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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거리에서 살아남기

c.pixabay.com/users/travelphotographer

인도의 현실 못지않게 인도에 대한 소문도 극단적이다. 인도가 너무 좋다는 평도 있지만 사람이 살 곳이 안 된다, 여행할 곳이 아니라는 극단적인 평도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 진실은 현실과 자기 마음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거린다. ‘인도 거리에서 살아남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은 결국, 인도 거리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뭘까?

“인도 거리 걷기를 힘들게 하는 것들”
인도에는 거리가 엄청나게 많아서 한 마디로 ‘인도 거리’라 표현하기 힘들다. 그러나 ‘외국 여행자’로서 어디를 걷든 비슷하게 만나는 것들이 있다. 우선 어딜 가나 공기가 좋은 편이 아니다. 매연 때문이든, 비포장 도로의 먼지 때문이든, 더운 공기 때문이든 대도시의 공기는 대개 탁한 편이다. 그리고 대개는 동냥을 하는 거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꼴카타, 뭄바이 등의 대도시가 특히 더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날 수 있다. 거지들이 외국 여행자들을 찾아다니기에 더 심하게 느낀다. 그들은 한두 번 거절당한다고 물러가는 것이 아니라 아주 끈질기게 쫒아 다닌다. 가끔은 간난 아이를 품에 안은 여인들이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 종종 길을 잘못 가르쳐 주거나, 일부러 골탕 먹여서 헤매는 경우도 많다. 한번 물어보면 안심이 안 되어서 몇 번이고 계속 물어가면서 다녀야 한다. 어디 사람만 괴롭히나? 가끔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길을 막고 서 있는 소 엉덩이에 부딪히기도 하고, 싸는 통이 튀기기도 한다. 호시탐탐 노리며 바나나 같은 것을 노리는 원숭이들도 있고, 집없는 개들이 괴롭히기도 한다. 사이클 릭샤나 오토 릭샤 운전수들과 가격 흥정을 벌이고, 바기지를 씌우고, 뺑뺑이를 도는 것은 기본적으로 겪는 것들이다. 이런 시달림을 당하다 보면 신경은 곤두 서고, 인도는 여행할 곳이 아니며,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사기꾼 같고, 인도 거리는 걸을 곳이 못 된다.

“인도 거리에서 감동하는 것들”
인도 거리에는 또한 감동시키는 것들도 너무나 많다. 종종 길거리에서 채소를 팔거나, 차를 파는 상인들의 선량한 눈빛, 빨려들 것 같은 아이들의 호수 같은 눈빛, 감자 몇 개 놓고, 벌거벗은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감자와 채소를 파는 노인의 모든 것을 초탈한 듯한 눈빛 등은 여행자들을 감동시킨다. 눈빛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눈빛 속에 선함과 친절과 순수함이 다 담겨 있다.
길거리에는 거리 노점에 앉아서 달걀을 팔고, 노트, 연필을 팔면서 책을 보며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 모습을 보면 감동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겠나? 작은 거스름돈을 안 받고 돌아서서 가다 보면 뒤늦게 쫒아와 툭툭 치며 꼬깃꼬깃 접은 잔돈을 주는 아이도 있고, 집이 없어 홀어머니와 함께 신전에 살면서 하루에 한두 끼를 먹으면서도 ‘노 프로블럼’ 하고 외치는 맑은 눈빛의 10대 초반의 아이들도 있다. 그들을 보면 삶과 인생과 자신의 탐욕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다. 불구가 되어 손을 다리처럼 짚고 다니면서 악착같이 동냥을 하는 걸인들의 모습 앞에서 또한 우리는 겸허해진다. 삶은 장난이 아닌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삶이 펼쳐지는 거리”
인도의 거리는 선진국의 거리처럼 결코 세련되지 않다. 더럽고, 지저분하고, 혼잡스러우며 정신을 못차리게 할 때도 있다. 뭄바이나 꼴카타의 거리에는 포대자루에서 쏟아진 콩처럼 사람들이 온 거리를 뒤덮는다. 그런 풍경 속에서 우리는 깔끔하고 세련된 거리를 선망하지만 일단 인도의 거리에 익숙해지고, 살아남게 되면 그 거리를 매우 사랑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삶’이 그곳에 부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화를 내며 지옥을 경험하고, 그 다음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가운데 천국을 경험하고, 또 그 다음은 지옥...천국...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가운데, 자신의 기준과 껍질이 깨지는 고통이 있지만, 어느 순간 자유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기준으로 성급한 판단을 뒤로 미룬 채, 참고 인내하며 사람과 상황을 응시하는 힘이 점점 자라나게 된다. 그것이 반복되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 가슴을 채워 온다. 인도의 거리와 사람들을 사랑 속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걸리고 아픔을 수반한다.
더 나아가 이제 소와 양과 까마귀와 개와 멧돼지가 뒤얽히고, 운 좋으면 거리를 행진하는 코끼리나 혹은 낙타를 보고, 원숭이와 바나나를 뺏고 빼앗기는 사건 속에서 혼란과 짜증이 아닌, 짜릿한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 인도를 사랑하게 되면 그렇게 된다. 그리고 계속 인도로 발걸음이 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