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 트레킹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야고보’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 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향해 걸어가는 길이다. 이미 1000년 전, 중세부터 시작된 길이었지만 이 길이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은 1990년대부터였고 코로나 아진에는 연간 30만 명이 이 순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원래 이 순례의 길은 속죄를 위한 길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드넓은 평원을 묵묵히 걸으며 자신을 성찰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걷는 길이 되었다.
“야고보 성인이 묻혀 있는 곳을 향해 걷는 순례길”
기독교 성경책에는 야고보로 나와 있는데 라틴어로는 Jacob, 영어로는 James, 스페인어로는 Santiago로 불린다. (그래서 영어로 산티아고 순례길은 ‘The Way of St James’다.) 예수님의 제자였던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순교했지만 9세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고, 성 야고보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삼으면서 야고보의 길을 따라 걸으려는 순례자들이 생겨났다. 그의 시신이 이곳에 오게 된 데에는 수많은 설이 있는데 확실치는 않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성스러운 도시로 선포했다. 교황의 칙령에 따라 성스러운 해(산티아고의 축일인 7월 25일이 일요일이 되는 해)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순례자는 그간 지은 죄를 모두 속죄 받고, 다른 해에 도착한 순례자는 지은 죄의 절반을 속죄 받는다고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7월 25일에 맞춰 산티아고에 도착하려는 순례객들로 인해 산티아고 순례길은 7월이 가장 붐빈다.
순례길은 외롭기도 하다.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때 마주치는 노란 화살표와 가리비는 순례자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순례자들이 돌을 모아 화살표를 만들어 두기도 한다. 이심전심으로 같은 뜻, 배려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힘이 난다. 순례길에서 마주치는 작은 감동들이다.
“순례길을 언제 갈까?”
일년 내내 순례자의 발길은 끊기지 않지만 가장 좋은 시기는 4~5월과 9~10월이다. 그러나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면서도 걷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길은 즐거운 산보 길이 아니라 순례의 길 아닌가? 대개는 5월부터 순례자가 늘어나기 시작해 성인의 축일인 7월 25일 무렵에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진다. 특별한 종교적 의미를 둔다면 모를까, 이 기간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7~8월은 매우 덥고, 숙소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이 길을 완주했다는 증명서를 받고 싶다면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Credencial)을 발급받아서 들른 숙소, 식당, 성당 등에서 스탬프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에 도착하면 순례 완주 증서를 받을 수 있다.
산티아고 길에는 알베르게(Albergue)라고 하는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가 있다. 시설이 조금 떨어지는 공립보다 깨끗한 사립은 조금 비싸다. 숙소는 2층 침대로 도미토리 형식이다. 또 까미노 어플리케이션(CaminoPilgrim-feances)이란 앱을 깔아서 길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순례자의 길들”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에는 여러 루트가 있다. 프랑스 길과 포르투갈 길, 북부 길 등 5개가 주요 코스이며 이 가운데 가장 긴 코스는 800km에 달하는 프랑스 길로 생장 피드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고 나바라와 라 리오하 지방, 메세타, 칸타브리아 산맥을 돌아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로 이어지는 40일간의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20% 정도에 불과해서 이 길은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다.
포르투갈 길은 리스본에서 산티아고까지 600km 이상을 걷는 길로 약 3주일 반이 걸리고, 포르투갈 북부의 매력적인 도시 포르투(산티아고에서 약 240km)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많은 길이 있는데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산티아고에서 114km 정도 떨어진 ’사리아‘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공식 ‘카미노 데 산티아고 인증서’를 얻기 위한 최소 100km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마지막 출발점이 되는 마을이다. 이 구간을 4박 5일에 끝내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리아부터는 순례자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다.
“순례의 길에서 만나는 것들”
왜 카톨릭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이 길을 걸을까? 우선 탁 트인 평원에 끝없이 펼쳐진 외줄기 길은 사람의 생각을 한없이 확장시킨다. 살아오면서 그런 풍경, 그런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40일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종교가 없더라도 문득, 종교적으로 되어 간다. 자신의 지나간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기쁨도 좋지만 고통과 고난을 묵묵히 견디며 걷는 경험은 다른 시야를 갖게 한다. 또 가다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즐겁다. 고통스러운 길이기에 더 뜻이 잘 통한다. 인생길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만약 종교가 있다면 이 길은 자기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소중한 길이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길을 걸으며, 매일 아침마다 정성 들여 기도하고, 성인의 동상이 나올 때마다 진심을 다해 기도한다. 진실되게 기도하는 사람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조차 감동하게 만든다. 그런 이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자신의 후반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이정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종교가 없다 하더라도 자신과 삶과 인생과 세상을 묵묵히 성찰하며 걷는다면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은 인생에 길이 남을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