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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부터 로마까지의 순례길, 비아 프란치제나

c.plxabay.com/ le decodeur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는 영국의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출발해 프랑스와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가는 이어지는 고대 도로이자 순례길이다. 이탈리아어로 ‘Via Francigena’는 ‘프랑스에서 오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 길은 유럽인들이 중세 시대에 교황정과 사도 베드로와 바울의 무덤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걷던 순례길이었다. 우리에게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많이 알려져 있는제 이제 차차 비아 프란치제나를 걷는 여행자들도 생기고 있다.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유래”
중세 시대에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는 북쪽에서 로마로 향하는 주요 순례길이었다. 포장되거나 적절한 간격을 두고 말을 갈아탈 수 있었던 편한 도로가 아니었다. 수세기에 걸쳐서 순례자들이 오가면서 형성된 순례길이다. 순례길에는 다양한 경로가 생겼고 계절, 정치적 상황, 길을 따라 위치한 성지의 상대적인 인기에 따라 변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에는 로마의 일반 도로와 달리 순례길인 ‘비아 프란치제나’는 도시를 연결하지 않고 수도원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는데 지금은 도시와 마을을 통과하고 있다.
이 길을 오간 사람 중에 990년경 캔터베리 대주교인 시제릭(Sigeric)이 팔리움을 받기 위해 로마를 오가면서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길을 이용한 후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팔리움(Pallium)은 가톨릭에서 고위 성직자들 두르는 어깨 장식 띠를 말한다. 시제릭 대주교는 약 2,000km를 80단계로 나누어 기록했고 현재의 80단계와는 조금 차이가 난다. 어쨌든 ‘비아 파란치제나’를 정식으로 걷길 원하는 순례자들은 지금도 영국의 켄터베리에 있는 캔터베리 대성당의 남쪽 현관에서 출발하고 있다. 순례자 여권은 캔터베리의 비니 박물관이나 대성당 안내소에서 구할 수 있고 각 지역의 순례지에서도 구할 수 있다.

“비아 프란치제나의 경로”
영국 캔터베리(Cantervery) 대성당을 떠난 순례자들은 셰퍼즈웰(Shepherdswell)로 간다. 약 17km의 거리로 쉬운 코스다. 그후 도버(Dover)까지 가는 것도 어렵지 않은 코스로 14km 정도다. 그곳에서 해협을 건너 프랑스의 솜브레(예전에는 수메란이라 불렸다)에 상륙한다.
그리고 기네스를 거쳐 'GR145' 길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고, 스위스의 도로 ‘70’을 거쳐 이탈리아로 내려가 로마까지 간다. 현대인들은 로마에서 대개 순례길을 멈추지만 과거의 순례자들은 더 욕심을 내서 남동쪽으로 향하는 비아 프렌치제나 수드(Via Francigena Sud) 길을 따라 약 700km를 더 가 풀리아(Puglia)주의 브린디시 항구로 간 후, 거기서 배를 타고 그리스와 터키를 거쳐 예루살렘까지 갔었다. 그야말로 대순례의 길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 길까지 가는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다면 모를까, 또 정치적, 군사적으로 위험이 있어서 갈만한 길은 아니다. 현재는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에서 순례의 길을 끝낸다.
사실 영국에서부터 약 2000km를 걸어서 로마까지 온다는 것은 시간도, 체력도 힘든 길이다. 이탈리아 구간이 약 1,000km로 가장 긴데 많은 사람들은 그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고 걷기 좋은 루카에서 시에나까지 6, 7일 동안 약 130km 정도를 걷는다. 도전적인 사람은 거기서 약 270km를 더 걸어서 로마까지 간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시에나에서 로마까지는 대략 2주일 정도 걸리므로 루카에서 시작한다면 로마까지 약 3주일이 걸리는 길이다.
(거리와 시간을 ‘약’이라고 표시한 이유는 자료마다 측정치가 약간씩 다르며 걷는 기간도 각자의 체력에 따라 다르고, 또 숙박하는 곳도 자기가 정하기 나름이기에 다만 참고로 하고, 각자의 코스와 루트를 짜는 것이 좋다. 충분한 휴식, 그리고 도시나 마을 구경을 위해서도 이른 오후에 도착하도록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가장 아름다운 구간, 루카에서 시에나까지”
루카(Lucca)에서 시에나(Siena)까지는 토스카나 지방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마을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 펼쳐져서 인기가 좋다. 루카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면 약 1시간 반 후에 도착한다. 루카에 도착하면 우선 기차역 근처의 여행자 센터에서 순례자 여권과 안내 책자를 사면 도움이 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성곽과 유적지들이 잘 보존되어 ‘예술의 도시’로 알려진 루카는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도시다.
루카에서 다음 여정인 알토파시오(Altopascio)까지는 평평해서 걷기가 쉽다. 18km의 길이지만 젊거나 걷기에 능숙한 사람은 4, 5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카판노리(Capannori)와 포르카리(Porcari) 마을과 작은 교회를 지나게 되면 알토파시오가 나온다. 이곳에서 다음 여정지인 푸체키오까지는 약 20km를 더 가야 하는데 중간에 숙소가 없으므로 알토파시오에서 1박하는 것이 좋다. 알토파시오는 '빵의 마을'로 알려져 있고 전통적인 빵을 만드는 곳이다.
다음날 알토파시오에서 산미니아토까지는 29km를 걸어야 한다. 이 구간은 처음에는 좀 삭막하다. 마을이 없다. 막막한 인적 없는 숲길을 지나고 차도도 걷는데 중간에 나오는 푸체키오는 과거 로마 시절이나 지금이나 순례자들이 꼭 들러야 만하는 곳이다. 이곳의 구시가지 비토리오 베네토 광장은 활기차다. 이곳을 벗어나면 시골길이 펼쳐진다. 온트라이노(Ontraino)라는 작은 마을까지 걷는 동안 밀밭과 사이프러스 나무가 이어지는데 평화로운 길이다. 계속 걷다 보면 ‘산 미니아토’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또 1박을 하게 된다.
산 미니아토(San Miniato)에서 감바씨 테르메 까지의 24km 구간에는 마을이나 식당 카페가 귀하므로 물과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참나무, 밤나무, 올리브 숲, 포도밭을 지나가는 중간에 치아니(Chiannu) 마을 지나 조금 더 가면 감바씨 테르메가 나온다. 감바씨 테르메에서 1박을 하고, 그곳에서부터 산 지미냐노( San Gimignano)까지 가는 14km의 길은 비교적 짧고 경치가 아름답다. 유명한 키안티 포도원을 지나면 산 지미냐노가 나온다.
산지미냐노는 활기찬 관광지로 중세시대나 지금이나 많은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오는 곳이다. 이곳에서 1박을 한 후,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에서 몬테리지오나(Monteriggioni까지 27km의 구간은 처음에는 오르막길이 있어서 힘들지만 그것을 통과하면 긴 내리막길과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몬테리지오나 근교의 높은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토스카나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 말할 수 있다. 몬테리지오나에서 1박 한 후, 다음날 시에나까지 가는 21km 구간에는 숲길이 많다. 시에나는 아름답고 화려한 중세 시절의 건물들이 들어서 번화하고 유명한 관광지다. 많은 여행자들이 시에나에서 발길을 멈춘다. 가장 멋진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적인 여행자들은 시에나에서 로마까지 약 270km의 길을 2주일간 더 걸어간다. 그 길은 이전의 토스카나 지방처럼 아름답지 않고 불편한 도로도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로마에 입성하는 순간 약 400km를 다 걸어 냈다는 성취감에 감격하게 된다.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순례자 인증서”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순례자 인증서(Testimonium)를 받으려면 로마, 바티칸에 도착하기 전, 100km 지점부터 걸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서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만족시키려면 최소한 ‘비테르보’에서부터 도장을 받아야 한다. 토스카나에서부터 계속 받아왔더라도 이 구간부터는 꼭 빠트리지 말고 받아야 한다. 이것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슷한 방식이다.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을의 호텔, 레스토랑, 교회 및 수도원에서도 찍어 준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해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에는 저렴한 순례자 숙소가 많지는 않은 편이고, 어느 구간에서는 묵을 숙소나 식당 사정이 안 좋은 경우도 있으니 가기 전에 미리 숙소, 식당 사정들을 파악하여 적당한 구간을 정하고, 호텔이나 B&B에 미리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