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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 라오스의 비엔티안

pixabay.com/nguyendo

비엔티안(Vientiane)은 라오스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지만 매우 조용하다.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2020년 기준 인구 약 94만 8천 명으로,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태국의 농카이와 마주 보고 있는데 란쌍 왕국이 1563년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천도하면서 란쌍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19세기 초반에 태국의 시암 왕국의 공격을 받아 수도의 많은 유적이 파괴되었으나 프랑스 식민 시절 복원되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
비엔티안(Vientian)이라는 지명은 라오스 현지어로는 ‘위앙짠’이다. 라오스가 프랑스의 지배 하에 있을 때 프랑스인이 Chan 발음을 ‘tien’으로 표기했고, 프랑스어로 V를 W로 발음하니 Vientian은 ‘위앙짠’과 비슷하게 발음되었을 텐데 영어가 되면서 ‘비엔티안’으로 발음된다.
‘위왕짠’이란 단어의 의미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짠(Chan)’의 산스크리스트어 해석에 따르면 “Sandalwood City”라는 설이 있다. 샌들우드는 백단인데, 열대지방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거기서 나오는 향이 백단향으로 알려져 있다. 또 “City of the Moon”(달의 도시)라는 설도 있다.
비엔티안은 개방 초기에는 더욱 한적하다 못해 지루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적하다. 그리 볼거리가 많지 않기에 태국 여행을 하다 비자 연장을 하기 위해 하루, 이틀 들렀다 가는 여행자들이 많았었다. 지금은 물론 달라졌다. 루앙프라방과 방비엥이 라오스 최고의 관광지가 되자 그곳에 가기 위해서 비엔티안은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되었다. 더군다나 2023년도에는 한국의 KTX같은 고속 열차가 루앙프라방까지 2시간에 주파하는 바람에 이제 비엔티안은 더욱 활기찬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비엔티안의 볼거리”
국립박물관은 그들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 들러볼 만하다. 도심지 한가운데 있는 ‘빠뚜사이’는 ‘승리의 문’이란 뜻으로, 1958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시멘트 건축물이다. 아이로니칼하게도 그들의 지배자였던 프랑스 개선문의 디자인과 라오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낀나리(새와 사람이 합해진 형상)’의 모습을 일부 형상화했다고 한다. 막상 가서 보면 초라한 편이다.
불교 사원들도 있는데 그중에서 ‘왓 프라깨우’가 중요한 사원이다. 이 사원은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란쌍 왕조의 수도를 옮긴 쎗타티랏 왕이 1565년에 건설한 사원으로 에메랄드 불상으로 알려진 ‘프라깨우’를 모시기 위해 건설했다. 왕실 사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승려들은 거주하지 않았다.

“불상 프라깨우”
‘프라깨우’는 에메랄드 불상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푸른색 옥으로 만든 불상이다. 현재 이것은 태국 방콕의 ‘왓 프라깨우’ 사원에 있다. 이 불상은 매우 복잡한 내력을 갖고 있다. 추정컨대 인도에서 옥으로 만들어진 이 불상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치앙라이의 ‘왓 프라깨우’ 사원에서 발견되었다. 그당시 치앙라이는 태국 남부의 아유타야 왕국과는 다른 별개의 독립왕국인 란나 왕국에 속해 있었는데 루앙프라방의 란쌍 왕국의 포티싸랏 왕이 란나 왕국의 공주와 결혼하면서 포티싸랏 왕은 란쌍 왕국과 란나 왕국을 모두 통치하게 된다.
그런데 버마가 급성장하면서 란나 왕국, 란쌍 왕국을 위협한다. 1556년 란나 왕국은 버마의 속국이 되었고 란쌍 왕국도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 란쌍 왕국의 포티싸랏 왕이 세상을 뜨자 그당시 외가집이던 란나 왕국에 있었던 포티싸랏 왕의 아들이 루앙프라방으로 돌아와 란쌍 왕국의 16대 국왕, 쎗타티랏 왕이 된다. 쎗타티랏 왕은 돌아올 때 란나 왕국의 치앙라이에서 발견되었던 불상 ‘프라깨우’를 갖고왔다. 그는 수도를 비엔티안으로 옮기면서 프라깨우를 모실 사원인 ‘왓 프라깨우’를 만들었다.
그런데 훗날 버마에 의해 망한 아유타야 왕국에 이어서 1768년에 등장한 태국의 시암 왕국(현재의 태국)이 급성장한다. 시암왕국은 잃었던 아유타야의 옛 영토를 되찾고 1779년에는 비엔티안을 점령하여 신성한 불상 ‘프라깨우’를 방콕으로 가져갔다. 태국으로서는 프라깨우가 현재 자기 나라에 속하는 ‘치앙라이’에서 발견된 것이므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란나 왕국은 그 시절의 아유타와 왕국이나 현재의 시암 왕국과는 다른 독립 왕국이었으며, 란쌍 왕국과 더 가까운 사이였으니 란쌍 왕국을 이어받은 라오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어쨌든 태국은 그렇게 프라깨우를 가져갔고 현재 태국의 국보가 되었다. 66센티미터 밖에 안되는 이 작은 불상이 그토록 중요한 것은 이 불상이 왕조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비엔티안의 매력”
비엔티안에서 화려하거나 멋진 것을 찾으려면 좀 실망할 수 있다. 시암 왕국의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건물들이 많이 파괴되었고 그후 독립 과정, 전쟁, 내분을 겪었고 또 사회주의 사회에서 도시를 발전시킬 여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매력, 식민지 시대의 프랑스 풍의 건물을 돌아보고 강변의 식당에서 메콩강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있다. 프랑스 지배의 영향으로 베이커리 카페를 비롯해서 다양한 카페가 있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파는 식당들도 중심지에 많이 생겨서 먹는 재미가 있다. 이곳은 커다란 바게트 빵이 인상적이다. 카페에서도 팔고, 노천 식당에서 팔아서 여행자들의 눈길을 끈다. 이곳은 치안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인적이 뚝 끊기는 편이니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라오스의 맥주, 비어라오”
라오스에서는 ‘비어라오’가 유명하다. 이 맥주는 타임 매거진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아시아 맥주에서 1위를 차지한 맥주다. 비어라오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맥주 공장을 이용해 체코에서 맥주 만드는 기술을 배워 탄생하게 된 맥주로 쌀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 최고의 라거 라는 별명을 얻은 비어라오는 라오스의 자랑이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어 라오를 매우 사랑한다. 비어 라오에 이런저런 요리를 맛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는 곳이 비엔티안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한적한 비엔티안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