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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먹는다. 베트남 쌀국수와 맥주와 커피

c.pixabay.com/Pfüderi

사람이 외롭고 힘들 때 힘을 주는 것은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 고향의 맛,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말한다. 음식은 결코 음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과 연결된 추억이 정신의 허기를 달래준다. 여행도 그렇다. 여행지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 달달한 디저트와 커피 그리고 술 한 잔에 어린 추억이 오랫동안 남는다. 종종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과 술과 커피를 찾아다니는 이유다. 여행지의 추억을 먹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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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추억을 불러내는 쌀국수”
베트남의 추억을 불러내는 음식은 단연코 베트남 쌀국수다. 아무리 한국에 쌀국수 체인점이 많이 들어와 있어도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소고기 쌀국수, ‘퍼 보’의 육수는 한국에서 곰탕 육수를 우려내듯 소고기 뼈와 고기를 오랫동안 푹 고아서 만든다. 이 육수는 시중에서 파는 ‘육수 소스’를 풀은 것과 맛이 다르다. 진짜 육수는 건강에도 좋고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쌀국수는 크게 북부 하노이식 스타일과 남부 사이공(호찌민)식 스타일로 나뉜다. 북부 스타일은 육수가 맑고 넓적한 면으로 만들며 제공되는 소스는 식초, 피쉬 소스, 칠리 소스 등이다. 반면에 남부식은 육수가 진하고 달달해서 첫입에 확 감칠 맛이 돈다. 거기에 골수, 힘줄, 양지, 차돌 등 다양한 고기기 고명으로 얹히고 숙주, 라임, 칠리소스, 허브, 고추 등도 다양하게 나온다. 중부 지방의 ‘후에’는 분보라고 하여 넓적한 면이 아니라 가는 면을 사용하여 쌀국수를 만든다. 베트남을 종단한다면 북부, 중부, 남부의 쌀국수를 먹어가면서 맛을 비교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빠트릴 수 없는 맥주”
베트남에서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도 빠트릴 수 없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맥주는 ‘비아 333’ (비아 바바바)으로 전국에서 마시고, 남쪽을 대표하는 맥주는 ‘비아 사이공’(사이공 맥주)이다. 북쪽 하노이는 ‘비아 하노이’(하노이 맥주)고 중부의 후에에는 ‘비아 후다’(후다 맥주)가 있다. 종단 여행을 하면서 맥주 맛을 비교하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다. 전국적으로 흔하게 마실 수 있는 생맥주는 ‘비아 허이’라고 부른다. ‘신선한 맥주’라는 뜻인데 도수가 좀 약한 편이다. 거기다 차게 해준다고 얼음을 넣어 주니 더욱 밍밍해진다. 하지만 노천 생맥주집 거리에서 낮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함께 마시는 분위기는 최고다. 하노이든, 사이공이든 도심지 어딜 가나 이런 생맥주집들이 많다. 돈도 많이 들지 않는 이런 체험이야말로 여행을 더욱 신나게 만든다.

“쓰고 단, 강렬한 베트남 커피”
베트남 여행에서 베트남 커피를 즐기지 못하면 너무 아쉽다. 베트남은 세계 3위의 커피 수출 대국이지만 아라비카보다 질이 낮은 로부스타다. 해발 6백m 이하에서 재배되고 카페인이 많으며 맛이 쓰다. 이들은 여기에 매우 달달한 연유를 섞어 마시는 베트남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만들었다.
블랙 커피에 해당하는 ‘까페 덴 농’은 너무 강하고 쓰다. 대개는 ‘까페 쓰어 농’(연유가 밑에 깔린 따뜻한 커피)나 ‘까페 쓰어 다’ (연유가 깔린 아이스 커피)를 즐겨 마신다. 또한 코코넛을 넣은 ‘코코넛 스무디 커피’도 독특한 코코넛 맛 때문에 인기가 좋다. 맛도 좋지만 드립 커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핀’이라고 하는 구멍 뚫린 은색 철제 잔을 연유가 깔린 컵 위에 올려놓고 뚝뚝 떨어지는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하다. 또 베트남의 많은 카페에는 커다란 화분들이 많이 있어서 숲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베트남 특유의 카페 분위기다.
베트남은 날씨가 덥다 보니 새벽 6시면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활동한다. 카페도 아침 일찍 여는 곳들이 있다. 야외, 혹은 노천카페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손님을 받는다. 이른 아침부터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베트남인들은 보는 이들조차 힘이 나게 한다.
쓰고 단, 베트남 커피의 맛을 잊지 못해 여행자들은 한국에 와서도 베트남 카페를 찾아다닌다. 서울의 이태원에도 하노이에서 출발한 체인점 ‘콩 카페’가 들어와 있고, 쯩우웬 커피도 한국에 수입되고 있으며 베트남식 ‘코코넛 스무디 커피’도 현재 한국의 카페에서 유행 중이다.
그러니 베트남에 간다면, 특히 종단 여행을 한다면 두루두루 쌀국수와 맥주와 커피를 비교하며 맛보시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허기를 달래 줄 추억을 만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