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 오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베이스 캠프(5,365m)까지 가서 바라본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가슴 설레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 설 때의 희열”
트레킹은 루클라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카트만두에서 작은 비행기를 타고 루클라로 이동한다. 루클라 공항의 활주로는 세계에서 가장 짧고 그 너머는 절벽이다. 처음 오는 승객들이야 아슬아슬함을 느끼지만 숙련된 기장들은 안전하게 착륙한다. 루클라는 고도가 약 2,800m다. 고소를 느끼는 사람도 간혹 발생하지만 대개는 괜찮다. 그후 몇 시간 걸어서 팍딩(2,610m)으로 가 1박을 한다.
다음날 5시간 반 정도 걸어서 남체 바자르(3,441m)에 도착한다. 이곳은 '셀파족의 고향'이다. 에베레스트 및 히말라야 고산 등반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은 대개 셀파족이다. 이곳에 오면 사람 사는 모습에 가슴이 푸근해진다. 좁은 골목길 따라 수많은 롯지와, 레스토랑, 장비점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까지는 그런대로 많은 사람들이 크게 힘들어하지 않고 견딘다. 그러나 대개 하루 정도 머물며 고소적응을 한다. 박물관도 방문하고 ‘에베레스 뷰 호텔’ 근처를 하이킹 하면서 차차 고소에 적응해 나간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탱보체(3,860m), 딩보체(4,350m), 낭카르창(5,083m), 로부체(4,910m), 고락셉(5,164m)을 지나 EBC(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5,365m)까지 가는 며칠 동안의 길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트레킹 과정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히말라야 풍경에 감동하고 마침내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면 희열이 솟구친다. 눈앞에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만년설 덮인 에베레스트의 자태를 보면서 자신이 직접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들 사진을 찍는다. 일생일대의 기념으로 남길만한 순간이다.
“고산증에 대한 걱정과 대비”
- 신발끈 트레블 저널 "희박한 공기속으로" 참조
“홀로 가지 마라. 여럿이 가면 위험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고산증 때문에 화를 입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얼마 전에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 중 5천 미터가 넘는 고개를 걷다가 죽은 한국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 혼자였다. EBC에서도 눈이 풀리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결국 헬리콥터를 불러서 타고 내려가는 경우도 생긴다. 그 경우에는 일행이 있어서 연락을 해줄 수 있었다. 심지어는 해발 3,630미터의 티베트 라싸와 근처를 여행하다가 고산병으로 죽은 여행자도 있었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못해서였다.
이렇듯이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결론은 건강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50, 60대들도 대부분 성공한다. 스스로 고소에 적응하고, 약을 준비하고, 또 숙련된 가이드의 지도를 받기 때문이다. 또 각자 혈중 산소 포화도 기계(3-4만원)를 준비해서 측정하기도 하고 가이드가 휴대를 하고 있다. 서로 의지하고, 혹시 심각하게 아프면 보조 가이드나 포터와 함께 하산할 수 있다. 힘든 상황이면 헬리콥터를 타고 하산할 수도 있지만 기상 상태에 따라서 운영되지 않고 비싸기에 저렴한 말을 타고 신속하게 내려올 수도 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기에 이런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할 수 있다. 고산 트레킹을 꼭 단체로 가야 하는 이유다. 그럼,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욕과 극복의 경계에서”
아무리 여럿이 가도 결국 증세는 본인이 잘 안다. 계속 가는가 마는가의 결정은 본인의 책임 아래 본인이 내리는 것이다. 고통을 참고 계속 가서 이겨내는 사람도 있지만 못 이기는 사람도 있다.
전문 등반가든 트레커든 과욕은 금물이다. 산에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것이 과욕이라 한다. 전문 등반가들도 기상 악화 등 조건이 나빠지면 바로 몇십 미터를 앞에 놓고도 포기한다. 과욕을 부리는 순간 생명을 잃고,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들이 늘 하는 말이 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기를 할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의 경계가 사실은 모호하다. 타인이 이야기해줄 수도 없지만 자신도 잘 모를 때가 있다. 정말 견디기 힘들다면 포기하지만 조금만 머리가 아프다고 너무 겁을 먹고 포‘기하면 결코 올라갈 수는 없다. 등반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다 고산증을 느끼면서 극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욕과 극복의 경계가 애매하다. 일단은 참고, 오르는 가운데 적응이 되기도 하고 상태를 알아갈 수 있다. 최대치까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타고난 신체 조건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성취에서 오는 만족감을 즐길 수도 있지만 실패에서 오는 겸허함을 배울 수도 있다. 대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또 성취 못한다 해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히말라야 풍경을 감상하고 그속에 푹 젖는데서 오는 행복감이 있다. 동시에 역경을 이겨내고 등반에 성공한 사람들을 축하하고 박수쳐 주는 마음을 갖는다면 거기에 무슨 성공과 실패가 따로 있을까?
그러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자신의 상태는 가봐야 아는 것.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 움 때문에 포기하면 너무 아쉽다. 산을 사랑하고, 히말라야를 사랑한다면 가는 것이다. 일단 가서 도전하면서 체크하면 된다. 히말라야 산맥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포기한다 해도 히말라야 산맥 속에 파묻혀 대자연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 도달한 사람들은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 만족감과 희열은 평생을 가리라. 쉽게 된 것이 아니라 이런 고통스런 상황을 이겨내고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