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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도 경찰청도 잘못 알고 있는 국제운전면허증 상식

외교부도 경찰청도 잘못 알고 있는 국제운전면허증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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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해석된 1949년 제네바 협약

나는 지난여름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알래스칸 하이웨이를 따라 렌터카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작은 마을을 지나던 중 속도위반으로 미국 경찰의 검문을 받았는데, 내 운전면허증은 'Driver's License'라는 영문이 작게 표시된 구형 대한민국 면허증이었고 국제운전면허증(International Driving Permit, 이하 IDP)은 소지하지 않았다. 미국 경찰은 내 한글 면허증을 경찰차로 가져가 조회를 한 뒤 아무 문제가 없다 판단하고, 속도위반에 대하여 단순 훈방 조치를 내렸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한국 면허증만으로도 해외에서 운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교부는 “대한민국은 도로교통에 관한 제네바협약 가입국으로, 우리나라 국제운전면허증은 제네바 협약 가입국 및 국제운전면허증 상호인정 협정 체결 국가 내에서 사용 가능하다”라고 안내하며, 해외 운전에 필수적이지 않은 국제운전면허증을 반드시 필요한 서류로 규정하고 정작 필요한 국내면허증은 보조서류로 격하시킨 잘못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제운전면허증은 제네바 협약국에서만 통용된다”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잘못된 규정이 공식 안내문에 버젓이 기재되어 있다. 나는 1988년부터 한국 면허증만 소지하고 수십 개국에서 렌터카를 운전해왔지만, 오직 일본과 프랑스만이 국제운전면허증을 요구하였다. 왜 이 두 나라만 자국 면허증을 인정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탐구한 끝에, 한국과 일본이 1949년 제네바 협약의 핵심 조항을 정반대로 번역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대한민국이 가입한 1949년 도로교통에 관한 제네바 협약 제24조에는 명확히 “국가 간 자국 운전면허증의 상호인정”이 명시되어 있다. 협약의 본질은 국제운전면허증의 상호인정이 아니라, 자국 면허증의 상호 인정이며, IDP는 단지 면허증의 번역이 필요하거나 비협약국 여행 시 면허증과 함께 휴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국제운전면허증은 각국 면허증(Driving Permit)의 국제 번역서류(International)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 내용을 해석하지 않고 'International'이라는 단어만 번역하여 '국제운전면허증' 國濟運轉免許證 (일본)이라 명명함으로써, 단순 번역문서가 실제 면허증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도 국민도 모두 국제운전면허증을 실제 면허증으로 오인하게 되었고, 한국의 행정체계는 지금까지 그 잘못된 인식 위에 서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1949년 제네바협약과 1968년 비엔나협약을 서로 별개의 독립 조약으로 해석해 또 다른 오류를 범했다. 사실 두 협약은 단절된 문서가 아니라 법적, 절차적으로 연속된 관계이며, 비엔나협약은 제네바협약의 현대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제네바 협약에 가입한 한 국가가 도로교통 체계를 비엔나 기준에 부합하게 현대화하면 비엔나 협약에 가입을 하고, 제네바 협약을 폐기·대체하는 구조다. 국제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이 제네바협약에서는 1년, 비엔나협약에서는 3년으로, 비엔나 협약에 가입을 하면 1년짜리 국제운전면허증을 폐기하고 3년짜리 국제운전면허증을 발행하라는 규정이지, 효력의 차이가 있다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엔나 협약국에서는 제네바면허증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허구의 해석을 만들어냈다.

현재 외교부, 각국 대사관, 한국도로교통공단, 경찰청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이러한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안내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은 1949년 제네바협약에 가입하였고, 대한민국 면허증은 제네바협약국, 비엔나협약국, 그리고 비협약국에서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둘째, 제네바 및 비엔나 협약의 운전면허 인정 대상은 장기거주자가 아닌 단기 여행자를 기준으로 한다. 셋째, 프랑스 등 불어권 국가에서는 불어나 전체적으로 알파벳 표기가 없는 구형 한글면허증의 경우 국제운전면허증 첨부를 요구할 수 있으며, 한 면이 영어로 병기된 신형 운전면허증은 IDP의 기능을 완벽히 대체한다. 넷째, 국제운전면허증은 면허증이 아니라 단순한 번역서류로서, IDP 단독으로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운전이 불가능하다. 다섯째, 중국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는 외국인 운전을 금지하고 있어 여행자도 현지 면허 취득이 필요하다. 여섯째, 일부 비 영어권, 비 협약 국가가 IDP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운전자에게 제공되는 안내 또한 수정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제네바협약국으로서 상호협약의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의 운전면허증을 인정하고, 단 'Driver's License' 표기가 없는 면허증에 대해서만 IDP를 요구해야 한다. 중국은 상호주의에 따라 중국면허증을 인정하지 않으며, 협약 미가입국 역시 원칙적으로 운전면허증을 인정하되 IDP 동반 소지를 요구할 수 있다. 100% 자국어 표기의 불어권 또는 한자문화권 면허증도 협약의 취지에 맞춰 가능한 한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현재의 신형면허증이 국제운전면허증 기능을 100% 대체하지만 매년 100만 건 이상의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하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왔다. 한국의 도로교통 인프라는 이미 현대화되어 비엔나협약 가입 요건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협약의 본질을 오도한 해석 탓에 가입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여전히 1년짜리 IDP를 발행하며 국민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있다. 국제운전면허증을 면허증으로 오인한 결과, 수많은 해외여행자가 IDP만 믿고 운전하다 낭패를 보았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은 협약에 위배되는 법 집행으로 불이익을 겪었다. 이 모든 혼란은 잘못된 번역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협약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과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모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증거] 대한민국이 가입한 1949년 도로교통에 관한 제네바 협정 제24조 Article 24 1. Each Contracting State shall allow any driver admitted to its territory who fulfils the conditions which are set out in Annex 8 and who holds a valid driving permit issued to him, after he has given proof of his competence, by the competent authority of another Contracting State or subdivision thereof, or by an Association duly empowered by such authority, to drive on its roads without further examination motor vehicles of the category or categories defined in Annexes 9 and 10 for which the permit has been issued. 2. A Contracting State may however require that any driver admitted to its territory shall carry an international driving permit conforming to the model contained in Annex 10, especially in the case of a driver coming from a country where a domestic driving permit is not required or where the domestic permit issued to him does not conform to the model contained in Annex 9.

- 상기 내용은 장영복실장의 경험과 1949년 도로교통에 관한 제네바 협약 원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본 경시청도 오역을 하였고 우리 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