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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의 절반이었던 에스파한(Esfahan)

c.unsplash.com/Ali Hannani Sefat

에스파한 인구는 현제 약 200만 명으로 현재 이란의 세 번째 도시다. 도시 자체는 기원전부터 존재했다. 고대 메디아의 ‘아스판다나’라 불리었고 중세 페르시아어로 “군대의 집결지”라는 뜻의 “스파한”이라고 불린 이 도시는 이슬람 시대에는 아랍어로 “에(이)스파한”으로 불리면서, 오늘날까지도 이 도시 명칭으로 굳어졌다. 사파비 왕조 시절 크게 번성해서 에스파한은 ‘세계의 절반’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한때 세계의 절반이었던 에스파한”
페르시아 제국은 한 왕조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기원전 550년 탄생한 아케메네스 왕조에서부터 시작해 수많은 왕조가 번영하고 쇠퇴한 이곳은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00km 떨어진 곳에 있다. 자얀데강 덕분에 이스파한은 건조한 사막 기후에서도 푸르른 오아시스 도시가 될 수 있었는데 자얀데 강 주변의 비옥한 토지에는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이 도시의 존재는 아케메네스 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10세기에는 이미 에스파한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슬람 이후에는 특히 상업도시로서 번영했고 칭기스 칸, 티무르에게 약탈당하기도 했다. 몽골 침략 후, 이곳에 들렀던 14세기 이븐 바투타가 에스파한에 들었을 당시에는 이 크고도 아름다운 도시는 여전히 시아파와 수니파들이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진수성찬을 베풀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 지역의 사람들은 외국의 여행자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이 도시가 다시 부흥한 것은 1597년 수도를 카즈빈에서 에스파한으로 옮긴 사파비 왕조 때부터였다. 아바스 1세(재위 1587-1629)는 건축가와 공예인을 모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슬람교 시아파였던 그는 수니파인 오스만 제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교류하며 유연한 태도를 취했고 아르메니아의 부유한 기독교 상인들을 에스파한으로 불러 모아 경제를 부흥시킨다.
17세기 페르시아를 다녀와 여행기를 남긴 프랑스인 샤르댕(Chardin)은 이스파한에 '사원 162개, 대학 48개, 여관 1802개, 공중목욕탕 273개가 있고 인구가 100만에 달한다.'고 기록했다. 그 결과 아바스 1세 시절 에스파한은 '세상의 절반(Nesf-e Jahan·네스페 자한)'이란 별명을 얻는다. 세상의 절반을 줘도 에스파한과 바꾸지 않겠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는데 이처럼 에스파한은 여러 민족과 종교를 아우르는 국제도시로 발전한다. 이 당시에 에스파한에는 조지아, 다케스탄, 체르케스에서 인신 매매된 노예 병사들과 후궁들, 아르메니아인 상인들로 가득했고 흥청거리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었다. 하지만 1722년 아프가니스탄의 침공, 18세기말에는 카자르 왕조가 수도를 테헤란으로 옮기면서 현재는 지방 대도시가 되었다.

“에스파한의 대표적인 광장 이맘 광장”
에스파한의 중심부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맘 광장'이 있다. 이맘 광장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으로 에스파한의 대표적인 명소다. 남북으로 길쭉한 직사각형의 광장으로 주변에 왕궁의 문인 '알리 카프(숭고한 문)', 아바스 1세의 장인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셰이크 로트폴라흐 모스크' 등이 있다. 이 모스크는 에스파한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로 11세기에 지어졌고 아름다운 이슬람 건축 양식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맘사원과 재래식 시장도 있는데 이 광장은 2층 아케이드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 서면 웅장한 스케일에 감동을 받는다. 이맘 광장은 사파비 왕조 시절 '폴로' 경기장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현재 광장에는 분수와 정원이 조성돼 있지만 남북으로 양쪽에 각각 두 개씩 대리석 골 기둥이 남아있다. 폴로는 말을 타고 긴 막대기를 들고 하는 하키 같은 것이다. 영국 상류층이 즐기는 스포츠였지만 페르시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폴로는 훗날 우리에게도 전해져서 격구(擊毬)'라는 이름으로 퍼졌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유적지들”
알리 카푸 궁전은 사파비 왕조의 왕궁으로, 16세기에 지어졌는데 화려한 내부 장식과 함께 호수에 어린 불빛 어린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알리카푸 궁전은 주로 귀빈을 맞이하고 연회를 베푸는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내부는 압바스 대제 시절 유명한 궁정화가인 레자 압바시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고 계단 바닥은 화려한 페르시안 타일로 꾸며져 있다.
알리카푸 궁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6층에 있는 음악의 방(music hall)이다. 이방의 천장과 벽은 매우 독특한데 페르시안 스타일의 구조에 악기와 물병, 컵 문양이 움푹 파져 있는데 이것은 음향 효과를 위한 것이다. 왕은 이곳에서 파티를 열면서 악사들에게 음악을 연주하게 했는데, 문양에 파인 구멍이 음을 울려 퍼지게 했다고 한다. 알리 카푸 3층에 올라가면 거대한 발코니가 있이 이맘 광장에서 열리는 폴로 경기, 기마 경기, 군대 열병식을 관람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광장 중앙에 분수가 생겼지만 전에는 그 자리는 광장이었다.
그외에도 자메 모스크(Jameh Mosque), 페르시아 사파비 왕조의 회화를 볼 수 있는 알리 모스크의 뾰쪽탑(Minaret of the Mosque of Ali), 옛 프레스코화가 남아있는 중요 순교지 중 한 곳 하룬빌라옛의 무덤(Mausoleum of Harun Vilayet) 복잡한 미로 속의 별천지 ‘바자르 에 보조로그(Barar-e Bozorg)’를 돌아볼 수 있다. 에스파한은 구경거리도 많지만 천천히 산책하면서 돌아보기 좋은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