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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만나러 가는 길, 탄중푸팅 국립공원 크루즈 투어

c.unsplash.com/Carles Rabada

보르네오 섬의 ‘세필록 오랑우탄 재활지’나 수마트라섬의 구눙 레이저 국립 공원 안의 ‘부킷 라왕’에서 오랑우탄을 보는 것은 쉬운 편이다. 그곳에 가기만 하면 먹이를 주거나 혹은 인간의 먹이에 익숙해진 오랑우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탄중 푸팅 국립공원에서 오랑우탄을 보는 것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제1캠프에서는 부모 잃은 고아 오랑우탄에게 먹이를 주기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제2캠프, 제3캠프에서는 그야말로 야생 오랑우탄을 만나는 것인데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탄중 푸팅 국립공원까지는 2박 3일, 혹은 3박 4일 동안 배를 타고 정글 깊숙이 들어간 후, 트레킹을 하는 과정에서 보게 된다.

- 33번 수마트라 오랑우탄 트레일과 다른형태의 오랑우탄 만나는 프로그램으로 포함된 일정은 아닙니다.

“탄중 푸팅 국립공원 가는 길”
우선 자바섬에서 비행기를 타고 칼리만탄의 반자르마신(Banjarmasin)까지 가야 한다. 거기서 프로펠러가 달린 16인승 소형비행기를 타고 팡칼란 분( Pangkalan Bun)이란 곳에 내리는데 단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은 경찰서에 가서 오랑우탄 보호센터가 있는 탄중 푸팅 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위한 퍼밋을 받아야 한다.
그후 쿠마이(Kumai)항까지 가야 한다. 거기서 ‘클로톡’이란 배를 타고 강 깊숙이 들어가 공원에 설치된 캠프를 돌아보며 오랑우탄을 보게 된다. 아무 곳에나 상륙해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관리하는 지정된 캠프만 돌아볼 수 있다. 이런 여행을 하려면 현지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클로톡’ 여행은 일종의 크루즈 여행인데 멋지고 큰 배가 아니라 허름하고 소박한 배다. 선장, 가이드, 요리사가 동행하며 1층엔 작은 선실과 엔진실 그리고 주방, 작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탁 트인 2층은 여행객들이 머무는 객실이다. 객실은 낮에는 식당 및 전망대로 사용되고 밤에는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자는 방처럼 된다. 허름하기는 하지만 정글 속에서 텐트를 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쾌적하다. 가는 도중 벌목 현장을 볼 수가 있다. 정부 국유지에서는 벌목이 엄청나게 행해지는데 오랑우탄이 줄어드는 이유가 이렇게 서식지가 파괴되기 때문이며, 또한 오랑우탄이 ‘복을 가져온다’는 미신 때문에 어린 오랑우탄들이 잡혀가기 때문이다.

“오랑우탄 만나러 가는 길”
2박 3일 여행 동안 배는 캠프 세 곳에서 정박한다. 정박했을 때 내려서 1시간 남짓의 오랑우탄 탐방 트레킹에 나서고 다시 배를 타고 상류로 이동하게 된다. 쿠마이강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열대 밀림이 펼쳐진다. 강을 감상하면서 가다 보면 원숭이도 보이고 어쩌다 악어도 보인다. 저녁나절 첫 번째 캠프에 도달하면 배에서 하룻밤을 잔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여태까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대자연의 어둠을 체험하게 된다.
다음날 새벽 기운에 눈을 뜨는 순간 온 정글이 새소리로 가득하다. 세상 만물이 어둠 속에서 다시 소생하는 순간이다. 아침 식사를 배에서 마친 후, 첫 번째 캠프인 탄중 하라판(Tanjung Harapan)까지 걸어간다. 원래 이곳은 다약족이 살고 있던 곳으로 그들은 오랑우탄 사냥꾼이었다. 그러나 오랑우탄 연구자인 ‘비루테 갈디카스’ 박사의 설득으로 다약족 마을은 공원 밖으로 이주했고 이 지역은 1982년 이래 오랑우탄 보호소가 되었다. 그녀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어미 잃은 어린 새끼 오랑우탄 등에게 우유와 바나나를 식사로 주고 있다. 까만 눈망울의 순진한 새끼 오랑우탄들이 귀엽다.
첫 번 째 캠프를 보고 두 번째 캠프 폰독탕귀(Pondok Tangui)까지 가는 동안 강변의 정글과 물을 마시러 오는 원숭이 등의 동물을 감상한다. 캠프에 도착하면 바나나를 든 공원 직원들을 따라 정글로 이동한다. 직원들은 오오오오 하면서 야생 오랑우탄을 부르는데 과일이 없는 건기 무렵에는 오랑우탄들이 몰려나오기도 하지만 정글에 과일이 많은 우기 때는 안 나타나기도 한다.
세 번째 캠프는 리키 캠프다. 강폭이 점점 좁아지면서 세코녜르강으로 접어든다. 까만 빛깔로 색이 변하는데 깨끗한 물이라고 한다. 리키 박사는 고고인류학자로서 탄자나이 올두바이 계곡에서 인류의 화석을 찾아낸 사람으로 제인 구달(침팬지 연구), 다이앤 포시(고릴라 연구),비루테 갈디카스(오랑우탄)의 스승이다. 평소에 이 캠프에 가장 많은 오랑우탄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는데 직원들이 오오오오...하고 부르면 늘 나타나는 오랑우탄들이 있어서 직원들은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숫컷이 리더인데 야생 오랑우탄들이지만 인간들에게 익숙해서 공격적이지 않다. 그래도 야생 오랑우탄들이 우르르 내려와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놀라기도 한다.
오랑우탄을 만나는 이 여행은 비록 정글을 걷기는 하지만 그리 많이 걷지는 않는다. 주로 배를 타고 이동하다가 잠깐 내려서 한 시간 정도 보고 오는 길이다. 힘은 들지 않지만 깊은 정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밤에는 반딧불을 보면서 정글의 어둠을 감상하고, 요리사가 만들어 주는 나시고렝(인도네시아식 볶음밥)과 이칸고렝(튀긴 생선)으로 저녁을 먹는 즐거움도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풀벌레 소리, 이름을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울음 소리를 들어가며 잠에 빠져드는 순간은 오랑우탄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