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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가 발견된 터키의 변방 도베야짓

Unsplash의World Wanderer

3세기 후반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여러분에게 말하건대, 대 아르메니아의 높은 산에 노아의 방주가 있다. ‘노아 방주의 산’이라 불리는 이 산꼭대기에는 늘 엄청난 양의 눈이 쌓여 있어 아무도 올라갈 수 없다.” 마르코 폴로가 기술한 그 산은 현재 터키 동부에 있는 해발 5185m의 아라라트 산을 가리킨다. 이 기록을 본 많은 서양 사람들은 가슴을 설렜고 19세기에는 노아의 방주를 보았다는 이도 나타났으나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그러다 1985년에 미국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파솔드는 “노아의 방주를 아라라트산이 아닌, 그 근처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 현장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도베야짓 가는 길”
서부의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 갈 경우 터키를 동서로 횡단하게 되는 셈이다.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면 동부의 에르주룸(Erzurum)이란 도시까지 약 20시간이 걸리고 그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5시간 정도 더 동쪽으로 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면 이렇게 시간이 걸리지만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타면 에르주룸까지 금방 갈 수 있다. 길은 멀지만 풍경은 환상적이다. 물결처럼 끝없이 굽이치는 구릉과 초원을 따라 하염없이 가다 보면 갑자기 하얀 눈으로 뒤덮인 거대한 아라라트산 봉우리가 나타난다. 그 장엄한 모습을 보는 순간 ‘드디어 왔구나’라는 감동이 밀려온다. 아라라트 산 근처에 도베야짓이란 국경 도시가 있다. 도베야짓에서 동쪽으로 30분쯤 더 가면 이란과의 국경이 나오니 이곳은 터키의 끝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노아의 방주’ 흔적일까?”
그곳에서 숙소를 잡은 후, 현지 여행사에 부탁하면 차량을 대절해서 주변 관광지와 노아의 방주가 있는 곳을 돌아볼 수 있다. 노아의 방주로 가는 길에 절벽 위 우뚝 솟은 이삭파샤 궁이란 곳이 있다. 이 궁은 17세기 무렵 이 지방을 다스리던 쿠르드족의 왕이 건립했는데, 절벽 앞에 서서 황량한 벌판과 멀리 솟구친 산을 바라보면 세상의 끝에 다다른 것만 같다.
노아의 방주 흔적은 세상의 끝 언저리에 있다. 이삭파샤 궁에서 산길을 돌고 돌면 ‘노아의 방주 국립공원’이란 영어 팻말 옆에 조그만 전망대가 나오고 건너편 언덕에 현장이 있다. 처음에 보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배가 아니라 흙이 도드라져서 거대한 배 모양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1985년 미국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파솔드와 탐사단은 그곳의 흙에 섞인 금속과 나무 성분이 주변의 흙에 비해 3배나 높다면서 각종 가설과 상상도를 그곳에 전시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대홍수 시절, 노아의 방주는 아라라트 산에 걸쳐 있었고 훗날 물이 빠지면서 이곳으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구약 창세기에 나오듯이, 노아가 자신의 가족과 세상의 동물들 한 쌍과 식물들을 싣기 위해 만들었던 방주는 얼마나 컸을까? 성경에는 길이가 300큐빗, 너비가 50큐빗, 높이가 30큐빗이라고 나오는데 큐빗이란 손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를 말한다. 정확히 계산하기 힘들지만, 1큐빗을 45㎝쯤으로 계산하면 길이는 135m, 폭은 22.5m, 높이는 13.5m가 되며 이곳에서 발견된 흔적과 비슷한 크기라고 한다. 그것을 노아의 방주라 믿고 현장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판자들은 노아의 방주는 아마도 거대한 나무 상자 같은 형태의 배였을 것이고 5000∼6000년 전의 기술로 저런 유선형의 배를 만들 수 없다고 의심한다. 또한 5000∼6000년 정도의 세월이라면, 배의 흔적이 더 남았어야지 저렇게 흙무더기만 남을 리는 없다고 비판한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쿠르드족인데 그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그들의 경전 ‘쿠란’에도 대홍수 얘기가 실려 있고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곳은 ‘주디산’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그 산이 아라라트 산을 말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모두 믿고 있는 것은 한때 이 지역이 물에 잠겼으며 노아의 방주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믿음이 아니더라도 영국의 인류학자 프레이저에 의하면 세상의 수많은 문화권과 종족들의 신화에는 대홍수 얘기가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대홍수는 분명히 이 세상에 있었던 것 같다.

“도베야짓 가는 방법”
서부에서 동부까지 오랫동안 여행하는 길이라면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그러나 이스탄불에서 이곳을 목적으로 온다면 비행기를 타는 것이 낫다. 비행기로 일단 에르주룸으로 간 후, 거기서 버스를 타고 5시간 가면 도베야짓이 나온다. 가는 길에 동부 해안도시 트라브존(Trabzon)을 구경한다면 처음부터 트라브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구경한 후, 다시 에르주룸으로 나와 도베야짓까지 가면 되낟. 트라브존에서 에르주룸까지는 버스로 약 6시간 정도 걸린다. 도베야짓은 조그만 마을이지만, 터키와 이란을 오가는 여행자들이 많이 드나들어 숙소와 식당들이 많다. 근처에는 다른 유적지도 있는데 모두 돌아보려면 여행사를 통해 차량을 빌러 가이드와 함께 가면 된다. 아라라트산 트레킹도 여행사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