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국토를 한 바퀴 도는, 국도 1번 링로드
아이슬란드는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니다. 전 국토는 대한민국(남한) 보다 약간 넓지만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인구는 37만 5천 명이다.(대한민국은 약 5천만 명). 그러니 전 국토가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름다우면서도 황량하고 경이롭고 신비하면서도 두렵다. 이곳은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자연이 중심이다. 화산과 용암의 흔적들, 빙하, 황량한 해안선, 고요한 피오르(피요르드) 등 지금까지 접해온 풍경과 전혀 달라서 다른 행성에 도착한 것만 같다. 이곳을 트레킹 한다는 것은 다른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도 같다. 아이슬란드는 국토 전체가 트레킹 코스다. 이곳을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돌아보는 것은 둥글게 원을 그리고 있는 국도 1번을 따라 가는 것이다.
“국토 전체가 트레킹 코스”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단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유럽의 제일 끝 북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동서남북 모든 지역이 각각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 북쪽은 폭발이 빈번한 화산과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화산지대고 남쪽은 얼음이 펼쳐진 빙하지대다. 또한 어디든 황량한 해안선이 펼쳐지고, 웨스트 피오르(피요르드)에서는 극지를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많은 빙원이 관찰된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높이가 400m 이상이고 최고봉인 흐반나달스누쿠르(Hvannadalshnukur)의 해발고도는 2119m이지만, 어른 키 높이 이상의 나무는 자라지 못하는 불모의 땅이기도 하다. 국토 어디를 가든 그곳이 바로 트레킹 코스가 되는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다.
“국도 1번인 링로드를 따라가는 여행”
아이슬란드에는 링로드라 불리는 1번 국도(Route 1)가 있다. 머릿속에서 제주도를 연상하면 된다. 해안가를 따라서 빙 돌아가는 길처럼 아이슬란드에도 해안, 내륙을 넘나들며 섬 한 바퀴를 도는 ‘링’ 형태의 도로가 국도 1번이다. 물론 아이슬란드는 제주도보다 훨씬 큰 섬이다. 아이슬란드 면적은 102,775km2로 대한민국(100,431km2, 남한)보다 약간 크다. 아이슬란드 링 로드 총 길이는 1332 km로 대부분의 구간 최대 제한 속도는 90km/h다. 링로드는 대부분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어서 교통량이 별로 없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는 것은 매우 쾌적하다. 계속 달리기만 하면 이론적으로 15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올 수 있다. 그러나 링로드를 달리며 경치도 감상하고, 곳곳의 명소를 돌아보고, 트레킹도 한다면 대개 여름에는 7일-10일 정도가 걸리고 겨울에는 두배 정도로 여유있게 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아이슬란드의 날씨”
아이슬란드 여행은 여름, 6월에서 9월이 가장 좋다. 여름에는 백야현상으로 밤 늦게까지 밝은 하늘아래에서 여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울에는 해가 매우 일찍 지기에 여행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아진다. 지역에 따라, 예를 들면 링로드에서 벗어난 웨스트 피오르에 위치한 스나이펠스네스 반도, 아이슬란드 고원지대 등은 6월말에서부터 9월까지만 접근이 가능하다. 겨울철, 즉 10월에서 3월 사이에도 천천히 링로드를 돌 수도 있지만 폭풍우, 폭설 등에 의해 도로가 폐쇄될 수도 있고 숙소도 폐쇄되기도 해서 순조롭지 않다. 우리의 겨울과 다르다. 또한 북극에 가까운 곳이라 겨울철의 낮 시간이 짧아 금방 어둠이 내려 앉는다. 그러므로 여행 기간을 두배 정도로 잡는 것이 좋다. 대개 겨울철 여행은 피하는데 꼭 간다면 기상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링로드 근처의 관광지들”
유명한 관광지 골든 써클과 블루라군은 링로드에서 떨어져 있고, 동부 아이슬란드에 있는 대부분의 피오르와 스나이펠스네스 반도, 웨스트 피오르 또는 고원지대는 링로드에 속해 있지 않다. (피요르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는 현지 발음에 더 가까운 피오르로 표기한다. ) 북부의 잘 알려진 도시와 마을, 즉 후사비크(Húsavík), 아스비르기(Ásbyrgi), 데티포스(Dettifoss), 시글루 피오르(Siglufjörður), 호프소스(Hofsós) 등은 링로드 상에 있지 않아서 링로드를 벗어나 투어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지들은 링로드 근처에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무수한 곳들이 있는데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으므로 어떻게 선택하고 계획을 짜는가에 따라 일정이 달라진다. 링로드를 도는 가운데 많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들판, 한 폭의 그림 같은 농장, 폭포, 산, 바다, 호수, 빙하와 벌판에 흩어진 양 소, 말, 순록 등을 볼 수 있다.
레이캬비크에서 남쪽으로 출발하면 링로드 남부에는 강과 산이 많이 보인다. 시간이 여유 있다면 잠시 링 로드에서 벗어나 블루 라군과 골든 써클을 돌아보고 다시 링로드로 돌아와 달릴 수 있다. 남서부 지역은 모래로 뒤덮인 곳이 많고 빙하 강이 가로지르기도 한다. 크베라게르디(Hveragerði)는 지열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하이킹 할 수 있고 레이캬달루르(Reykjadalur)로 가면 온천수가 강처럼 흐르는 곳에서 온천욕도 할 수 있다. 미르달스외쿨(Mýrdalsjökull)과 에이야퍌라외쿨(Eyjafjallajökull) 빙하, 또한 여러 개의 폭포가 링로드를 달리다 보면 보인다. 스코가포스(Skógafoss) 폭포에서도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또한 푐뵈르드할스(Fimmvörðuháls)로 가면 에이야피야요쿨(Eyjafjallajökull) 화산이 나온다. 2010년도에 대폭발을 일으킨 화산으로 유명하다. 링로드에서 조금 벗어나 남쪽으로 가면 등대가 있는 해안 절벽 디르홀레이(Dyrhólaey)와 검은 모래 해변인 레이니스퍄라도 볼 수 있다. 근처에는 풍광이 뛰어난 해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비크(Vík)도 있다.
링로드의 남동부로 접어들면 아주 작은 키르큐바이야클라우스투르(Kirkjubæjarklaustur)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는 캠핑장과 낭만적인 하이킹 코스가 있고 근처에는 협곡 피야드라르글리유푸르(Fjaðrárgljúfur)가 있다. 초록색의 나무가 우거진 스카프타펠(Skaftafell)과 현무암 주상절리로 유명한 20m 높이의 스바르티포스(Svartifoss)폭포로 갈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중의 하나인 요(외)쿨살론(Jökulsárlón)도 있다. 거대한 빙하호수로서 빙하에서 부서져 나온 큰 얼음 덩어리들이 북대서양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곳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 요쿨살론 바로 옆의 해안가에는 다이아몬드 해변(Diamond Beach)도 있다. 조각난 빙하 조각들이 새까만 모래 위에 널려서 빛나는 모습이 마치 다이아몬드같다.
링로드 동부는 험준한 산과 아름다운 피오르로 이름 나 있다. 피오르 곁에는 각각 마을들이 있는데 마을 주민은 자신들의 피오르에 대해서 자부심들이 높다.
아이슬란드 북부는 산악 지형이 우세하다. 아름다운 호수로 온천과 동굴이 곳곳에 있는 미바튼 호수(Mývatn Lake)는 크라플라(Krafla)화산 근처에 있으며, 천연 온수로 채워진 호수로 야생 조류, 오로라 전망으로 유명한 화산호다. 유기물과 염분의 농도가 높은 호수로, 수심이 얕다. 호수와 주변 습지에는 유난히 물새들이 많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오리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2,300년 전 화산의 용암이 분출하면서 생성된 호수로 주변은 용암기둥을 비롯해 온통 화산지대 풍경이다. 미바튼이라는 이름은 아이슬란드어로 미(mý)는 작은 곤충, 바튼(vatn)은 호수를 뜻한다. 여름이면 호수에 엄청난 파리떼가 들끓어서 바튼(Mývatn)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근처의 디무보르기르(Dimmuborgir)에서는 용암 흔적을 볼 수 있다. 미바튼(Mývatn) 호수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디무보르기르는 암석과 동굴이 즐비한데 아이슬란드어로 ‘지옥의 문’이라는 뜻이다. 근처의 나마스카드(Námaskarð)에서는 지열 흔적을 탐험할 수 있고 데티포스 폭포(Dettifoss Waterfall)도 방문할 수 있다. 링로드에서 조금 떨어진 데티포스 폭포는 높이가 44미터, 폭은 1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폭포로 유럽에 있는 폭포 중 단연코 앞서는 폭포다. 그 외에 동굴 안에 있는 뜨거운 온천 그료타기아 (Grjótagjá), 화산 분화구로 하이킹 할 수 있는 크베르펠(Hverfell/Hverfjall), 북부지방의 블루라군(The Blue Lagoon)으로 불리는 미바튼 노천 자연온천(Mývatn Nature Baths)이 있다. 또한 후사비크(Húsavík)은 고래관측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링로드 바로 옆에 있는 고다포스(Goðafoss)는 신의 폭포라 불릴 정도로 장엄하다. 그리고 아쿠레이리(Akureyri)는 피오르 지역에 자리자고 있고 나이트라이프도 즐길 수 있으며 스키 리조트가 있다.
서부 링로드 근처에 있는 스나이펠스네스(Snæfellsnes)는 아이슬란드의 미니어처라고도 불린다. 이곳은 아이슬란드의 모든 특징을 다 갖고 있다. 화산이면서 빙하인 스나이펠스요쿨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에는 용암대지, 폭포 뿐 아니라 아름다운 사진 배경으로 그만인 키르큐펠 산, 너무나도 아름다운 해안선과 검은 모래, 흰 모래 해변, 자연동굴과 매력적인 마을들이 있는 곳이다. 스나이펠스네스 반도는 링로드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내어 방문하면 좋은 곳이다.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주 방법
링로드에 있는 모든 마을, 명소를 다 들를 수는 없다. 가이드가 딸린 딘체 투어에 참가했다면 전문가들이 알아서 선택을 해주게 되므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만약 개인적으로 간다면 본인이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여름에, 렌터카를 이용해 링로드만 따라가며 접근이 용이한 곳에 들른다면 어려울 것은 없다. 그러나 산이나 사람 없는 곳을 트레킹 하는 경우 조심할 부분이 있다. 어려운 코스를 혼자서 걷다가 안개가 낀 상태에서 길을 잃고, 발을 헛디뎌 정신을 잃었다가 간신이 살아난 한국 여행자도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면 별 위험이 없어도 날씨가 급변하면 처음 가는 길에서는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더군다나 겨울에 개인적으로 여행하는 것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침 9시, 10시쯤에나 날이 밝아오고, 계속 어둠침침하다가, 오후 2, 3시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곳에서는 기상이 나쁘면 더욱 여행하기가 힘들어지는데 그때 폭설과 강풍을 만나면 큰 변을 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