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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혓바닥에 올라 세상을 보다. 트롤퉁가 하이킹

멀리 눈덮인 산맥들과 밑으로는 깎아지를듯한 협곡을 배경으로 허공으로 큰 바위 하나가 튀어나와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섬찟하고 경외스럽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그 바위를 북유럽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거인족 ‘트롤의 혀’ 같다고 해서 ‘트롤퉁가Trolltunga’라고 부른다. 퉁가는 ‘혀’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해발 1100m 높이에 있는 이 ‘거인의 혓바닥’ 위에 올라서서 링게달 호수(Ringedalsvatnet)를 내려다보며 인생 인증샷을 찍는다.

“꼭 해볼만한 트롤퉁가 하이킹”
‘트롤퉁가(Trolltunga)’는 쉐락볼튼(Kjeragbolten), 프레케스톨렌(Preikestolen)과 함께 노르웨이 3대 하이킹 명소다. 노르웨이 남서부 하당에르(Hardanger) 피오르(fjord)에 위치한 기암절벽으로 이런 풍경은 노르웨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북유럽의 노르웨이에는 히말라야나, 아프리카나, 알프스에서 볼 수 없는 피오르(피요르드)와 거대한 기암절벽이 있다. 언젠가 꼭 노르웨이의 3대 하이킹을 해볼만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약 1만 년 전 빙하시대 형성된 이 웅장한 절벽과 허공으로 솟구친 ‘트롤의 혀’는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본 사람들은 꼭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바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하이킹 하는 과정”
이곳은 왕복 7, 8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바위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한국의 북한산, 도봉산 혹은 설악산을 등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 산을 등반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지만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이른 여름에라도 녹지 않은 눈들이 있다면 체력 소모가 더 많아서 이곳이 북유럽의 노르웨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가장 높은 주차장 P3까지 차로 올라간다면 왕복 하이킹 시간은 7, 8시간이지만 눈이 오거나 안 녹아 있어서 P2까지만 차를 타고 갈 경우 하이킹 시간은 왕복 3시간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P2에서 P3까지 올라가는 언덕길을 한 시간 반 동안 오르다 보면 체력 소모가 많아 더 힘들게 느껴진다.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게 되면 바위산을 오르고, 능선 걷듯이 걷기도 한다. 올라가는 길이 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산증같은 것이 없기에 쉬어 가며 꾸준히 올라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배가 고프면 준비해 간 음식도 먹고 풍경도 즐겨 가면서 올라가면 된다. 그러나 평소에 등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 운동량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드디어 정상 부근이 나오고 혀처럼 툭 튀어나온 큰 바위를 보는 순간, 해냈다는 성취감이 밀려온다. 멀리 눈덮인 산들이 이어지고 밑에는 링게달 호수(Ringedalsvatnet)가 보인다. 절경이다. 사람들은 그 바위에 올라가 인증샷을 찍는다. 멀리서 다른 사람이 찍어 주어야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배경이 한눈에 드러나 더 멋있다. 사람들은 온갖 포즈를 취하고, 펄쩍 뛰기도 하며 절벽 끝에 앉기도 한다. 바위는 꽤 넓은 편이고 끝으로 갈수록 경사가 약간 위로 나 있어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지만 사진을 보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뒤쪽으로는 눈 덮인 산맥이 끝없이 이어지고 아찔한 절벽 밑의 호수는 아름답다는 말을 넘어서 경외스러운 감정이 든다. 사람들이 왕복 7, 8시간을 걸으면서도 이곳에 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at your own risk’ 정신”
노르웨이에서는 이곳이나 다른 아슬아슬한 절벽에도 우리처럼 안전을 위해 철조망을 치거나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 한국 같으면 온갖 안전장치를 하고, 안전 요원이 감시를 할 것이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정부나 여행자들의 안전불감증, 관리 미비를 질타하곤 한다. 그런데 아차 하면 절벽 밑으로 추락할 것 같은 이곳에는 그런 것이 없다. 노르웨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서양의 많은 나라들이 거칠고 험한 절벽, 해안길, 바다 같은 곳에 경고문은 있을지언정 대체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 그리고 ‘at your own risk’라는 팻말이 있거나 그 정신으로 개인이 알아서 한다. 즉, ‘위험을 감수하고 너의 책임하에 하라’는 뜻이다. 이런 방임 정책이 오히려 사람들의 정신을 차리게 해서 각자의 안전은 각자가 챙긴다. 그래서 위험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자신 없는 사람은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하는 사람은 최대한 자기 스스로 안전에 신경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