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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를 타고 남극점을 향해 진군하라

전문적인 등반가, 탐험가들이 남극점에 도달한 이야기는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신발끈 여행사 장영복 대표가 2007년 1월에 스키를 타고 110km의 길을 짐을 끌면서 남극점에 도달했었다. 물론 한 달 넘게 고생하면서 걷는 전문 탐험가들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일반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앞선 도전이었다. 박영석 대장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남극점에 도달한 것이 3년 전이었기에 남극점 도전은 전문 탐험인이나 하는 것인 줄 알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장영복 대표가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남극점에 도달한 사람이 된 것이다.

“한국인들의 남극 도전”
한국 사람으로서 최초로 남극점, 북극점에 간 사람은 한국의 등반가 허영호, 박영석이다. 허용호는 1994년 1월 약 1400km를 44일간 개 썰매나 스노모빌 도움 없이 중간 보급받지 않고 걸어서 남극점에 도착했고, 2004년 1월 박영석은 무보급으로 44일간 걸어서 남극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2023년, 여성 등반가 김영미가 혼자서 스키를 타고 1,185km를 썰매를 끌며 50일 동안 중간 보급 없이 남극점에 도달했다.

“신발끈 대표 장영복은 남극점에 간 세 번째 한국인”
그는 남극점에 간 세 번째 한국인이지만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당신들도 남극점에 갔다 올 수 있다”라는 이야기와 방법에 대해서 많이 알렸다. 그래서 외국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쉽게’ 갔다 온 것 같은 인상도 주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그의 어머니가 떠나기 전에 ‘왜 그런 얼음 구덩이를 가느냐’고 걱정 섞인 말을 한 것처럼 실제로 얼음 구덩이 한복판에 텐트를 치고 자며 10여일간 힘들게 걸어간 길이었다. 2006년 12월 31일 서울을 떠나 도쿄-댈러스-산티아고를 거치는 약 30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칠레 남단 푼타 아레나스에서 기상 악화로 나흘간 대기하다, 전세기를 타고 5시간 날아 패트리어트 힐스(지금은 ‘유니온 글레시어 캠프’로 이름을 바꿨다.) 남극 국제 기지에 도착했고, 사흘 후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5시간 비행 끝에 2007년 1월 7일 남위 88도 56분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에 내리는 순간, 그는 생전 처음 맛보는 매서운 추위, 눈보라 그리고 희박한 공기를 맡으며 ‘포기’를 결심했다. 그동안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반, 알프스 등의 높은 봉우리를 트레킹한 그였지만 해발 약 3천미터의 남극 대륙의 어마어마하게 차가운 공기가 더욱 희박하게 느껴져서 무서움을 느꼈다. 그런데 돌아오는 비행기 기장의 말은 더 무서웠다.
“당신이 걸어서 가다가 동상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만약 지금 여기서 포기하고 곧바로 이 비행기를 타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비용이 한국 돈으로 8천만 원이라는 것. 진퇴양난에 처한 그는 이를 악물고 남극 대륙의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걷기 시작했다.

“영웅들의 발길을 따라”
남극 내륙은 정말 추웠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 걸렸던 감기로 침을 뱉으면 침이 순식간에 얼어서 눈 위에 튕길 정도였다. 그는 악착같이 걸었다. 직선거리로 110㎞지만 남극에 따로 길이 있는 게 아니라 눈보라를 뚫고 나침반과 GPS에 의존하여 지그재그로 걸어가야만 했다.
체감온도 영하 50도, 강한 추위로 인해서 해발 3천m지만 거의 해발 4000m급의 고산증세, 설맹증…추위 때문에 계속 눈물이 났고, 무거운 썰매를 끄느라 거칠게 내쉰 호흡이 고드름으로 변해 마스크 주변에 달라붙었다. 미리 배부 받은 여행안내 자료에 따라, 장갑 4겹, 모자 3겹, 상의 7겹을 껴입고 양말 두 개를 껴 신었고 그 위에 다시 방수용 고무양말과 이중화를 신고 스키를 신는 중무장을 했지만 여전히 추웠다. 추위 속에서 40㎏에 달하는 썰매를 끌기가 무거워 작은 스푼 하나조차도 가져갈지 버릴지를 고민했다는 외국 참가자의 말이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뒤처지는 다른 참가자의 짐까지 끌어주며, 첫날에는 정말 남극의 눈보라 속에서 평생 잊지 못할 사투를 벌였다. 그야말로 시시각각, 죽기 살기로 걸었다.
10일간 반복된 하루 9시간씩의 스키행군. 여름철이라 24시간 떠 있는 태양으로 인해 항상 낮인 하늘 밑에서 짧은 토막잠을 자고, 눈을 파고 준비해간 비닐봉지에 자기 인생 중 가장 짧게 변을 보기도 했다(참고로 남극에서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자기의 변을 봉지에 담아 썰매에 싣고 다녀야 한다) 스키행군 1시간 마다 스키를 신은 채 3~4분간 서서 물과 초콜릿을 섭취했다. 스스로 준비해간 음식으로 대충 해결하면서 정신없이 행군, 또 행군. 셀파도, 포터도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밖에 남지 않았지만 스키여행 5일째 정도가 되자 태양 주위에 뜬 원형 무지개, 끝없이 펼쳐진 설원의 아름다움도 조금씩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그 단조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행군을 하는 가운데 그동안 아파트, 답답한 거리에 갇혀서 아등바등 살아왔던 그는 더 큰 존재가 되는 경험을 한다. 남극점을 향해서 100여 년 전의 아문센, 스코트처럼 더 큰 세계를 향해, 자기를 극복하는 체험을 했다. 스키 행군 10일째(서울 출발 21일째)인 1월 20일, 드디어 그는 남극점에 도착했다. ‘지리적 남극점(Geographic South Pole)’이라 쓰여진 팻말을 보는 순간,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힘든 여행이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이 앞섰다. 여행자들은 스스로 자축하며, 또 동료들을 축하하며 사진을 찍는다. 초췌한 모습이지만 온갖 시련을 뚫고 이겨낸 그들은 영웅들이다. 부은 얼굴, 자라난 수염, 마스크를 잘 쓰지 못해 걸린 동상 걸린 코지만 미소를 짓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영웅의 사진(Hero Picture)’이 되었다.

“남극점에 도달하는 진정한 보람과 의미”
행군 중에 동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그곳에 참가한 이들은 영국 공군팀, 인도 해군팀, 멕시코 IT 회사 사장, 탐험을 즐기는 미국 부부 등이었는데, 여행 중 동상에 걸린 스코트 탐험대의 대원 중 한 명이 팀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 이야기나, 동료가 45일간의 행군으로 다리에 동상이 걸려 남극점 도착 며칠 전에 구조를 당할 상황이 되자 그의 동료였던 사람이 동료와 함께 하지 않는 남극점 정복은 의미가 없다면서 구조 비행기에 같이 탑승한 의리의 영국 공군팀 원들의 일화는 자신을 경건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을 들으며 남극점 여행은 단지 자기 욕망을 실현하고, 자신을 드높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고, 고난을 함께 하며 걸어가는 인간애를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존심과 동료애와 인간애를 실천하는 여행이 남극점까지의 여행이었다고 회상한다.

여행을 마친 후, 남극점에서 위성 전화로 가족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가슴은 떨려왔다. 수많은 여행을 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있었지만 죽을 고생을 하고 남극점에 도착해서 듣는 가족의 목소리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함께 멋진 꿈을 이룬 여행자들과 샴페인을 터뜨린 시간은 자신의 여행 인생 중 최고의 감동적인 순간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자랑하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도’ 남극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시간과 돈과 체력이 있어야겠지만 그런 꿈을 키워나자고 말한다. 이제 여행의 범위와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아마추어들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남극점까지 직접 짐을 끌고 옛날의 탐험가들처럼 행군을 하는 시대다. 앞으로의 시대는 ‘작은 영웅’들이 수많은 영역에서 도전하는 시대며 더 나아가 일반인들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최저 영하 89도까지 떨어지는 남극점은 여름인 12월과 1월, 이렇게 단 두달만 여행이 가능하다. 반면에 남극의 해안가는 펭귄, 고래, 앨버트로스 등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11~3월까지 여행할 수 있다. 때문에 연간 약 2만여 명에 달하는 남극 여행자 중 대부분은 남극 크루즈를 선택하지만 여행하기 편한 해안가와 달리, 스키를 타고 남극점까지 도전하는 여행은 한 해에 40명, 5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남극점에 가기 위해서는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남극 여행에 도전하는 한국인들도 꾸준히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