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의 풍경이 펼쳐지는, 세계 최고의 밀포드 트랙
뉴질랜드 남섬의 끝에 있는 피오르(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있는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은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길이다. 100여 년 전, ‘런던 ‘스펙테이터(London Spectator)’지에서 시인 블랜치 본(Blanche Baughan)은 밀포드 트랙을 ‘세계 최고의 하이킹 트랙’으로 선언했었다. 또한 영국 BBC방송은 죽기 전에 걸어야 할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밀포드 트랙을 선정했었다. 총 길이 53km의 이 길은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와 청정 호수 그리고 장대한 계곡을 품고 있다. 또한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폭포인 서덜랜드 폭포가 있어서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배경이 펼쳐진다.
“밀포드 트랙의 매력”
뉴질랜드는 1억 년 전 다른 대륙과 분리되어 고립되는 바람에 고대 동식물이 독특한 자연환경 속에서 진화해왔다. 이곳은 북반구의 자연과 확연히 다르다. 북반구의 자연은 히말라야든, 알프스든 사람들의 신화와 삶이 배어들어서 푸근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다른 세계처럼 다가온다. 장엄한 자연은 인간에 의해 때묻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광할함과 웅장함을 드러내서 인간들을 압도한다. 경외심마저 든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이곳에서 촬영한 이유일 것이다. 광활한 평야와 웅장한 산맥, 깊고 깨끗한 호수, 여기 저기 솟아나는 온천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 들고 특히 인간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는 트레커들에게 밀포드 트랙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밀포드 트랙의 진수는 폭포다. 1년에 비가 오는 날이 200일에 달하고 1년 평균 강우량이 7미터나 되기에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쉽게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기가 막힌 풍경을 볼 수 있고 폭포물은 늘 웅장하다. 혹시 비라도 오면 비를 맞는 가운데 격렬한 폭포 물줄기를 바라보는 짜릿한 감흥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경험이 된다. 가파른 산기슭을 걸어가며 폭포를 보고 웅장한 협곡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밀포드 트랙의 매력이다.
“피오르(피요르드)랜드 국립 공원”
피오르(피요르드) 랜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다. 생태적 중요성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199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습한 지역 중 하나다. 풍부한 강수량과 적당한 온도로 인해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는 울창한 밀림지대가 형성되었다. 뉴질랜드 전역에 펴져 있는 ‘Great Walks’라 불리는 9개의 등산로 중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이다. 그 외에도 루트번, 케플러 등의 트랙이 피오르 랜드 국립공원 안에 있다. 특히 밀포드 트랙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과 수십 개의 폭포, 초원을 지나는 빼어난 길이다.
“밀포드 트랙의 과정”
트레킹은 글레이드 부두에서 시작하여 샌드플라이 곶에서 종료되고 총 3박 4일이 소요된다. 우선 테 아나우의 숙소에서 차를 타고 테 아나우 다운으로 이동한다.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곳에서 보트를 타고 테 아나우 호수의 북단에 위치한 글레이드 부두로 이동한다. (1시간 15분 소요). 그때부터 트레킹을 시작하여 4박 5일 후, 샌드플라이 곶에서 끝난다. 샌드 플아이에서 보트를 타고 밀포드 사운드로 이동한 후(20분 소요) 버스를 타고 테 아나우 또는 퀸스타운으로 돌아가면 된다.
첫째 날은 글레이드 부두에서 숙소까지 걷는 약 5km의 길
출발지 테아 나우 다운(Te Anau Downs)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처럼 넓은 아름다운 호수를 건넌다. 테 아나우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 빙하의 침식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호수를 건너면 글레이드 부두다. 여기서부터 트레킹이 시작된다. 1km 정도 걸으면 숙소 글레이드 하우스가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클린턴 허트가 나온다. 숙소 부근에는 수영할 수 있는 웅덩이가 여러 곳 있다.
둘째 날은 글레이드 하우스 혹은 클린턴 허트 > 폼폴로나 롯지 혹은 민타로 허트, 16.5km
다음날 폼폴로나 롯지, 혹은 민타로 허트까지는 약 16km다. 클린턴 강을 따라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끼 가득한 습지대를 통과해서 계속 가면 클린턴 강의 수원인 아름다운 민타로 호수에 닿는다. 길을 걷는 동안 4계절을 모두 만나볼 수 있고 다양한 식물과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고요한 숲 속을 걷다 보면 숲의 요정이 어디선가 나올 것만 같다. 울창한 숲을 빠져나오면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초원이 펼쳐지고, 절벽에서 쏟아지는 히레레 폭포가 나온다. 폭포를 지나 굽은 길을 돌아 나가면 매키넌 고개와 폼폴로나 빙원이 보인다. 그리고 폼폴로나 롯지 혹은 민타로 허트에 다다른다.
셋째 날, 폼폴로나 롯지 혹은 민타로 허트 > 퀸틴 롯지 혹은 덤플링 허트, 14km
셋째 날부터는 숨가쁜 오르막이 시작된다. 매키넌 패스까지 지그재그로 나 있는 숲길을 통과하면 고지대의 초원이 나타난다. 수많은 야생화로 뒤덮인 꽃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밀포드 트랙의 최고점인 매키넌 패스의 정상(1154m)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1888년 처음 밀포드 트렉을 구축한 맥키논과 미첼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기가 막히다. 투명한 민타로 호수에 비친 매키넌 패스는 마치 데칼코마니 작품 같다. 바람을 맞으며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 꿈인가, 현실인가 하는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 구름이 멀리 발 아래서 흘러가고 주변에는 야생화들이 가득하다. 이런 풍경을 보면 고생하면서 온 보람을 느끼게 된다. 고통을 참아가며 산에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부터는 내리막길이다. 푸른 이끼로 뒤덮인 우림 지대를 통과하여 벌룬산 자락과 빙하를 지나 로링번 강 옆으로 난 나무 데크길을 따라 걸으며 여러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매키넌 패스의 정상에서 다음 숙소까지의 거리는 약 8km인데 곧바로 숙소로 가는 이들도 있지만 체력이 있는 도전적인 사람들이라면 중간의 샛길로 빠져서 서덜랜드 폭포를 보고 온다. 왕복 6킬로미터 정도의 길을 더 걸으니 모두 합해 하루에 20킬로미터를 걷게 되지만 뉴질랜드에서 가장 낙폭이 크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는 서덜랜드 폭포(580m)를 빠트릴 수는 없다.
퀸틴 롯지에 짐을 풀어놓고 서덜랜드 폭포까지 간다. 그 앞에 서면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580미터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물보라가 온몸을 적신다. 폭포 물소리, 장엄한 광경, 물보라에 압도당하며 힘들게 이곳에 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여러 빙하에서 발원한 폭포수가 퀼 호수에서 흘러내려 지상까지 3단에 걸쳐 떨어지는 폭포 앞에 서면 영화 ‘반지의 제왕’ 속의 다른 세계에 온 황홀한 기분이 든다. 다시 돌아가서 퀸틴 롯지에서 숙박을 하거나 조금 더 걸어 덤플링 허트에 도착한다.
넷째 날, 퀸틴 롯지 혹은 덤플링 허트에서 샌드플라이 곶까지, 18km
하이킹의 마지막 날로 계속 밀림지대, 아서강, 먁캐아 폭포를 비롯한 여러 폭포를 지난다. 현수교를 지나며 협곡의 개울들을 감상하는 가운데 트랙의 마지막 폭포인 자이언트 게이트 폭포를 지난다. 그 후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면 샌드플라이 곶이 나온다. 이곳이 밀포드 트랙의 종착점이고 이곳에서는 매일 오후 2시 또는 3시 15분에 밀포드 사운드로 향하는 보트가 운행된다.
“밀포드 트랙의 숙소와 예약”
밀포드 트랙에는 자연보호부(Department of Conservation)가 운영하는 3곳의 공공 허트와 3곳의 사설 롯지가 있다. 사설 롯지는 비싸지만 편하고 식당, 샤워 시설이 되어 있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가이디 투어’는 고급 숙소인 롯지에서 자는데 식사가 해결되고 몸을 씻을 수 있으므로 가볍고 쾌적하게 트레킹 할 수 있다. 반면에 허트는 싼 대신 대피소 같은 시설로 개별 여행자들이 이용한다. 기본적인 이층 침대와 주방만 있다. 샤워 시설은 없다. 각자가 3박 4일간 먹을 것을 모두 가방에 넣어서 갖고 다니기에 짐이 무거워지고 샤워도 못하면서 간다.
이 트랙에서는 캠핑이 허용되지 않기에 숙소를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이곳은 1년 중 10월에서 4월말까지 개방되며 6개월 전에 예약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가이드 트레킹(Guided Trekking)은 1일 50명으로 제한하고 가이드 없는 개별 트레킹(Independednt Trekking)은 1일 40명으로 제한하기에 숙소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모든 트레커들은 오직 남쪽에서 북쪽으로만 걸을 수 있고, 정해진 곳에서만 숙박해야 하며 캠핑이 허용되지 않는다. 불을 피울 수 있는 어떠한 것도 반입을 금하며 각자의 쓰레기는 모두 갖고 나와야 한다. 숙소에는 화장실이 있고, 길 중간에도 적절하게 화장실 설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