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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에서 가장 높은 산, 판시판에 오르다

세계 최고봉은 에베레스트산이다.(8,848m). 유럽 최고봉은 몽블랑(4,807m)일까? 아니다. 거긴 유럽에서 두 번 째다. 최고봉은 유럽과 아시아 경계에 있는 엘브르즈(5,642m)다. 동남아시아 최고봉은 보르네오섬에 있는 키나발루산(4,101m)이다. 그럼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고봉은? 베트남 사파에 있는 판시판 산이다. (해발 3,143m)

“케이블카로 쉽게 오를 수 있는 판시판”
에베레스트나 몽블랑의 정상은 전문적인 등반인들에게만 허락된다. 우리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까지 가거나 몽블랑 주변을 도는 트레킹을 할 수밖에 없다. 키나발루산은 일반인들도 정상을 밟을 수 있지만 1박 2일 동안 계속 걸어야 한다.
반면에 판시판은 케이블카를 타면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밑으로는 광대한 황리엔 국립공원과 예쁜 계단식 논들이 펼쳐진다. 솟구치는 구름 사이를 케이블카는 유유히 통과한다. 해발 3000미터를 떠 가면 구름도 발 아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600개의 돌계단을 오르거나 산악열차 푸니쿨라를 타면 곧 정상에 다다른다. 아무리 사진으로 정상 풍경을 본 사람들도 막상 올라가면 감격하고 탄성을 지른다. 정상이 구름 속에 잠길 수도 있지만 날씨가 맑으면 광활한 들판, 병풍같은 산맥이 그림처럼 보인다. 산맥 사이에서 구름이라도 솟구치면 그 장엄함 앞에서 말을 잃는다.
한국을 떠난 지 하루 만에 맞닥뜨리는 이런 풍경이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할 것이다. 2016년 전까지는 정상에 오르려면 해발 2800미터 산장에서 1박해야 하는 코스였지만 이제는 단숨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판시판 정상”
사람들은 왜 높은 곳에 오르려 할까? 인공지능 ‘챗 GPT’에게 물어보면 대략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이 높은 산에 오르려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반적인 이유는 도전과 성취감, 자연과의 접촉, 건강에 도움이 되어서, 또 스트레스 해소, 자기 발견과 정신적인 성장 때문입니다.”
그럴듯하다. 챗 GPT는 가끔 틀린 대답,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하지만 이 대답은 큰 오류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판시판 산과는 딱 맞지 않는 대답이다. 케이블카 타고 왔으니 도전, 성취감, 운동, 건강, 자기 발견, 정신적인 성장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인다. ‘자연과의 접촉’도 딱 맞지 않다. 산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우리는 곳곳에서 그것을 느낀다.
그럼 왜 오를까?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 늘 다른 세계를 지향하는 존재다. 다른 풍경, 다른 사람, 다른 세계, 다른 문화, 다른 여행을 향해 가고 싶어 한다.
판시판산 정상에 오르면 평소에 볼 수 없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산맥의 물결이 굽이굽이 펼쳐지고 운이 좋으면 그곳에서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공에서 불어 오르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허파를 시리게 하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햇빛을 쐬고, 구름 속을 거닐면 우리는 신선이 된다. 그 황홀한 감정 때문에 높은 산,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닐까?

“판시판에 오르는 즐거움”
‘존재’란 단어 ‘ex- sistence’는 자기에게서 탈출하여(ex) 타인과 거대한 타자인 신과 자연을 향하는 뜻을 갖고 있다 한다. 즉 모든 존재는 타인과 타자를 향한다. 그래야 사랑이 싹트고, 초월의 감정이 일어난다. 자기에게 갇혀 있으면 우울해지고, 오만해지고, 이상해진다. 판시판 산 정상에 올라가 대자연을 향하면 스스로 겸허해지고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감격에 겨운 사람은 울컥 눈물이 솟구칠지도 모른다. 그러니 걸어 올라가든, 케이블카를 타든,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든 상관없다. 다른 세계를 향해서 가는 행위 자체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