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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 프란치제나의 마지막 100여km, 비테르보에서 로마까지

Unsplash의Bernardo Ferrari

로마까지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길을 걷는 사람들이 순례자 인증서(Testimonium)를 받으려면 로마, 바티칸에 도착하기 전, 100km 지점부터 걸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을 만족시키려면 최소한 ‘비테르보’에서부터 도장을 받아야 한다. 토스카나에서부터 계속 받아왔더라도 이 구간부터는 꼭 빠트리지 말고 받아야 한다. 비테르보에서부터 로마까지가 약 100여km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슷한 방식이다.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을의 호텔, 레스토랑, 교회 및 수도원에서도 찍어준다.

“비테르보(Viterbo)에서 로마(Roma)까지”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을 영국의 캔터베리 대성당 앞에서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혹은 아름다운 구간인 토스카나 지방의 루카(Lucca)에서부터 시작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로마에 입성하는 순간의 성취감을 맛보고 순례 인증서를 받고 싶다면 로마로부터 적어도 100여km 떨어진 비테르보(Viterbo)에서부터 걷고, 매일 묵는 곳의 호텔, 성당, 수도원, 레스토랑 등에서 도장을 받아야 한다.
평균 20km를 걸으면 5일 정도 걸리는 이 길에는 숲과 경치 좋은 언덕들과 오래된 작은 마을들이 있다. 시장도 거치고, 마을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로마에 가까워질수록 중세 시절의 흔적보다 고대 로마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탈리아 중부, 북부의 토스카나 지방, 피렌체, 피사는 중세에 꽃이 핀 도시였다면 로마는 고대 문명의 요람이었다. 그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차가 씽씽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만 있는 삭막한 길도 걸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싫어서 버스를 타고 가는 순례자들도 있다. 풍경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모르겠지만 도전적인 여행자들, 혹은 종교적인 태도를 가진 순례자들은 힘들어도 참고 걷는다. 그러다 중간에 만나는 현지인들, 여행자들의 응원도 받아 가며 감격하고, 로마에 입성하는 순간 드디어 ‘해냈다’는 만족감이 밀려온다.

“비테르보(Viterbo) – 베트랄라(Vetralla)”
비테르보에서 다음 행선지 베트랄라(Vetralla) 까지는 18km를 걷는다. 비테르보는 중세풍의 건물들이 들어서 역사적인 도시로 구시가지의 성문 중에서 파울 성문(Porta Faul)을 통과해 나가면 신시가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우회해서 고대 로마 시대의 다리를 보고 가려면 약 4km 정도를 우회해야 한다. 계속 길을 가면 평지의 숲길이 나오고 Villa Lante의 환상적인 정원이 있는 La Quercia 및 Bagnaia의 아름다운 수도원을 지나게 된다. 그후 주요 도로를 피하고 완만하게 구불구불한 언덕을 가로질러 작은 언덕을 오르면 베트랄라(Vetralla)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노인들이 많이 보이는 한적한 시골 마을인데 올리브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베트랄라(Vetralla) – 수트리(Sutri)”
이곳은 약 24km의 길이다. 베트랄라(Vetralla)에서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순례길을 걸어 수트리(Sutri) 마을로 가는 동안 거대한 숲길을 지나고 농경지를 지나간다. 계속 걷다 보면 카프라니카(Capranica) 마을이 나타난다. 주변에 비코 호수가 있어서 로마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곳을 지나 얼마 안 가면 멀리 절벽 위에 있는 수트리(Sutri) 마을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수트리의 고고학 공원에는 에트루리아의 무덤과 콜로세움같은 로마의 원형 극장 등 그 시절의 유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에트루리아인들은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무렵까지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에 있던 고대국가이다. 이들은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지만 앞선 고대 문명을 갖고 있던 사람들로 초기 로마에 많은 영향을 미친 문명이다. 지금 수트리는 작은 도시지만 로마 시절에는 로마 근교에 있던 웅장했던 도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트리에는 13세기에 건설된 산타마리아 아순타 성당이 중심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성당은 수트리이에 들르는 사람들이 찾게 되는 이 성당은 바닥 모자이크 장식이 인상적이고, 지하에 예배당이 있다.

“수트리(Sutri) – 캄파냐노 디 로마(Campagnano di Roma)”
이 구간은 28km를 걸어야 한다. 수트리에서 아름답고 험준한 라치오 시골을 가로지르는 길에는 수많은 개울, 폭포, 연못이 있다. 중간에 몬테로시(Monterosi)라는 마을을 지나 계속 무성한 초목 사이를 걷다 보면 트레야 공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식사도 하면서 쉬어 갈만하다. 몬테 젤라토 폭포와 강을 바라보며 많은 이탈리아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계속 길을 가면 드디어 멋진 중세 건축물이 있는 작은 마을 캄퍄냐노 디 로마( Campagnano di Roma)가 나온다. 이곳에는 분수대와 식당이 있는 아늑한 구시가지 광장과 시민들이 거니는 활기찬 신시가지 광장이 있다.

“캄파냐노 디 로마(Campagnano di Roma) – 라 쥬스티니아나(La Giustiniana)”
이 길은 약 27km를 걸어야 하는데 아스팔트 도로가 계속 이어지는 길이다. 차들이 달리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위험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소르보(Sorbo) 성역은 한적한 골짜기고 나무 십자가들도 보인다. 이 근처는 야생 동물 보호 구역이어서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중간에 들르는 포르멜로라는 마을은 활기차고 이 도시의 유적이 있는 베이(Veii) 고고학 유적지도 통과한다.
라 스토르타(La Storta) 마을에 도착하면 어수선한 삶의 현장이 펼쳐진다. 고층 아파트들, 허름한 낮은 주택들, 좁은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차들이 번잡하다. 드디어 로마라는 대도시 근처에 다가왔음을 실감하는 곳이다. 라 스토르타에서 묵는 여행자들도 있지만 2, 3km 더 가서 라 쥬스티니아나에서 쉬는 사람들도 있다.

“라 쥬스티니아나(La Giustiniana) – 로마(Roma)”
이 구간은 약 15km를 걸어야 한다. 비아 트리온팔레에 다다르면 드디어 어수선한 도시의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서부터 몬테 마리오(Monte Mario) 언덕까지 걸어 올라가면 웅장한 로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곳에서 길을 따라 로마로 내려갈수록 가슴이 벅차 오른다. 계속 걸어서 드디어 로마,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 앞의 광장 앞에 다다를 때, 어떤 이들은 감격에 겨워하지만 어떤 이들은 담담할 수도 있다. 다 끝났다는 후련함과 함께 허전함 같은 것도 깃든다. 순례자 증명서는 바티칸 시르레스티아 사무실(Ufficio della Sagrestia)에 가서 받을 수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걸었던 이들은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 무릎을 끓고 기도를 한다. 그제야 감동이 밀려올 것이다. 그리고 흥겨운 로마 탐험이 시작된다. 순례의 길을 걸었기에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