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잘못 알고 있는 고산병 상식
트래블 저널
고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늘 비슷한 조언이 따라온다. 물은 억지로라도 많이 마셔야 하고, 고산병 예방에는 비아그라가 필요하며, 카페인은 피해야 한다는 말들이다. 히말라야 14좌에 도전했던 전문 등산가들조차 비아그라를 필수처럼 이야기하고, 현지 가이드들 역시 물을 많이 마셔야 고산병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에서는 잘 먹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삼겹살 같은 고지방 식사를 준비하기도 하고, 샤워는 절대 하면 안 된다는 말도 흔하다. 이런 조언들은 반복되며 어느새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실제 고산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우리의 통념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물 섭취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많이 마시면 산소 공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산소는 물이 아니라 오직 호흡을 통해서만 체내로 들어온다. 물론 고산지대는 건조하고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탈수를 막기 위한 수분 섭취는 필요하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마시면 오히려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중 고락셉에서 베이스캠프를 왕복한 뒤 과도한 수분 섭취로 위에 남아 있던 물을 모두 토해낸 경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많이'가 아니라 '적절하게' 마시는 것이다.
식사 역시 마찬가지다. 고산에서는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다. 고지대 트레킹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고,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근육이나 체력이 아니라 호흡과 산소다. 몸속 산소를 최대한 아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속도를 평지의 절반에서 3분의 2 수준으로 낮추고, 과식을 피하며, 지방이 많은 음식보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 결국 고산에서는 “잘 먹는 것”이 아니라 “덜 먹고 덜 소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샤워에 대한 오해도 있다. 고산에서는 무조건 샤워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체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문제다. 추운 환경은 혈관을 수축시켜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반대로 지나치게 뜨거운 환경은 혈압을 떨어뜨려 산소 전달을 늦춘다. 따라서 난방과 온수가 부족한 3,500m 이상의 고산 롯지에서는 샤워를 피하는 것이 맞지만, 고산 도시의 호텔에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라면 미지근한 샤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침 시에도 체온이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도 3,000~4,000미터에서 나타나는 구토 역시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급성 고산병의 일반적인 증상으로, 두통과 식욕부진, 현기증과 함께 나타나며 대개 24~48시간 내에 호전된다. 문제는 이 증상을 과도하게 두려워해 서둘러 하산하는 경우다. 물론 증상이 악화되어 고소뇌부종이나 고소폐부종으로 진행된다면 즉시 하산해야 하지만, 단순한 구토만으로 여행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4,000~5,000미터 구간에서는 급성 고산병은 흔하지만, 심각한 단계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약에 대한 오해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비아그라를 고산병 예방약으로 알고 있지만, 이 약은 일반적인 고산병이 아니라 고소폐부종에만 효과가 있다. 저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두통 완화 정도의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급성 고산병 예방을 위한 약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예방에는 아세타졸아마이드가 사용되며, 이 약은 비아그라를 대체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약이다. 쿠스코나 킬리만자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같은 지역에서는 대부분 급성 고산병이 발생하지만 폐부종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비아그라를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에 가깝다.
아세타졸아마이드의 복용 방법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해발 2,500미터 이상에서는 125mg을 하루 두 번 복용하면 예방 효과가 있으며, 체중이 많이 나갈 경우 용량을 늘릴 수 있다. 고산에서 증상이 발생해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에는 의료 지침에 따라 용량을 늘려 사용할 수 있다. (보통 2배복용) 또한 진행 상황에 따라 덱사메타손이나 니페디핀 같은 약물이 각각 다른 형태의 고산병 (고소뇌부종, 고소폐부종)에 사용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어린이나 노인이 고산병에 더 취약하다는 근거는 없다. 연구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더 강할 가능성도 제시되었지만,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고등학생과 함께 킬리만자로를 등반했을 때도 큰 문제 없이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결국 고산병은 나이가 아니라 개인의 적응력과 환경에 더 크게 좌우된다. 카페인 역시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카페인의 이뇨작용이 산소를 떨어뜨린다는 오해가 있지만, 체내 수분과 혈액의 산소는 별개의 문제다. 일부 연구에서는 커피 한 잔이 산소포화도를 소폭 증가시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해 보면, 고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상식이나 통념이 아니라 몸의 산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물은 적절히 마시고, 식사는 가볍게 하며,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적절한 약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해발 2,500~3,000미터 이상에서는 아세타졸아마이드를 하루 두 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고산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결국 고산에서는 단순하다.“아세타졸을 먹은 사람과 안 먹은 사람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 상기 내용은 장영복 실장의 경험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