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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심장, 하노이 올드 타운

c.pixabay.com/Tho-Ge

만약 하노이에서 한 군데만 보는 것이 허락된다면, 단연코 선택은 올드 타운이다. 하노이 사람들의 생존 의지와 땀과 눈물과 기쁨이 서린 이곳은 하노이의 심장이다.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과 황학동 벼룩 시장과 명동, 대학로, 홍대 앞의 분위기가 혼합된 거대한 하노이 올드 타운은 거리이면서 시장이다. 이곳을 거닐면 당신은 사라지고 싶을까?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질까?

“숨고 싶은 하노이 올드타운의 골목길”
옛날, 어느 베트남전 영화에서 반전 사상을 가진 미군 병사가 탈영을 하여 사라진다. 그가 숨은 곳은 베트남 서민들이 모여 사는, 어느 깊은 골목길의 허름한 가옥이다. 현실로부터 도피한 미군 병사는 그곳에서 마리화나 연기와 베트남 여인들의 웃음소리와 시끌법썩한 상인들의 외침 속에 파묻혀 인생을 탕진한다. 수십 년 전의 베트남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런 장면을 희미하게 기억할 것이다.
수십 년 전의 이런 무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하노이의 올드 타운을 거닐다 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하노이 호안키엠 호수 북쪽에 있는 올드 타운에는 퇴락한 건물들이 가득하고 우후죽순처럼 공중에 걸린 낡은 간판들이 하늘을 가린다. 근처의 대로는 늘 시클로, 오토바이, 자동차들이 가득 메우고 거미줄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길은 행인들로 북적거린다. 이런 거리를 걷다 보면 슬며시 이 속에 파묻혀 다른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지도 모른다.

“다양한 시장이 있는 올드 타운”
이 구시가지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36가지 상품에 따라 거리 이름이 정해졌다. 예를 들면 Pho Hang Bac에서 Pho는 거리, Hang은 상품, Bac은 은세공품이다. 그만큼 금은방이 많았던 거리였지만 지금은 여행자 숙소, 여행사, 식당, 술집, 인터넷 카페 등도 많이 생겼다. 예전의 명성과 함께 현대적인 물결이 뒤섞이고 있는 셈이다.
이 36가지 거리 이름을 한국식으로 풀면, 실크 거리, 구리 거리, 바구니 거리, 가죽 거리, 묘비 거리, 문패 거리, 부채 거리, 종이 거리, 목화 거리, 닭 거리, 국수 거리, 감자 거리, 소금 거리, 신발 거리, 불교용품 거리, 장난감 거리, 도자기 거리... 등이다. 전통이 유지되는 곳도 있고 새롭게 변한 곳들도 있지만 좁고 붐비는 골목길들은 여전하다.

“삶의 열기가 후끈한, 올드타운”
거리에는 늘 인파가 붐비고, 오토바이의 물결이 흐른다. 또한 과일을 파는 노점들, 노천 카페, 현대식 카페, 식당, 주점들 그리고 야시장도 펼쳐지는 그야말로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다. 세상에서 상품 따라 형성된 시가지는 그리 흔치 않다.
이곳에는 삶의 열기가 후끈거린다. 그 거리를 걷다가 목욕탕 의자에 앉아 사람들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 생맥주를 마시다 보면 어디론가 도피하려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삶의 의욕이 솟구치게 된다. 하노이 올드 타운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