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을 만날 수 있는 세필록 오랑우탄 재활지
보르네오섬 사바주의 산다칸이란 도시 근처에는 세계에서 4곳밖에 없는 오랑우탄 재활지가 있다. 상처 입거나 어미 잃는 등 자생력이 없는 오랑우탄들을 보호해주는 ‘세필록 오랑우탄(Sepilok Orang Utan) 재활센터’다. 이곳에서 보호되고 있는 오랑우탄들은 보호를 받으며 살다가 원시림 가운데 설치해 놓은 연단으로 오전 10시, 오후 2시에 몰려든다. 먹이를 주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열대림 무성한 정글 속으로 들어가 이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인 숲 속의 사람, 오랑우탄
말레이시아어로 사람이라는 뜻의 ‘오랑’과 숲이라는 뜻의 ‘우탄’이 만나 탄생한 이름이 오랑우탄이다. 즉 ‘숲속의 사람’이란 뜻이다. 오랑우탄은 인간의 유전자와 96.4%나 일치한다고 한다. 진화론에 의하면 3000만년 전부터 인류,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들의 공통 조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1000만년 전에 오랑우탄이 분화가 되고 나서 800만년 전에 고릴라, 500만년 전에 침팬지와 인류가 각각 분화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는 창조론과 진화론이 아직도 논쟁 중이니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오랑우탄은 침팬지·고릴라와 함께 인류와 매우 가까운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랑우탄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그들의 노예가 될까 두려워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오랑우탄은 사나워 보이지만 온순한 편이다. 특히 암컷들은 실제로 온순하다. 그러다 보니 애완용으로 키우기 위해 사람들에게 잡혀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세필록 오랑우탄 재활지 센터”
현재 지구의 숲은 벌채, 산불 등으로 인해 엄청나게 줄어들고 있고 그에 따라 숲에서 살고 있는 오랑우탄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현재 오랑우탄은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보호를 위한 국제 연합 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서는 위기의 동물을 다음과 같은 9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멸종(EX), 야생에서의 멸종(EW), 멸종위기(CR), 위기(EN), 취악(VU), 위협(NT), 우려(LC), 데이터 부족(DD), 해당사항 없음(NE)인데 보르네오의 오랑우탄은 이 중 위기(EN)군에 속한다고 한다. 결국 조금 있으면 멸종위기, 멸종의 상태로 갈만큼 위험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곳의 오랑우탄 재활센터는 동물원처럼 포획한 동물들을 인간들에게 구경시키는 곳이 아니다. 다치거나 고아가 된 혹은 불법으로 포획된 오랑우탄의 재활을 위한 육체적, 정신적 치료를 돕는 곳이다. 그들이 회복되면 야생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세필록 오랑우탄 재활 센터는 오랑우탄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인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센터를 개방해 일반인이 오랑우탄을 만나게 한다. 그때 관리인이 과일이 든 양동이를 갖고 연단에 나타나면 오랑우탄들이 모여든다. 이때 원숭이들도 함께 나타난다. 원숭이들은 서로 먹이를 뺏으며 방정맞게 싸우지만 먹이가 넉넉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오랑우탄들은 바쁘지 않다. 가끔 수컷이 먹고 있는 바나나를 암컷이 뺏아도 수컷은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른 것을 집어먹는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가져가면 그냥 내버려 두듯이. 확실히 오랑우탄은 원숭이와 달라 보인다.
세필록 오랑우탄 재활지에는 특이한 암컷 한 마리가 있다. 관리인이 먹이를 주는데도 그곳에 가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서서 먹이를 먹는 오랑우탄들을 쳐다보는데 자신의 사진을 찍는 인간들을 우수에 찬 눈초리로 물끄러미 쳐다보아서 인기가 좋다. 마치 자신의 정체성과 처지에 대해서 고뇌하고 슬퍼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근처에는 방갈로 숙소도 있는데 가끔 오랑우탄이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와 책상 위에 있는 미네랄 워터를 마신 후 유유히 사라져서 기가 막혔다는 관광객들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침팬지도 그렇지만 확실히 오랑우탄들도 지능이 높고 자아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필록 오랑우탄 재활지 가는 방법”
일단 산다칸이라는 동부의 도시로 가야 한다. 코타키나발루에서 버스를 타면 산다칸까지 약 5시간 걸린다. 중간에 키나발루산을 거쳐 산다칸으로 간다. 산다칸에서는 버스를 타면 세필록 오랑우탄 재활지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 산다칸은 작은 도시지만 충분한 숙소와 식당들이 있고 오랑우탄 재활지 바로 옆에 방갈로형 숙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