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혹은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의 꿈같은 하룻밤
산스크리트어로 ‘히마(Hima)’는 눈, ‘알라야(Alaya)’는 보금자리라는 뜻이니 히말라야는 ‘눈이 머무는 곳,’ 즉 ‘눈의 보금자리’다. 오랜 세월 전, 바다속에 있던 히말라야 산맥이 솟구쳐서 지금은 지구의 지붕이 되었고 그 위에는 늘 만년설이 쌓여 있다. 그 만년설의 보금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시간은 꿈같은 시간이다. 생명이 시작되던 태곳적의 시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신비스럽다.
“쉽게 갈 수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요즘엔 트레킹 프로그램이 매우 신속하다. 인천에서 떠나면 그날 저녁 카트만두에 도착하고, 그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포카라로 간 후, 차량으로 이동하여 트레킹을 시작하여 그날 촘롱에 도착한다. 촘롱에 가면 히말라야 산맥의 위용을 볼 수 있다. 다음날 트레킹을 하며 중간에서 하룻밤 자고 그 다음 날 벌써 마차푸차레(해발 3,700m) 베이스 캠프에서 자거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해발 4,130m)까지 올라가서 자기도 한다. 인천을 떠난지 4일 만에, 트레킹을 시작한지 3일 만에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후닥닥 올라온 것이다.
예전에는 포카라에서 시작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이 대략 9, 10일 정도였는데 이제 한국인들은 트레킹을 6일 정도로 끝낸다. 물론 그때도 일정을 단축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네팔 가이드들은 “비스타레(천천히)”, “알리알리(조금씩, 조금씩)”라고 말하며 천천히 걸으려고 했다. 중년의 네팔 가이드들 중에는 성질 급한 한국 젊은 여행자들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인들은 중년이라도 엄청나게 빠르게 걷는다. 사실, 한국의 산은 가파른 곳이 많다. 북한산, 도봉산에 비하면 안나푸르나 산길은 완만한 편이다. 도봉산 같은데서 암벽을 기어오르는 사람들, 산악회에서 전국의 산을 등반한 중년들은 네팔 가이드들보다도 더 잘 걸을 것이다. 단, 고산증이 없다면. 고산증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들이건, 늦게 적응하는 사람들이건 한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악착같이 걷는다. ‘빨리빨리’ 정신으로.
이렇게 빠른 속도다 보니 며칠 만에 말로만 듣던 해발 4,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나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 누워 하룻밤을 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고 감개무량할 것이다. 산을 좋아하고 히말라야 등반을 선망했던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의 하룻밤”
비록 잠자리는 불편하고 찬 바람이 들어와도 히말라야 산중에서 하룻밤을 자고, 먹고, 차를 마시는 것을 아무나 할 수 있나? 고통을 이기고 땀을 흘려서 온 사람들만이 누리는 행복이다. 구름 속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안나푸르나 연봉, 일몰 시간에 햇빛을 받고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마차푸차레 봉우리, 그리고 날이라도 맑다면 금싸라기 같은 하늘의 별들, 무공해 바람...이 모든 것이 꿈처럼 여겨질 것이다. 같이 온 동료들과 함께 두런두런 밤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추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