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보다 더 티베트스러운 인도 다람살라/맥로드 간즈
인도 히마찰푸라데시 주의 히말라야 산맥에는 티베트 난민촌이 있다. 이곳에 가려면 우선 다람살라(Dharamshala)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그곳에서 내려 다시 차를 갈아타고 12km 정도 올라가면 맥로드간즈(McLeod Ganj)가 나온다. 이곳에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고 티베트 난민들이 모여서 산다. 맥로드간즈를 윗동네, 다람살라 중심지를 아랫동네로 부르는데 윗동네는 아래동네보다 해발 460m 정도가 더 높고 티베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맥로드간즈에 가면 우리 입맛에 맞는 뚝파(칼국수), 덴뚝(수제비)도 팔아서 고향에 온 듯, 푸근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영국 여름철 휴양지가 있었던 다람살라(Dharamsala)”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는 곳은 다람살라라고 해도 맞고, 맥로드 간즈라고 해도 맞다. 맥로드 간즈는 다람살라시 안에 있는 티베트인들이 모여 사는 구역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곳이 다람살라 버스 정류장인데 이곳은 티베트 분위기는 아니다. 여느 인도의 중소 도시 분위기다. 다만 언덕의 경사가 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버스나 차를 타고 약 12㎞ 정도 더 산길을 올라가면 맥로드 간즈(McLeod Ganj)라는 곳이 나온다. 굽이굽이 물결치는 히말라야산맥 속, 해발 1800m에 위치한 이 포근한 마을은 영국인들이 개발한 여름 산간 휴양지였는데 1905년 4만 명이 죽는 대지진이 발생하자 영국은 휴양도시를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심라(Shimla)로 옮겼다.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맥로드 간즈(McLeod Ganj)”
그후 맥로드 간즈는 1959년 중국에서 망명한 달라이라마 14대와 티베트 난민들이 정착하면서 티베트인들의 마을이 되었다. 이곳에 처음 도착하는 순간 한국인의 눈에 비친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티베트인들의 얼굴과 표정이 우리와 비슷하고 허름한 목조건물들이 들어선 길거리 풍경은 과거의 우리 모습이다. 그리고 티베트 음식점에서 얼큰한 칼국수 ‘툭파’나 수제비 ‘덴툭’ 등을 먹는 순간 고향의 맛을 느끼며 감격하는 이들이 많다. 맥로드 간즈도 윗마을, 아랫마을이 있다. 윗마을에는 달라이라마 14대가 머무는 왕궁, 코라 순례길, 남걀 사원 등의 티베트 사원, 병원 등이 있고 아랫마을에는 티베트 도서관, 티베트 박물관, 병원 등이 있다. 이곳은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티베트보다 더 티베트스러운 곳이다.
이곳에는 티베트 문화가 곳곳에 숨어 있다. 산 언덕에 달라이 라마 14대가 거주하는 아담한 왕궁이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밑에서부터 한 바퀴 돌아 올라가는 산길이 있다. 이 길에는 ‘옴 마니 반메 훔’을 새긴 깃발이 나부끼며 바위들에도 이 진언이 새겨져 있다. 티베트인들은 아침이면 이 길을 시계 방향으로 돌며 ‘옴 마니 반메 훔’을 왼다. 방편과 지혜가 하나가 된 수행, 이타심의 실천, 연꽃과 같은 지혜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기 바라는 진언인데, 티베트인들은 이 진언이 새겨진 둥근 통 ‘마니차’를 돌리기도 한다. 왕궁 앞에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중앙 사원으로 종교 정치와 관련된 의식을 집행하는 남걀사원이 있고, 티베트인들이 중국에서 넘어올 때의 사진들이 전시된 작은 티베트 박물관이 있다. 발 품을 들여 조금 걸어가면 박수 나트에 있는 폭포를 볼 수도 있고, 티베트 임시정부 청사들이 모여 있는 아랫마을의 티베트인촌에 가서 티베트 분위기를 맛볼 수도 있다.
“맥로드 간즈의 매력”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달라이 라마 14대다. 달라이 라마는 ‘큰 바다와 같은 스승’이란 뜻이며, 종교 수장인 동시에 정치 수반이다.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계속 환생하며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인간 달라이 라마 14대는 그저 평범한 승려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티베트가 독립을 하면 자신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언제나 유머러스한 표정으로 친근하게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욕망을 줄이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지혜의 수행을 통해 무지와 집착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실천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자발적인 추종자들이 생겨나서 티베트 불교와 문화는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티베트의 젊은 세대들 중에는 ‘관념에 질식했다’며 무장투쟁 같은 화끈한 행동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많은 티베트인은 달라이 라마 14대의 평화 노선을 따르며 자신들의 정체성만 잘 지키면 언젠가 독립의 기회가 온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 14대가 세상을 뜨면 온건파와 강경파가 갈리면서 내분이 일어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바, 티베트인의 가까운 미래는 암담하다. 그러나 100년이나 200년이 흐른 뒤 그들의 먼 미래는 밝을 수도 있다. 몇십 년 전의 한국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으며, 백년 전의 중국이 지금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티베트인이라고 그 일을 못해 낼 까닭은 없다.
이곳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염불소리가 들려온다. 주민들이 옆집에서 외기도 하고, 사원에서 들려오기도 한다. 왕궁 주변에 있는 남걀 사원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기도하는 불교도들이 있고 코라 순례길에서는 경전이 조각된 돌들을 마주친다. 티베트인들은 새벽부터 이곳을 돌면서 기도한다. 또한 사원에서 오체투지를 하기도 한다. 여전히 티베트인들은 그들의 문화와 정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맥간(맥로드간즈)의 매력이다. 이곳의 성수기는 여름철이지만 봄가을도 괜찮다. 겨울철에는 추운데 혹한은 아니고 영하를 오르내리는 정도지만 습기가 차고 추워서 난방시설이 안 된 곳은 추위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