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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눈, 제 3의 눈을 간직한 스와얌부나트 불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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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얌부나트 사원(Swayambhunath)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서쪽 언덕에 있는 불교 사원으로 네팔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사원 중의 하나다. 이 불교사원은 수많은 상징과 신화에 둘러싸여 있다. 사원에 있는 스투파에는 금박을 입힌 사면체에 새겨진 큰 눈이 있다. 부처의 눈이라 알려져 있는 이 눈 사이에는 점이 찍혀 있다. 인도, 네팔 사람들이 ‘빈디’를 찍는 자리로 ‘제3의 눈’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깊은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눈초리다. 일몰 때 언덕 밑으로 펼쳐진 붉게 물들어가는 카트만두 시내를 바라보노라면 문득 자신이 ‘제3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종교를 떠나서 그 경험을 하면 이곳을 떠나도 늘 그 ‘눈’이 마음속에 깊이 남게 된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원숭이 사원”
우선 높은 언덕에 있는 사원을 오르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 계단의 난간에는 원숭이들이 죽 앉아 있다. 네팔인들은 원숭이들을 사원을 지키는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 이 사원을 ‘원숭이 사원’이라고도 부른다. 이 자유로운 원숭이들은 종종 순례자들이 갖고 가는 음식물을 탈취하기도 한다. 그렇게 네팔인들은 원숭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스와얌부나트 스투파의 새겨진 부처의 눈과 제3의 눈”
언덕에 오르면 우뚝 솟은 스와얌부나트 스투파(Swayambhunath Stupa)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런 스투파는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윽하고 단아한 탑이 아니라 온갖 상징들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탑으로 흰색 돔과 그 위에 금박을 입힌 사면체 그리고 우뚝 솟은 첨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흰색 돔은 지구를 상징하고, 그위 금박을 입힌 사면체에는 부처의 눈이 새겨져서 계곡을 내려다 보고 있다. 부처의 눈 중간에는 ‘제3의 눈’이 찍혀 있다. 그윽한 눈 아래 코 모양의 구불구불 일 자로 늘어진 선은 네팔 숫자 에크를 의미한다.(ek, 1이라는 뜻) 그것은 진리는 통일된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면체 위에 세워진 13단의 구조로 만들어진 첨탑은 티베트 불교에서 열반에 이르는 13단계를 상징하고 있다.
탑의 주변은 티베트 불교 경전이 새겨진 기도 바퀴, 즉 마니차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탑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돌며 기도하는 불교 신자들은 마니차를 돌린다. 그것을 돌릴 때마다 염불을 왼 것으로 치기에 어딜 가나 티베트 불교 신도들은 마니차를 하나하나 돌린다. 그리고 주변에는 수많은 탑들과 불상들이 있어서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이 든다.

“네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사원”
스와얌부나트 사원이 만들어진 시기나 이유는 확실치 않다. 부처님이 살아생전 이곳에 들렀다는 설, 문수보살이 카트만두 계곡의 물을 빼내자 땅에서 솟구쳤다는 전설, 인도의 아쇼카 왕이 세웠다는 설, 약 2천년 전에 세웠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정확한 기록이 없기에 모든 것은 전설에 싸여 있다. 그래서 더 신비롭다.
고대에 카트만두는 티베트와 인도를 이어주는 무역로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티베트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설이 맞는가를 떠나서 네팔은 인도와 티베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네팔은 현재 인도에서 건너온 힌두교 신자가 90%나 차지하고 티베트 불교를 믿는 사람은 8%지만 이들은 대개 티베트 사람들이다. 인종도 다양하다. 인도계가 70%이고 나머지가 티베트계, 미얀마계로 뒤섞여 있다. 이것이 네팔의 매력적인 점이다. 인종과 종교, 문화가 혼합된 가운데서 자기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네팔 힌두교는 인도에 비해서 티베트스럽고,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에 비해서 인도스럽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불국사의 석가탑, 다보탑, 경주의 감은사지탑, 부여의 정림사지 5층 석탑처럼 작고, 그윽하고, 아름답지는 않다. 우리에게는 이런 네팔의 거대하고, 강렬한 상징들이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탑은 오직 네팔, 카트만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이다. 그 독특한 형식과 가치 때문에 197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다른 세계를 보는 즐거움”
사원의 분위기도 독특하다. 사원 안을 제집처럼 자유롭게 드나드는 원숭이들,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며 존중하는 네팔인들, 계단을 올라 다니는 사람들 중에 특히 여자나 할머니처럼 약자들이 음식물을 들고 다니면 탈취하는 원숭이 무리들...그 원숭이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풍경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 분위기와 티베트 분위기가 혼합된 사원은 오직 네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네팔의 매력이다.
우리가 이곳에 가는 이유는 그런 ‘다른 세계’를 보기 위함이다. 그 나라가 못살든, 이상한 풍습이든 그곳에서 ‘다른 세계’를 보는 순간, 우리가 정상이라 알고 살아가는 우리의 세계 역시 낯설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거기서 자신의 삶과 세계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이런 여행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