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성, 혹은 남극의 빙산같은 파묵칼레
세상의 수많은 온천 중에서 터키의 파묵칼레만큼 경이로운 온천도 없을 것이다. 터키 관광엽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파묵칼레 온천은 터키의 서남부 지방에 있다. 일단 데니즐리란 중소 도시까지 가서 돌무슈(미니버스)를 타고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후텁지근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창밖의 야자나무들을 바라보면 마치 열대지방에 온 것 같은데 20분쯤 지나면 난데없이 남극의 거대한 빙산처럼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듯한 산이 나타난다. 원래 파묵칼레는 ‘목화’란 뜻으로 예전에는 하얀 산이 목화로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지금은 무더운 여름임에도 빙산처럼 보여 서늘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온천욕을 즐긴다.
“파묵칼레 온천이 남극의 빙산처럼 보이는 이유”
우리가 보는 비탈길의 계단에 형성된 하얀 목화, 혹은 얼음처럼 보이는 풍경은 자연에 의해서 왔다. 그곳의 꼭대기 부분인 산에서 흘러내리는 온천수에는 석회질이 많고, 긴 세월 석회가 침전돼 하얀 석회가 산을 뒤덮은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석회암은 크고 작은 계단을 만들었고 그 사이사이 온천수가 괴었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섭씨 35도의 탄산수로 특히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 로마 황제들도 이곳을 종종 방문했다고 한다.
온천물이 가장 풍부해지는 시기는 여름이며, 가장 편안하게 발을 담글 수 있는 계절도 여름이지만 한겨울에 와서 추운 날씨에 보면 얼음으로 뒤덮인 설산처럼 보인다. 아쉬운 것은 온천수의 양이 점점 적어져서 야외 계단에 고여 있는 온천의 깊이가 무릎 정도밖에 차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온천욕을 하고 싶으면 산 정상의 호텔로 가면 된다. 이 호텔에서는 유적지의 무너진 대리석 기둥을 그대로 두고 온천탕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대리석 기둥 사이를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니며 옛 로마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하며 수영복을 빌려주기도 한다. 짐을 보관하는 시스템도 되어 있다.
“히에라 폴리스 유직지”
파묵칼레에는 온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꼭대기에는 히에라폴리스 유적지가 있다. 이곳은 기원전 3세기부터 시리아와 페르가몬 왕국의 지배를 잠시 받다가 로마 치하에서 크게 발전했는데, 지금도 서기 2세기에 만들어진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원형극장이 잘 보존돼 있다. 히에라폴리스는 한때 인구 8만 명에 이르는 도시였으나 오스만투르크와 비잔틴 제국의 전쟁으로 인해 12세기부터는 폐허로 변했고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발굴됐다.
“파묵칼레 가는 방법”
파묵칼레에는 변변한 버스 터미널이 없다. 다른 도시에서 들어오거나 혹은 다른 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는 인근 도시인 데니즐리를 거쳐야만 한다. 데니즐리는 관광지이기보다는 다른 도시로 오가는 관문이다. 시내도 매우 작고 관광할 거리가 많지 않아서 통과한기만 한다. 파묵칼레까지는 돌무쉬(미니 버스)를 이용하여 올 수 있고 약 20분~30분 정도 소요된다. 언덕길을 거의 다 올라와서 마을이 나타났을 때 내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