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Havana)의 상징, 말레콘
쿠바의 아바나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아바나의 북쪽 바닷가, 말레콘(Malecón)의 풍경에 익숙하다. 쿠바를 소재로 만든 영화나 다큐멘타리 방송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아바나의 명소이기 때문이다. 밀레콘(Malecón)은 원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 특히 라틴 아메리카의 국가에서 돌로 쌓은 제방이나 해안 산책로를 말하는 뜻하는 단어다. 각 해안 도시마다 말레콘이 있는데 쿠바, 아바나의 말레콘이 가장 대표적이다. 영상과 이미지의 힘이다.
“아바나의 말레콘”
약 8km의 해안가에 길게 나 있는 방파제 옆의 도로는 항상 낭만적인 음악과 풍경이 어우러지는 거리가 아니다. 허름한 방파제 길, 오래된 낡은 건너편 건물들은 갑자기 세상을 50, 60년대의 흑백 영화 속으로 툭 떨어트린다. 하지만 붉은 석양이 서녘 하늘을 물들일 때쯤이면 아바나의 말레콘은 다양한 색깔을 띠고 드러난다. 가난한 서민들, 시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 낚싯대를 들고 물고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방파제에 걸터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멍 때리는 사람들, 행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들, 수평선을 바라보며 답답한 현실에 한숨 쉬거나 혹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노인들 그리고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방파제 근처를 서성거리는 여행자들을 모두 품어주는 곳이 말레콘이다.
“말레콘의 건설”
말레콘은 미군의 임시 통치 간이었던 1901년에 시작되었다. 주요 목적은 바다로부터 아바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첫 500m 구간 건설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Paseo del Prado 교차로에 로터리를 건설했다. 이는 강철 강화 콘크리트로 건설된 쿠바 최초의 로터리였고 밴드들은 매주 일요일 그곳에 모여 쿠바 음악을 연주했었다. 로터리 앞에 미라마르 호텔이 세워졌고 웨이터들은 턱시도와 금색 단추가 달린 양복 조끼를 입고 손님을 맞았다. 바 최초의 호텔이었다. 이후 쿠바 정부는 말레콘의 첫 번째 구역을 확장해서 1952년 무렵에 지금처럼 약 8km가 말레콘이 건설되었다.
“말레콘의 매력”
말레콘(Malecón)의 공식적인 명칭은 ‘Avenida de Maceo’다. 올드 아바나에 있는 아바나 항구에서부터 북쪽 해안을 따라 중앙 아바나의 북쪽과 베다도(Vedado)를 지나 알멘다레스(Almendares) 입구까지 이어지는 약 8km의 해안 도로다. 1900년대 초에는 바닷가에 들어선 건물들이 현대식이었고 웅장하게 보였을 것이다. 많은 아바나 시민들은 새롭게 밀려오는 현대 문명을 바라보며 새롭게 건설되는 말레콘을 거닐었다. 말레콘의 매력은 단순히 풍경에 있지 않다. 쿠바의 문화, 예술을 알고 그들이 만든 시와 음악과 예술을 음미할 때 그 매력이 더욱 드러난다. 말레콘을 거닐었던 시인, 철학자, 다정한 연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말레콘을 말레콘답게 만든다. 거기에 일몰의 풍경이 더해지고 희미해지는 바다의 어둠과 건물들에서 스며 나오는 희미한 불빛들, 낡은 건물의 외관들이 어우러져 더 로맨틱한 분위기로 바뀐다. 그리고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사람들의 표정이 어우러지면 말레콘은 숨겨 놓았던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밀레콘은 여행자들의 관광 명소지만 쿠바 현지인들이 모여서 노는 곳이기도 하다. 돈 있는 사람들은 바나,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고 놀지만, 가난한 서민들은 저녁나절에 빈 몸으로 해변가에 나온다. 밤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거리의 연주자들이 쿠바 음악도 연주한다.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곳이 말레콘이다. 그러나 개방 초기에 매매춘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소식도 들려온 적이 있었다. 관광객들은 밤에 낯선 거리를 다니는 것은 일반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말레콘 드라이브”
말레콘은 걷는 것이 가장 좋지만 차를 타고 드라이브할 수도 있다. 차를 타고 음악을 들어가며, 시원스러운 도로를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시간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1900년대 초 아바나의 말레콘은 중산층을 위한 대로였다. 18세기말에서 19세기초에 유럽에서 유행한 견고한 신고전주의 건축물과 19세기말의 새로운 형식의 아르누보 양식이 혼합된 건축 양식은 쿠바인들에게 새로운 문명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월 속에서 건물은 낡아갔다. 맑은 날은 평화롭지만 한냉전선이 몰려오면 말레콘의 방파제에는 거대한 파도가 부딪치고 길 위로 바닷물이 범람하면서 건물들을 부식시켰다. 이 길을 달리면 수십년 전으로 돌아와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도 든다. 차안에서 옛날 재즈가 울려 퍼진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말레콘(Malecon)을 따라 내려가 아바나의 구시가지인 아바니 비헤아(Habana Vieja)로 들어서면 1959년 혁명 이후 멈춘 풍경이 펼쳐진다. 야자수 가득한 광장, 옛날 교회, 고기나 과일을 파는 작은 가게들, 빵이나 꽃을 파는 노점상들이 보이는 풍경은 말레콘 드라이브의 또 다른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