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최고 하이라이트, 세계 3대 불교유적지 바간의 파고다
바간은 미얀마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13세기 후반 바간 왕국이 몰락하기 직전에 이곳에 들렀던 마르코 폴로는 바간을 "세계 최고의 명소 중 하나"라고 묘사했었다. 그 시절 수천 개의 파고다들이 들어선 바간은 지금보다 더 영광스러웠을 것이다. 지금도 사원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드넓은 평원에 나무들이 우거지고 수많은 파고다들이 좍 펼쳐진 풍경은 아름답고 성스러우며 포근하다. 11세기 중반부터 바간의 영광은 시작되는데 과거에 바간에는 사원, 탑, 수도원 등이 약 5천개가 있었을 것이라 추산되고 지금은 3천여개가 남았다고 한다. 이곳을 돌아보기 위해서 택시나 마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길을 직접 걸으면 더욱 미얀마의 숨결과 체취를 느낄 수 있고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와 몸짓이 우리를 위로한다.
“바간의 영광은 미얀마의 영광”
바간은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작은 고도(古都)로 11~13세기 옛 바간 왕조의 수도로 크게 영광을 떨쳤었다. 바간의 역사는 기원전 2세기부터 시작한다. 주변의 소수 부족을 통합한 나라가 등장했지만 1044년 바간을 통일한 아노라타왕 때부터 번성하기 시작한다. 그 왕은 1056년 불교를 받아들여 나라의 국교로 삼기 위해 옆 나라 왕에게 불교 경전을 필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바간 왕국은 그 나라를 정복해버리고 불교를 받아들인다. 그들이 받아들인 불교는 테라와다 불교로 상좌부 불교, 혹은 장로불교로도 번역되는데 우리에게는 소승불교로 알려진 불교다. 불교는 크게 흥하고 그후 1287년 몽골의 쿠빌라이 칸에게 침략 받기 전까지 중국의 운남성과 인도의 아삼 방면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서 바간은 크게 번성했었다.
“1천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올드 바간”
그 시기, 즉 번성했던 200년 동안 만들어진 수천 개의 사원과 파고다가 지금까지 남아서 우리에게 그 시절의 영광을 보여주고 있다. 바간을 찾는 여행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드넓은 평원, 숲 사이에 들어선 수천 개의 사원과 파고다의 풍경은 극락 세계가 펼쳐진 것만 같다. 특히 시내에서 벗어나 탑들이 모여 있는 올드 바간 지역은 대부분 개발이 전혀 안 된 지역으로 1천여 년 전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다. 군데군데 현지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을 뿐, 건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탑들 사이사이에는 여전히 천년의 세월이 고여 있는 것만 같다. 깊은 세월의 향기가 감싸고 있는 이곳을 거닌다면 세상을 잊고, 시간을 잊는다.
1975년에 지진이 발생해서 상당수가 탑들이 부서졌지만 그래도 많은 탑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간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불리고 있다. 앙코르와트가 신비스러우며, 보로부드르 사원이 웅장하다면 바간의 탑들은 사랑스럽고 평화스럽다.
“바간 트레일을 여행하는 법 ”
바간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원과 파고다들이 있다. 물론 중요한 사원을 중심으로 돌아보지만 이라와디 강을 따라 40평방 킬로미터에 걸쳐 있는 수천 개의 사원을 돌아보기 위한 특별한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롭게 평원을 걸으며 숲에 쌓여 있는 이름있는 사원 혹은 이름 없는 사원들을 돌아보며 쉬기도 하고, 현지인들을 만나는 시간이 행복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돌아볼 수도 있고 가이드를 대동하고 돌아볼 수도 있다.
바간은 크게 보아 북쪽으로 냥우(Nyaung Oo), 서쪽으로는 올드 바간(Old Bagan), 남쪽으로는 민가바(Minkaba), 동쪽으로는 민난뚜(Min Nan Thu)가 있다. 그리고 올드 바간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뉴바간이 있다. 뉴 바간은 올드 바간을 보호하기 위해 그곳에 살던 주민들을 이주시킨 새로운 마을로 볼거리는 별로 없다.
여행자들은 대개 냥우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이곳에 여행자들을 위한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들, 식당, 카페들이 몰려 있고 박물관과 시장도 있다. 이곳에서 유적지가 가장 많은 올드 바간은 약 5킬로미터가 떨어져 있고 민가바, 민난뚜도 몇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기에 무더운 날씨에 걸어만 다니면 너무 힘들다. 그러므로 대개는 호스까(Horse Car, 조랑말 마차), 자전거, 전동 자전거(E-바이크), 혹은 택시를 타고 다니다 내려서 걷는 여행을 섞어서 하게 된다. 보통 일찍 새벽부터 시작하고, 한낮의 더위 때에는 휴식을 취한 후, 오후 4시쯤 다시 시작하여 일몰 이후까지 하는 것이 좋다. 천천히 해야 한다. 너무 급한 마음에 보는 것 위주로 하면 지친다. 천천히 마차 타고 가는 과정도 즐기고, 골목길도 걸어 보고, 가끔은 길을 잃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즐기면 여행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냥우에 있는 부처님의 치사리를 모신 쉐지곤 파야((Swegigon Paya)”
냥우의 숙소에 짐을 푼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쉐지곤 파야(Swegigon Paya)다. 이 파고다는 냥우 중심지에서 몇백 미터밖에 안 떨어져 있어서 걸어갈 수 있다. 에야와디 강변에 있는 쉐지곤 파고다는 `황금 모래언덕에 세워진 사원`이라는 뜻으로, 내부에 들어서면 온통 황금색이다.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안 아노라타 왕이 따톤을 정복한 기념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1085년 짠시타 왕에 의해 완성된 파고다다. 아노라타 왕은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의 이빨 사리 네 개를 네 마리의 코끼리에 싣게 하고 코끼리들이 멈추는 곳에 사원을 세웠다고 한다.
“올드 바간의 유적지들”
올드 바간의 수많은 사원들은 ‘타라바 게이트(Tharaba Gate)’라는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849년 바간 왕국 초기에 도시를 세우며 쌓은 성벽이다. 4m 높이로 쌓은 성벽의 동서남북에는 문이 있는데 각각 4개씩 전체 12개의 문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훼손되고 4개의 문만 남아 있으며 동쪽 문이 가장 온전하다.
성벽 안쪽에는 수많은 파고다와 사원들이 있디. 이 크고 작은 사원들에는 역사적 유래와 이런저런 사연들이 숨어 있다. 마하보디 파야는 인도 부다가야의 부처가 깨달은 곳에 세워진 마하 보디 대탑을 모델로 하여 만들었고, 부 파야는 ‘표주박 모양의 파고다’로 300년 경에 세워진 바간 왕국 가장 초기 형태의 파고다다. 거더팔린 파야는 어느 왕이 시력을 잃자 자신이 늘 자기 집안에서 가장 뛰어난 위대한 왕이라고 떠들어댄 것을 후회하며 조상들을 위해 만든 사원이다. 쉐구지 파야는 1140년 알라웅시투 왕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그 왕은 이 시원에서 잠자다가 아들에게 베개로 눌려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원들이 있다. 성밖으로 나오면 바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아난다 파야(Ananda Paya)가 있다. 1105년도에 세워진 사원으로 그 당시 인도에서 무슬림들의 침입으로 수많은 불교 신도와 승려들이 이곳으로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들의 양식이 전파되어 이 사원도 인도 벵갈 양식과 비슷하다고 한다. 매년 12월–1월에는 이 사원에서 축제가 열리고 1,000명 이상의 승려가 이곳에 모이며 커다란 시장이 열린다.
약간 남쪽으로 내려오면 쉐산도 파야(Shesandaw Paya)가 있다. 이 사원은 바간 왕국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사원이다. 따톤 왕국에서 가져온 불발(부처의 머리카락)을 안치한 사원으로 쉐산도는 ‘황금의 불발 –황금의 부처님 머리카락’이란 뜻이라고 한다. 쉐산도 사원은 외벽 계단을 타고 바깥 테라스로 올라갈 수 있어서 이곳에서 멋진 일몰을 구경할 수 있다.
올드 바간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무시무시한 담마양지 파토(Dhammayangyi Phato) 사원이 나온다. 아버지 알라웅시투 왕과 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나라투 왕은 성격 파탄자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과 처남까지 죽였다. 그는 훗날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이 사원을 건축했지만 여전히 성질이 난폭해서 건축가와 인부의 팔을 자르기도 했다. 또한 여러 명의 아내 중 힌두교를 믿던 아내가 못마땅해서 살해했다. 결국 그의 죽은 아내의 아버지가 보낸 자객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서린 사원이다.
“민가바(Minkaba)”
이 마을은 올드 바간에서 뉴 바간으로 가는 사이에 있는 마을로 사원이 몇 개 있는데 이곳이 유명한 것은 대나무로 만든 칠기 그릇인 래커웨어(Lacquerware)가 이 마을의 특산품이다.. 이 마을에는 마누하 파야(Manuha Paya)라는 사원이 있는데 바간 왕국의 아노라타 왕이 불경 필사본을 달라고 청했을 때 주지 않아, 전쟁 끝에 잡혀온 따톤 왕국의 마누하 왕이 만든 것이다. 마누하 왕은 포로로 잡혀와 민가바 마을에서 살며 이 사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난 파야(Nan Paya)라는 사원은 처음에 마누하 왕이 잡혀 왔을 때 감옥으로 쓰였던 사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은 힌두교 스타일의 사원이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황홀한 일몰”
멋진 일몰은 세계 곳곳에 있다. 특히 바다에서 지는 낙조, 혹은 산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풍경은 아름답다. 그런데 바간의 사원에 올라가 이라와디(Irrawaddy) 강 너머로 붉은 해가 가라앉는 풍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분위기다. 드넓은 평원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속에서 점점이 퍼진 파고다, 그것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만들어진 미얀마인들의 믿음의 표현이다. 천년의 세월 속에서 늘 반복되는 풍경에는 그들의 믿음과 삶과 염원이 함축되어 있다. 이것을 바라보면 세상이 평화롭고 아름다우며 더 이상 무엇을 원하지 않아도 살 것 같은 만족감이 든다. 종교가 달라도 사원에 걸터앉아 하늘과 평원과 파고다들을 바라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꿈속 같은 풍경이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꿈처럼 여겨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