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앙코르 와트
9~13세기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했던 왕국은 크메르 왕국이었다. 크메르 왕국의 수도에 건설된 앙코르 와트는 동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유적지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앙코르 와트는 400년 이상 숲속에 잠들어 있다가 1860년 프랑스 식물학자에 의해 재발견되어 유럽 세계에 크게 알려졌다. 앙코르 와트는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수미산)을 의미하고 거기에는 신비한 수치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앙코르 왕국과 앙코르 문명”
캄보디아 북서부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거대한 톤레삽 호수가 있고 인근의 정글에는 위대한 앙코르 왕국이 있었다. 9세기에 나타난 왕국은 약 600년간 존재했었고 한때 라오스 태국 베트남의 일부까지 다스리다가 15세기에 갑자기 소멸했다. 우리의 고려, 조선초까지의 시기에 번성했던 앙코르 왕국은 앙코르 와트, 앙코르 톰, 바이욘 사원등 어마어마한 유적지를 남긴 채 소멸되었다.
그 후 잊혀졌던 왕국을 방문했던 이들이 종종 있었는데, 앙코르 문명을 전 세계에 크게 알린 이는 1860년 프랑스의 동식물학자 앙리 무오였다. 앙코르(Angkor)란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설이 많다. 동남아시아 미술사를 연구하는 ‘돈 루니(Dawn Rooney)’ 같은 학자는 “원래 크메르인들은 앙코르 왕국을 ‘캄부자(Kambuja)’ 왕국이라 불렀고 자신들의 도시를 인도 산스크리트어의 나가라(Nagara·도시)에서 유래한 나크혼(Nakhon)이라 불렀는데, 서양인들이 나크혼을 잘못 들었으며 시간이 가는 가운데 앙코르라 부르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설이 맞다면 앙코르는 ‘도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앙코르 와트는 ‘도시 사원’을 의미한다.
“앙코르 와트는 왜 만들었을까?”
이 힌두교 사원은 수리야바르만 2세 때인 12세기 중엽, 약 30년간에 걸쳐서 완성되었는데 다른 사원들과 달리 입구가 죽음을 의미하는 서쪽에 있어서 아마 수리야바르만 2세의 무덤으로 쓰였거나 천문대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용성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이고 상징성으로 보면 이 사원은 우주의 중심, 세계의 중심이며 수리야바르만 2세가 자기 치세에 극락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앙코르 와트의 의미와 수치의 비밀”
이 사원에는 수많은 의미와 상징이 담겨져 있다.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호수 같은 해자는 우주의 대양을 뜻하고 해자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는 것은 인간의 속세, 상대성의 세계에서 신들의 세계, 절대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원 안에 우뚝 솟은 중압탑의 지성소는 우주의 중심이고 절대자가 살고 있는 메루산(수미산)의 상징이다.
사원의 제3 회랑에는 힌두교의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쿠루 평야의 전투’, 라마야나에 나오는 ‘랑카의 전투’ 그리고 대홍수에 의해 파멸된 세상에서 암리타라는 영생불사약을 얻기 위해 뱀의 몸통을 잡고 뒤흔드는 신들과 악마들, 그 물결 속에서 탄생하는 천상의 무용수들인 압사라 등 풍부한 인도 힌두교 신화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앙코르 와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힌두교의 마누법전에 의하면 우주는 네 개의 흥망성쇠를 겪고 순환한다. 이걸 유가(Yuga)라는 단위로 계산하는데 크리타 유가는 우주의 정법이 모두 지켜지는 시기로 인간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172만 8000년, 트레타 유가는 우주의 정법이 4분의 3만큼만 지켜지는 시기로 129만 6000년, 드바파라 유가는 우주의 정법이 4분의 2만 지켜지며 86만 4000년이 유지되고, 칼리 유가는 말세의 시기로 43만 2000년이 유지된다. 우리는 현재 말세를 살고 있는데 이 흥망성쇠를 다 합하면 432만년이 되며, 이것이 2000번 되풀이되는 것이 창조주의 하루고, 이것을 1칼파(겁)라 한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의 여성학자 엘리노 마니카(Eleanor Mannika)가 사원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처음에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전에 이미 미터로 측정한 자료는 있었지만 미터 자체는 의미가 없었다. 그러다 앙코르 왕국시대에 쓰던 단위인 큐빗으로 바꾸자는 생각을 했지만 정확한 큐빗의 길이를 알 수 없었다. 큐빗은 고대 시대부터 쓰이던 단위로 손가락 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였지만 정확한 길이를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큐빗(1Qubit=0.43545m)이란 단위를 알아냈고, 미터를 큐빗으로 환산해보니 놀랍게도 많은 수치가 의미를 갖고 살아나기 시작했다.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대략 다리 길이는 432큐빗, 다리를 건넌 후부터 참배로가 끝나는 곳까지가 864큐빗, 다리 중간에서부터 제3회랑까지가 1296큐빗, 그리고 다리 시작되는 곳부터 제2회랑까지가 1728큐빗이 나왔는데, 바로 각 유가 주기를 1000분의 1로 축소한 것과 같았다.
즉, 이 앙코르와트 사원에는 브라흐마 창조주의 하루인 칼파(겁)와 우주의 흥망성쇠 시기가 정교하게 실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거대한 우주와 세상이 건축물로 실현된 것이다. 말세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이 사원에 들어왔다는 것은 절대자의 세계, 우주에 들어온 것이며, 이곳에서 정화되고 절대자 비슈느 신이 있는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수리야바르만 2세 왕은 이곳을 만든 왕으로서, 이 세상의 지배자며 말세와 같은 세상을 우주의 정법이 실현되는 크리타 유가의 시대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 사원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 외에도 태양이 움직이는 황도대의 별자리,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시기, 동지, 하지 때 비추는 햇빛의 양 등을 계산해서 우주의 시간을 일정한 공간에 구현해 놓은 사원이 바로 앙코르 와트다.
이 사원은 아무 생각없이 돌아보아도 장엄한 모습에 압도당하고 경건해진다. 그러나 그 사원의 의미, 수치의 비밀을 알고 돌아보면 더욱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만들던 당시 왕과 건축가들이 대단한 상징과 의미를 어떻게 구현시킬까를 고민하고, 궁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앙코르 문명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알 수 있다.
“앙코르 톰과 바이욘 사원”
앙코르 와트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앙코르 톰(위대한 도시)’의 성벽이 있다. 입구에는 54명의 신(Deva)과 54명의 악마(Asura)가 뱀의 몸통을 잡고 뒤흔드는 모습으로 양편에 늘어서 있고, 성벽에는 거대한 바위로 만들어진 사면 얼굴상이 있어 방문자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도성 안에는 폐허가 된 왕궁이 있고 중심에는 바이욘 사원이 있다. 집채만한 아발로기데스바라(관음상)의 사면 얼굴상이 가득 찬 기괴스러운 사원인데, 앙코르 왕국의 번성기를 열었던 자야바르만 7세가 만든 불교 사원으로 그는 스스로 관세음보살이라 일컬었는데 바이욘 사원을 걷다 보면 오싹하기도 하고 신비한 느낌도 든다. 그 외에 거대한 문어발 같은 무화과나무 뿌리가 사원의 담장을 움켜쥐고 있는 폐허의 프레아 칸 사원과 타 프롬 사원은 경이롭고 충격적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분위기여서 아슬아슬한 탐험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앙코르 문명은 거대하고, 기괴하고, 아름다우며 수많은 상징과 의미를 간직한 독특한 인류의 문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