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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사파리를 할 수 있는 라자스탄의 자이살메르

c.pixabay.com/dezalb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과의 국경 멀지 않은 곳에 타르 사막이 있다. 이 광활한 사막 한가운 데 솟아 있는 자이살메르(Jaisalmer) 성벽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 기후, 일출과 일몰, 낙타 사파리등이 어우러진 자이살메르는 여태까지의 인도와 다른 풍경,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치 중세 어느 시절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도 든다.

“황량한 사막 풍경을 안고 있는 이국적인 라자스탄 지방”
인도 북서부의 타르 사막은 사하라 사막 같은 풍경은 아니다. 거대한 모래언덕이 흔하지 않고 황량한 벌판에 메마른 돌집들과 낙타들이 보이고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숨죽인 메마른 선인장과 뿌연 먼지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 타르 사막을 안고 있는 지역이 라자스탄주인데, 한반도의 1.5배 크기에 약 5000만 명이 살아서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인도의 여느 지역과 달리 인구 밀도는 그리 높지 않다. 라자스탄주는 황량한 타르 사막을 배경으로 핑크빛 도시 자이푸르, 낙타 축제로 유명한 푸슈카르, 호반의 도시인 우다이푸르, 인도에서 가장 큰 성이 있는 조드푸르 등 이국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관광 도시들이 많다.

“라즈푸트의 저항”
이곳은 현재 힌두교인과 이슬람교인들이 같이 살고 있지만 원래는 힌두교인의 땅이었다. 불교와 힌두교라는 종교를 배경으로 크게 성장했던 굽타왕조가 6세기에 멸망하자 라자스탄 지방에는 봉건제도에 기초한 소왕국들이 출현한다. 그리고 8세기부터는 서쪽에서 밀려 들어오는 이슬람 세력을 맞아 수많은 전투가 일어나는데, 이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던 이들이 라자스탄 지방을 다스려온 라즈푸트였다. 그들은 힌두교도로서 결코 항복하지 않고 이슬람 세력에 맞서 싸웠으며 부인들은 불에 뛰어들어 죽음을 택했는데 이런 사실들은 수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대한 이슬람 왕조 무굴제국이 북인도를 통일하자, 라즈푸트는 복종하면서 그들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라자스탄 지방의 ‘작은 왕’들은 위대한 왕 ‘마하라자(Maha Raja)’라고 불리면서 자신들의 영토를 다스려왔고 그들이 세운 성과 유적지들이 라자스탄주에는 많이 남아 있다. 영국이 이곳에 왔을 때도 라즈푸트들은 영국인의 환심을 산 후 지위를 보장받아 라자스탄주는 ‘왕들의 땅’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들의 특권은 새로운 인도 독립 후에도 유지되다가 훗날 인디라 간디 총리에게 빼앗겼지만 여전히 그들의 자부심은 이 땅에 남아 있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자이살메르”
라자스탄주에서 여행자들이 빠트리지 않는 도시가 자이살메르다. 이 도시는 어느 도시보다도 화려하고 강렬하다. 황금빛 고성과 원색의 사리를 두른 여인들, 터번을 쓴 멋진 콧수염의 사내들, 곳곳에서 들리는 구슬픈 라자스탄 민요등 여행자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이 많다.
자이살메르는 중세 때 인도와 유럽, 아랍, 아프리카 등을 연결하는 중계무역을 통해 번영을 이룩했고 이때 화려한 왕궁과 저택, 사원들을 건설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독립하고 뭄바이를 이용한 항로가 발달하면서 자이살메르는 점점 쇠퇴했다.
황량한 사막을 달려 자이살메르의 구시가지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뚝 선 자이살메르성이다. 1156년 라왈 자이살이 트리쿠타 언덕 위에 세운 80m 높이의 이 성안에는 마하 라자의 궁전과 자이나교 사원이 있는데, 그런 역사적 유적지보다도 더 매력적인 것은 성 안에 숨겨진 수많은 여행자 숙소, 성벽 길의 조그만 가게와 음식점들 그리고 거의 1000년 동안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다. 긴 세월 동안 성벽 속에 젖어든 그들의 삶과 분위기에 푹 빠지다 보면 문득 먼 과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수많은 귀족들이 지은 저택과 라자스탄 토속품점, 인형극을 공연하는 문화센터가 있으며, 근교의 사막에는 가디 사가르라는 인공호수가 있어서 색다른 풍경을 즐길 수가 있다.

“자이살메르의 대표적인 상품 낙타 사파리”
자이살메르의 가장 유명한 관광상품은 낙타 사파리다. 낙타 사파리는 하루 코스부터 1박 2일, 1주일 이상 되는 코스도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1박 2일이다. 낙타는 오래 타면 허벅지가 아프다. 낙타 사파리는 겨울철이 좋은데, 한낮의 따가운 햇살과 사막 위를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낙타를 타고 황량한 사막을 지난다. 흙으로 만든 토담집에 볼품없는 마을도 나타나고 주민들과 여행자들은 서로를 구경한다. 자이나교 사원과 왕족들의 무덤들 그리고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마을들을 지나치다 보면 어느새 훌쩍 하루가 간다.
저녁이 되면 지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을 바라보며 거대한 모래언덕 위에 잠자리를 만든다. 낙타 몰이꾼들은 잡목을 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차파티(밀개떡)에 카레, 채소를 넣고 끓인 스프, 차이 한 잔으로 저녁을 먹는다. 낙타 몰이꾼의 노래를 듣노라면 어느샌가 캄캄한 밤하늘에는 별들이 금싸라기처럼 빛난다. 만약 그날이 보름이라면 사막의 지평선 위에서 쟁반처럼 둥근 달이 둥실 떠오르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모래에 누워 온몸으로 젖어드는 달빛을 느끼면서 사막의 적막함에 귀 기울이다 문득, ‘락, 락, 락….’하는 낙타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절대자와 대면하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 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그 고독하고 환상적인 사막의 밤은 어디서나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세상의 수많은 여행자들은 오늘도 계속 타르 사막을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