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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도 여행할 수 있는 서브오비탈(Suborbital, 준궤도) 우주여행

꿈만 같던 우주여행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여행이지만 돈만 많다고 우주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프런티어 정신(개척 정신)’이 있기 때문에 한다. 일반인들에게 우주여행은 아직 요원한 일이지만 성큼성큼 대중화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옛날에 엄청나게 비쌌던 비행기 여행이 지금 저가 항공의 시대로 변한 것처럼. 우주여행 중에서 서브오비탈(Suborbital, 준궤도) 여행은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어서 가장 먼저 대중화될 가능성이 있다.

“서브오비탈(Suborbital), 준궤도) 우주여행이란?”
하늘에는 인간이 개념화 시킨 ‘카르만 라인’이란 곳이 있다. 지구와 우주와의 경계선으로 지상으로부터 100km 떨어진 지점을 말한다. 국제선 민항기는 10–12km 상공을 비행하고 군용 전투기는 20km 상공을 떠다니고 있다. 이것은 대기권 안에서 움직이는 영역이다. 반면에 카르만 라인을 벗어나서 더 높이 하늘로 가는 여행을 우주여행이라 하는데 우주여행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서브오비탈(Suborbital), 즉 ‘준궤도 우주여행’이 있다. 이것은 카르만 라인을 돌파해 지상으로부터 100km 이상 올라가 둥근 지구를 내려 보는 것이다. 3, 4분 정도 무중력 상태에서 지구를 내려다본 후 귀환한다. 여행을 시작하는 과정은 90분이 걸리는데 비행시간은 모두 11분 정도로 눈깜짝할 새의 여행이다. 너무 짧아 아쉽지만 그래도 지구를 우주에서 본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런 서브오비탈(준궤도 여행)은 우주선을 만드는 기술의 난이도가 낮고 자금도 적게 드는 편이다. 당연히 여행자가 내는 비용도 다른 우주여행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다. 탑승객이 우주여행을 위해 해야 하는 훈련기간도 3일 정도로 짧아서 대중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우주여행이다.
반면에 400km 정도 올라가면 국제 우주 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이 있는데 여기까지 올라가는 ‘궤도여행’은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과 비용이 요구되며 탑승객들은 6개월 이상의 전문적 훈련을 받아야 하고 치러야 할 비용도 매우 높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달나라 여행, 화성 여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요구된다.

“인간의 상상력이 실현되는 숨가쁜 속도”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는 1865년에 나온 작품이다. 인간을 대포 속에 넣고 쏘아서 달나라까지 간 후 벌어지는 판타지 모험 소설이다. 이런 소설가의 상상력은 무모할 정도지만 그것이 1902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최초의 낭만주의, 최초의 SF 영화, 최초의 외계인 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충격스러운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만들어진지 67년 후(소설이 나온지는 104년 후)인 1969년에 미국의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 선장과 대원 올드린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뎠다. 10대 때 그 영화를 보았던 사람이 70대 후반이 되어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받을 딛는 것을 보았다면 감회가 깊었을 것이다. 자기 생에 도저히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으니 말이다.
현재의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현재 우주여행은 특별한 우주인들만 하거나 갑부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격이 점점 낮아지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더 나가서 달나라, 화성 여행이 실현될 수도 있고, ‘스타 워즈’ 여행에 나오는 엄청난 우주여행들이 단지 환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그 중에서 특히 서브오비탈(준궤도) 우주여행은 비교적 저렴하고, 이용하기에 어렵지 않아서 기대해볼 만하다.

“민간인 우주여행 발달사”
소련에서 1961년 유인우주선이 성공하고, 1969년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우주 여행의 가능성이 열렸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해서 개발했는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주여행을 추진하는 민간 기업들이 생겨났다.
우주여행 상업화를 처음 계획한 것은 1990년대 러시아 정부였다. 냉전체제가 끝나며 구소련이 몰락하자 러시아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우주여행 상품을 개발했고 2001년 4월, 최초로 관광 목적의 우주선 소유즈호가 발사됐다. 소유즈호는 미국 사업가 데니스 티토를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6일간 머문 뒤 카자흐스탄의 사막에 무사히 착륙하며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데니스 티토는 어찌 보면 어마어마한 돈을 내고 우주여행을 하고 온 관광객일 수도 있지만 본인은 우주인들이 받는 훈련을 다 받고, 거기서 임무 수행도 했다면서 ‘돈 많은 우주 관광객’이란 용어에 대해 기분나빠 하고 ‘우주인’이라 불리길 원했다고 한다. 이듬해 4월에 소유즈호는 두 번째 여행에 성공한다. 소유즈호의 연 이은 성공에 우주여행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런데 민간인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사람은 데니스 티토였지만 이것을 주도한 주최는 민간 기업이 아닌 러시아 정부였고 우주인들의 비행에 ‘손님으로서 끼어서’ 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중 2003년, 소련의 소유즈호에 대항해서 실험하던 미국의 유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미국 텍사스주 상공에서 공중 분해하며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8명의 우주비행사가 사망하며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로 인해서 미항공우주국의 사업은 주춤했다.
그러자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우주여행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우주선을 개발하고 우주여행 사업을 진행 중인 회사는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 어드벤쳐, 스페이스 엑스, 오리온 스팬, 제로 투 인피니티 등인데 수많은 시험 끝에 2021년 7월에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이 최초로 민간인 ‘서브오비탈(준궤도) 우주여행을 시작했고, 9월에는 스페이스 X가 최초로 민간인 ‘궤도’ 우주여행을 시작했다.

“현실화되는 우주여행, 어디까지 왔나?”

1. 성층권 여행
열기구를 타고 약 30-50km의 성층권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여행이다. 카르마 라인(지상으로부터 100km) 이상이 아니어서 '우주여행'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성층권 높이까지 올라가서 푸르고 둥근 지구를 내려다본다. 우리가 상상하는 열기구가 아니라 더 거대한 열기구 밑에 달린 캡슐 속에 들어가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우주 여행사 월드뷰(World View)가 이런 상품을 판매 중이라고 한다. 특수 헬륨을 채운 열기구를 타고 32.2㎞ 상공까지 올라가는데 투어 소요 시간은 6시간 정도다. 4시간 동안은 성층권으로 이동하고, 귀환하는 시간이고 2시간은 성층권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시간이다. 비용은 1인당 7만 5000 달러.

2. 준궤도(Suborbital) 여행
약 100km의 고도까지 올라가서 몇 분 동안 우주에 머물다가 내려오는 여행이다. 국제항공연맹(FAI)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나 단체에서 우주의 경계선으로 보는 높이인 카르마 라인을 넘어서기 때문에 이것은 확실한 우주여행이다. 더 올라가서 인공위성 궤도나 우주 정거장까지는 못가지만 그래도 푸른 별 지구를 볼 수 있고, 가격이 궤도여행보다 1/100 이하라는 것이 장점이다.
준궤도 여행은 모선이 궤도선을 장착하고 날아올라, 공기의 저항이 강한 구간은 완만히 비행하여 넘어간 뒤 공중에서 궤도선을 발사하여 준궤도에 진입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와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로켓과 궤도선을 계속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태우고 100km를 올라갔다가 안전하게 왕복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로켓과 궤도선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준궤도 여행에서 가장 앞선 민간회사는 ‘버진 캘럭틱’사인데 2011년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하여 스티븐 호킹이나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등의 유명인사들이 포함되어 화제를 모았지만 실험 기간이 길었다. 2018년 12월에 우주 경계선 너머인 고도 110km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한 후, 드디어 2021년 7월 11일, 우주 관광 시범 비행에 성공한다. 버진 갤럭틱의 모기업인 버진 그룹의 창업주 리처드 브랜슨이 상공 88.5km에서 우주 관광에 성공한 것이다. 우주 경계선인 카르마 라인을 넘기지 못했지만 어쨌든 사람이 타고 가서 시범 운행에 성공했다.
뒤이어 열흘 후인, 7월 21일에, 경쟁사 ‘블루 오리진’이 뉴 셰퍼드 로켓과 우주 캡슐 세트를 이용해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고도 100km에서 무중력 체험을 하는데 성공했다. 비행 후, 캡슐은 재활용이 되고, 로켓은 착륙 후 재사용하여 실질적으로 폐기되는 부분 없게 했다.
민간인으로서 먼저 우주에 올라간 사람은 ‘버진 갤럭틱’을 이용한 리처드 브랜슨이지만 카르마 라인(100km)을 넘지 못한 88.5km에 다다랐고, ‘블루 오리진’을 이용한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두 번째지만 카르마 라인 (100km)을 넘어서서, 누가 우주여행 민간인 최초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NASA는 80.5km부터 우주라고 규정하고 있고, 국제항공연맹(FAI)은 상공 100km부터 우주(카르만 라인)라고 규정짓고 있어서 어디에 기준을 두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리고 2023년 8월 ‘버진갤럭틱’은 민간 기업 최초로 모집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주선에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전 카누 선수 존 굿윈과 사업가 케이샤 샤하프, 그리고 그의 딸인 아나스타샤 메이어스까지 총 세 명의 여행객이 탑승했다. 비용은 구입하는 시기에 따라 달랐다. 2005년 당시 20만 달러(약 2억6000만원)를 지불하고 우주여행 티켓을 구매했던 사람은 18년이 지난 후에 드디어 여행을 실현했는데 그후 2014년까지 좌석당 25만 달러(약 3억원)에 티켓을 예약 판매했다고 한다. 예약자는 600여 명으로, 저스틴 비버,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는데 2014년 조종사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티켓 예매가 중단되었다가 2021년 7월 리처드 브랜슨 등 민간인 우주관광 시범 비행이 성공하면서 8~11월에는 100장이 추가 판매되었다. 가격은 좌석당 45만 달러(약 5억 4천만 원)이었고 현재도 그 가격인데 현재 예약자는 7백 명 정도고 앞으로 총 1천 명의 예약자를 모집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런데 버진 갤럭틱은 2024년 중반까지 상업용 준궤도 비행을 중단하고 차세대 델타급 우주선 개발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반면에 일론 머스크의 우주산업 라이벌로 유명한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의 실적은 그후에 시원치 않다고 한다.

현재는 수억씩 달하기에 일반인은 엄두를 못내고 있지만 앞으로 1, 2억 혹은 몇천만 원으로 내려간다면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물론 일단은 돈에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할 것이다. 하지만 선택은 결국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되는 것 같다. 일생에 한 번, 죽기 전에 꼭, 자신이 살던 지구를 내려다보는 체험을 하고 싶은 사람은 ‘프런티어 정신’을 갖고 다른 욕망을 줄여서라도 할 것이고 그것이 중요치 않은 사람들은 돈이 있어도 하지 않을 것 같다.

3. 궤도 여행
이것은 국제 우주 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까지 가는 여행이다. 위에서 소개한 2001년의 데니스 티토처럼 국제 우주 정거장을 방문해서 며칠을 보낸 후, 귀환하는 코스다. 그 시절에는 정기적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을 오가는 우주선에 끼어서 간 상황으로 우주 비행사들이 모든 것을 주관했다. 그 시절에 스페이스 어드벤처사가 러시아와 계약을 맺어 소유즈 로켓을 사용했던 여행의 비용은 약 2천만 달러였다고 추정되고 있다.(첫 여행의 비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후에 이것을 이용하여 여행한 사람들인 남아공의 사업가 마크 셔틀워스(2002년), 미국의 사업가 그리그 올슨(2005년)도 이 우주여행에 2,000만 달러 이상을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200억원 이상이다.
그후 민간인 회사에서 뛰어들었다. 2021년 9월 16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우주선 드래곤2 레질리언스 캡슐을 사용한 '인스피레이션4' 미션이 성공적으로 발사 및 궤도에 진입했다. 본격적인 궤도여행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상공에서 잠깐 머무는 준궤도 여행과 달리 스페이스X의 우주선은 우주 정거장에 머물며 3일간 지구 궤도를 도는 것으로 차원이 다르다. 이런 비행은 전과 달리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만 4명만 탑승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원격으로 자동 운행되며 터치스크린을 탑재하는 등 혁신적인 우주선이라고 한다.
그후 2022년 4월 8일,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타고 모집했던 민간인 3명이 우주 궤도여행을 떠났고 2023년 5월 22일 민간인 4명이 궤도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들이 사전에 지불한 여행비용은 한 사람당 5,500만 달러(우리 돈 약 700억 원)으로 어마어마하고 떠나기 전에 모두 17주 동안 미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 등에서 훈련을 받았다.


4. 달 여행
닐 암스트롱이 최초로 발을 디뎠지만 그것은 여행 목적은 아니었다. 소유즈 우주선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스페이스 어드벤쳐사의 상품에는 달여행이 있지만 달을 구경하고 오는 것일뿐 착륙은 하지 않는다. 비용은 1인당 어마어마한 1억 5,000만 달러다. 판매 중인 상품이지만 아직까지 다녀온 사람은 없다. 그 외에 NASA출신 과학자들이 만든 민간 업체 골든 스파이크 컴퍼니에서 달 착륙 상품을 계획하고 있으며 2명이 한 팀이 되어 2일간 달에 머무르는 여행 패키지가 있다. 몇 년 전 발표하기로는 2020년 이후부터 모집하며 1인당 7억 5,000만 달러라는데 아직 갔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절대 일반인이 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5. 화성 여행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우주업체 스페이스X가 추진하고 있는 여행 상품이다. 일론 머스크는 2026년에는 인류가 화성에 갈 것이라면서 화성여행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가격은 50만 달러다.

“경쟁이 붙은 준궤도 우주여행”
미국과 영국이 중심이 된 우주여행에 중국도 뛰어들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2025년 혹은 2028년 무렵(보도마다 다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준궤도 우주여행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하고 지표면 100㎞ 상공의 준궤도 우주여행(suborbital journey)을 가능하게 하는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로켓엔진에 의해 구동되고 수직으로 발사되지만 착륙은 수평 활주로에서 이뤄지는 재활용이 가능한 비행체다. 미리 세팅된 프로그램에 의해 구동되기 때문에 내부에 조종사가 필요 없고 10㎥ 크기에 내부 공간에 최대 20명의 여행객을 태울 수 있다. 100㎞ 고도에서 별과 지구의 장엄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우주인처럼 무중력 상태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