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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의 행성 같은 풍경, 다나킬 디프레션(Danakil Depression)

c.unsplash.com/Daniele Levis Pelusi

다나킬 디프레션(Danakil Depression)은 에티오피아 북부 저지대에 있는 사막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덥고 살기 힘든 곳이다. 해수면보다 120m 정도 낮은 이곳은 평균 34도의 더위지만 여름에는 60도까지 오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고 유황 냄새에 어지럽다. 그런데도 거기 갔다 온 여행자들은 그곳에 가기를 권한다.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바다였던 호수가 말라, 끝없는 소금 사막이 펼쳐지고 여전히 화산 활동이 활발해서 ‘달롤 화산’에 가면 지면에 고인 호수의 물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지구가 아닌 외계의 행성처럼 다가온다.

“호수에서 화산이 솟구치는 달롤 화산”

다나킬 디프레션(Danakil Depression)은 번역하기가 힘들다. 다나킬 사막의 저지대라는 뜻인데 쉽게 다가오지 않아 그냥 ‘디프레션’이라 표기한다. 다나킬 디프레션은 광활한 사막지대지만 3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지점이다. 700만년 전 지각 변동으로 인해 땅이 꺼진 후, 뜨거운 열기로 인해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지금처럼 낮은 평원의 지표면에 소금이 쌓인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 판이 점점 멀어지고 육지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데 그에 따른 균열에 의해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나킬 사막에 있는 달롤 화산에 가면 그것을 잘 볼 수 있다. 해수면보다 120미터 정도 밑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화산이다. 호수가 김이 나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지표면 아래 거대한 마그마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벌어진 틈을 뚫고 김과 유황을 내뿜어서 호숫물은 매우 뜨겁고 다량화 황산이 함유되어 있다. 그물이 소금과 섞이면서 노란색으로 변한 것들이 군데군데 있는 모습은 여기 외에는 지구 어디서도 볼 수 없다.

“소금 사막과 소금을 캐는 사람들”

드넓게 펼쳐진 소금 사막은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얗다. 멀리 아스라한 지평선이 수평선처럼 보인다. 서울 면적의 두배가 넘는 넓이에 115만톤의 소금이 쌓여 있다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원주민 ‘아파르족’이 극한조건 속에서도 소금을 채취한다. 그들은 땅 위에 있는 소금을 연장으로 깨서 알맞게 다듬어 낙타에 실어 갖고 간다. 수많은 낙타를 몰고 온 사람들은 종종 100마리 이상의 낙타와 함께 이곳에 와서 호수 주변의 평야에서 소금을 채취한다. 그들은 이 소금을 수집해서 도보로 약 1주일 거리에 있는 메켈레 시장에 가서 판매한다. 소금을 지고 가는 낙타 행렬과 앞장서서 가는 사람의 모습은 사진 속에서 아름답게 보여도 이 더운 곳에서 유황 냄새 맡아가며 작업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그러나 소금 작업은 임금이 높은 편이라 인부들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니 산다는 것은 묘한 일이다.

“소금 호수와 에티오피아 커피”

이곳의 호수에 들어가면 염분이 강해서 사해처럼 몸이 둥둥 뜬다. 자신이 살아오던 것과 다른 세계에 온다는 것은 짜릿한 희열을 안긴다. 내려오다가 카페에서 에티오피아 전통적인 커피를 마시는 순간도 즐겁다. 허름한 곳이라도 그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커피의 원산지인 이곳에서는 커피를 곱게 빻은 후 그것을 끓여서 따른 후 가라앉혀 마신다.
이곳은 가서 구경하기도, 소금을 캐기도, 살기도 힘든 곳이다. 길은 멀고, 음식은 거칠고, 날씨는 덥고, 유황냄새가 나고...그럼에도 그곳에 갔다 온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은 꼭 가볼 만한 곳이라고 권유한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요람 다나킬”

1974년 도널드 요한슨이 32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유명한 화석 '루시(Lucy)'를 이 다나킬 지역에서 발견한 이후, 다나킬 사막 인류의 요람이라고도 불린다. 인류학자들은 이곳이 인간 종이 처음 진화한 장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루시의 화석은 아디스 아바바에 있는 에티오피아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300만년 전 걸어 다니던 인류의 조상을 상상해보고, 또 300만년 후, 지각판의 분리로 인해 이곳이 바다가 되는 것을 상상하면 거대한 지구의 역사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겸손할 수밖에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