.pixabay.com/anniiikaa

라오스의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만큼 건물이나 사람들의 삶 속에 그들의 역사, 문화,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353년부터 비엔티엔으로 천도한 1563년까지 란쌍왕국(1354-1707)의 수도였던 곳이다. 주변은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에 프랑스 식민시대의 건물들이 섞여 있어서 도시 자체가 매력적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새벽에 무릎 꿇고 앉아 불교 스님들에게 탁발 공양하는 주민들의 모습이다. 이 숨겨진 보석은 ‘뉴욕타임스’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선정하면서 세계에 급속하게 알려졌다.

“루앙프라방과 라오스의 역사”
루앙프라방을 알려면 루앙프라방과 라오스의 역사를 좀 알아야 한다. 루앙프라방은 11세기 때부터 타이식 이름으로 ‘치앙통’이라 불려진 곳이었는데 1353년에 란쌍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그후 발전하다가 버마의 침입을 받은 후 1563년 남쪽의 비엔티안으로 천도한다. 계속 버마의 침입을 받는 가운데 한때 버마의 속국도 되었지만 다시 독립해서 명맥을 유지하다가 1694년 3개 왕국으로 분할된다. 북쪽의 루앙프라방 왕국, 중부의 비엔티안(위왕짠) 왕국, 남부의 짬빠삭 왕국으로 분할되는데 버마는 1765년에 루앙프라방, 비엔티안 왕국을 지배하고, 1767년에는 태국의 아유타야 왕국까지 지배했다. 버마의 라오스 통치는 1778년까지 이어졌다. 한편 태국 아유타야 왕국의 후손들은 방콕으로 가서 나라를 일으켜 처음에는 톤부리 왕국 후에는 시암왕국으로 국호를 변경한 후 깅성해진다.
태국의 시암 왕국은 북진 정책을 취해 버마를 몰아낸 후, 라오스 지역까지 침범해서 1779년 비엔티안을 점령한다. 태국의 시암 왕국의 지배를 받던 비엔티안 왕국은 1828년 독립을 위해 반기를 들었으나 패하고 완전히 망해서 태국 땅이 된다. 반면에 북부의 루앙프라방 왕국과 남부의 짬빠싹 왕국은 지배를 받기는 했지만 1940년대까지 왕국의 명맥을 이었다. 그러나 루앙프라방 왕국은 1887년, 청나라의 무장 세력인 흑기군의 침략도 받았다.
한편 베트남을 식민지화한 프랑스는 1893년 시암 왕국과의 전쟁을 벌인다. 전쟁에서 패한 시암 왕국은 메콩강 서쪽 지역, 즉 오늘날의 라오스땅인 곳을 프랑스에게 양도한다. 전체 라오스 지역을 지배하게 된 프랑스는 라오스를 보호령으로 삼았다. 루앙프라방 왕국의 왕족은 그곳에 머물게 했지만 프랑스는 비엔티안에 수도를 두었기에 허수아비 왕족이었다. 그런데 프랑스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되자 이곳에도 변화가 온다. 일본이 그틈을 노려 1940년에 베트남에 진주하고, 1943년에는 라오스에도 진주하여 지배한다. 그러나 일본이 패망하면서 라오스에게 독립할 기회가 왔지만 프랑스가 다시 인도차이나로 돌아오면서 결국 라오스는 프랑스의 지배를 다시 받는다. 프랑스는 1947년 ‘라오스 왕국’을 새로 만들고 자치권만 주었고 1953년, 명목상으로나마 독립시켜 준다.
그러나 허수아비 정부였다. 완전한 독립을 꿈꾸던 란쌍왕국의 왕자들은 태국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프랑스에 저항한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의 공산주의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우파, 좌파로 갈린다. 프랑스가 1953년 베트민(베트남 공산주의 + 민족주의의 세력)에게 패하자 프랑스는 물러가고 라오스에는 우파, 좌파의 연립 정부가 탄생하는데 1958년 총선에서 좌파가 승리하자 미국은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협박한다. 결국 미국의 의도대로 공산당원은 체포되고 친미 우파 정권이 나타난다. 이때부터 미국이 지원하는 우파 정부와 베트남이 지원하는 좌파 사이에 내전이 일어난다. 베트남 전쟁 기간 중 미국은 라오스에도 엄청난 폭격을 가해서 30만 명이나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1974년 미국이 철수한 가운데 1975년 4월 남부 베트남이 몰락하고 1975년 8월 23일 라오스의 좌파 세력은 우파를 몰아낸 후, 1975년 12월 2일 라오스의 마지막 왕을 폐위 시키고 라오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이란 사회주의 국가를 출범시킨다.

“루앙프라방의 역사적, 문화적 사원과 건물들”
비엔티안 왕국은 태국의 시암 왕국의 공격을 받았고 내전의 상처도 입었으나 루앙프라방은 한때 버마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긴 역사 속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고 건축물과 문화를 잘 지켜왔다. 루앙프라방이란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 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다.
역사적인 건축물로 1560년에 세타티랏 왕에 의해 세워진 왓 시앙통이 가장 유명하다. 루앙 프라방에서 제일 먼저 볼만한 곳으로 규모, 완성도, 역사적, 예술적 가치로 보아 가장 뛰어난 사원이다. 왓은 사원이란 뜻이고, 시앙은 도시, 통은 황금이란 뜻이니 ‘황금도시 사원’을 의미한다. 이 사원은 메콩강과 칸 강이 만나는 강변에 있으며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그 외에도 란쌍 왕국의 전통을 간직한 불교 사원들이 32개가 있고 사원에서는 약 1,000 명의 승려들이 수행 중인데 란쌍 왕국 시절에는 60개 이상의 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루앙프라방에는 왕궁이 있고 왕궁 박물관, 왕립 극장등이 있다. 왕립 극장에서는 현재 라오스 전통 무용도 공연하는데 황금색 의상과 배우들의 율동이 매우 화려하다. 만약 불교 미술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루앙프라방은 오래 동안 머물며 여러 문화를 음미할 수 있는 도시다.
푸씨산(Phousi Mountain)에 오르면 메콩강과 칸강에 둘러싸인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푸’는 산이고 ‘씨’는 신성하다는 뜻이니 ‘푸씨’는 신성한 산을 의미한다. 정상까지 가려면 32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정상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탓 좀씨(That Chomsi)’ 탑이 있다. 이곳은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의 중심 수미산(힌두교에서는 메루산)의 의미가 있다. 일출과 일몰을 보러 여행자들이 이곳에 올라간다.

“여행자들이 루앙프라방을 사랑하는 이유”
루앙프라방의 매력은 고풍스럽고 느긋한 분위기다. 관광대국 태국에 비하면 한적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다. 유흥지처럼 변한 방비엥만 빼놓고 수도인 비엔티안도 루앙프라방도 느긋한 분위기다. 그만큼 개발이 늦어서 도시 주변이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산악부족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루앙프라방은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그들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여행자들은 사원과 박물관을 드나들고, 골목길에서 라오스 서민 식당, 프랑스 식당, 카페를 드나들며 시간을 보낸다.
라오스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새벽 5시 반부터 아침 시장이 열린다. 주로 먹는 식재료들을 들고나와서 팔고 산다. 저녁이 되면 야시장이 열린다. 넓게 펼쳐진 불을 밝힌 야시장에는 산악부족들이 만든 수공예품, 미술품들이 펼쳐진다. 구경하는 것만 해도 재미가 있고 노천 식당에서는 저렴하고도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가장 루앙프라방스러운 모습, 탁발공양”
아마도 루앙프라방의 이미지는 ‘딱밧(Tak Bat)’ 수행하는 사진일 것이다. 딱밧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탁발공양 수행이다. 탁발이란 수행자들이 음식을 얻는 행위인데 이것도 수행의 일종이다. 음식을 받는 스님들이 의연하고, 음식물을 바치는 신도들이 기도하고 경건하다. 원래 부처님 시대부터 있던 의식이지만 대승불교에서는 사라졌다. 대승불교에서는 신도들이 음식물, 돈 등을 불교 사찰에 바치지만 동남에서는 스님들이 아직도 새벽에 발우를 들고 길을 걸으며 딱밧 수행을 한다. 사원이 많고, 수행하는 스님들이 1000명 정도가 되니 각 구역별로 나누어서 한다. 주민들은 새벽부터 길거리에 앉아서 정성 들여 만든 밥, 반찬, 고기 등을 비닐 봉지에 곱게 싸서 스님들의 발우에 바치는데 매우 경건하다. 스님들은 음식을 얻지만 오히려 신도들이 공덕을 쌓게 해주는 것이므로 인사하지 않는다. 길게 열을 지어 음식을 바치고, 받는 그 광경을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아침부터 엄청나게 많다. 처음에는 경건하던 분위기가 어느샌가 관광상품처럼 되었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진짜 불교 신도고, 그런 마음이 있다면 딱밧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지만, 한 갓 사진 찍는 대상으로 그들을 대하고 플래시를 터트리고 스님 옆에서 자기 인증 사진 찍는 모습은 무례하게 비친다.

“루앙프라방 가는 길”
그동안 라오프라방은 오지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비행기를 타면 40분 정도 걸리지만 버스를 타고 가면 8시간 넘게 걸렸었다. 그리고 한때 몽족 반군이 지나가는 버스에 총격을 가한 사건도 있었고 2016년에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루앙프라방–방비엥 도로를 달리는 차에 총격을 가한 적도 있었다. 루앙프라방은 안전한 곳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그런 위험이 가끔 있었다. 또 고불고불 산길이 험해서 차멀미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한국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 오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아이들이 차멀미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되었다. 또한 태국 북부를 여행하고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까지 오려면 슬로 보트는 1박 2일이나 걸렸었다.
그런데 2023년 현재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까지 우리나라 KTX 수준의 고속열차가 달리고 있다. 단 두 시간 만에 돌파하니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때는 동남아 어디나 비슷하지만 우기는 피하고 건기인 11월부터 2월 사이가 여행하기 좋다. 그래도 루앙프라방은 더운 곳이니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고 한낮에는 쉬다가 저녁나절부터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한낮에 낮잠을 자거나 빈둥거리며 쉬는 것도 동남아 여행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