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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다리, 거대한 야외박물관 이스탄불

c.unsplash.com/Stefan Kostoski

대개 문명과 문명의 접경지대는 변방이다. 그래서 한 문명이 멸망하는 경우, 변방부터 허물어지면서 차차 위축되다가 마침내 중심부가 몰락하게 된다. 그러나 15세기경의 이스탄불은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접경지대인 동시에 기독교 중심부이기도 했다. 당시 이스탄불은 콘스탄티노플로 불렸으며 1000년간 비잔틴제국의 수도였다. 또한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투르크족은 몇 세기에 걸쳐 서쪽으로 영역을 넓혀 드디어 비잔틴 제국을 점령한 후, 수도로 삼았다. 국경선으로 보면 변경지대였지만 이스탄불은 오스만트르크 제국의 중심지였고 비잔틴 제국의 영역을 화보하면서 엄청난 대제국의 수도가 되었다.


“이스탄불은 동서양의 다리”

이스탄불에 오면 동서양의 여행자들은 다 가슴을 설레게 된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공존, 넉넉한 인심, 손님들에 대한 환대 등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거대한 야외 박물관처럼 비잔틴 제국의 유적지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유적지들이 함께 있고, 엄청나게 큰 그랜드 바자르, 곳곳에 들어서 아름다운 모스크, 다양한 종류의 케빕 등 온갖 음식물과 차와 커피가 풍성한 이곳은 여행자들의 천국 같은 곳이다.
이스탄불은 지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동서양의 다리다. 이스탄불은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으로 나뉘어진다. 유럽에 속하는 북쪽의 갈라타 지역과 골든 혼의 남쪽에 있는 구시가지 그리고 아시아 지역 등 세 지역으로 나눠진다. 유럽지역은 주로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고 아시아 지역은 주로 거주지역으로 발달되었다. 같은 이스탄불 내에서도 지형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서 매력적이다. 매년 약 2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스탄불을 찾고 있으며 여기에 생동감 넘치는 Night life와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터키음식이 더해지니 이스탄불은 세계 최고의 매력적인 여행지다.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서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이스탄불로”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비잔틴 제국을 함락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잔틴 제국은 투르크 해군을 막으려고 바다에 장애물을 설치했고 육지에 성벽을 쌓았다. 또한 이탈리아 지방의 용병을 불러다 전투를 치르게 했다. 결국 오스만투르크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묘한 전략을 짜냈다. 기름을 두른 판과 통나무를 이용해 엉뚱한 곳에서 배 72척을 산으로 끌어올린 후, 갑자기 비잔틴제국 영토 안의 바다인 금각만(Golden Horn·할리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드디어 1453년 5월 29일 비잔틴제국은 허무하게 무너졌고 수도의 이름은 이스탄불로 바뀐다. 하지만 기독교 문명이 말살된 것은 아니었다. 동양과 서양,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는 잘 융합되어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고, 역사학자 토인비가 언급한 것처럼 ‘인류문명의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 됐다.

“야외 박물관, 이스탄불 돌아보기”
거대한 야외박물관을 돌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성 소피아 사원을 중심으로 반경 약 1㎞ 안에 수많은 유적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성 소피아 사원은 그리스어로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라고 부르는데, 하기아는 ‘성스럽다’, 소피아는 ‘지혜’라는 뜻이다. 서기 537년 비잔틴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는 이 사원을 만든 후 “솔로몬이여, 나는 그대를 능가했노라”라고 외쳤을 정도였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이것을 허물지 않고 내부에 ‘미흐라브’(메카를 향한 벽감)를 만들어 이슬람교 사원으로 사용했다.
그 맞은편에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광인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가 있다.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이 사원에는 터키에서 유일하게 6개의 첨탑이 있다. 다른 곳은 4개인데 왜 6개일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술탄 아흐멧 1세는 건축가 메흐멧 아아에게 첨탑을 황금으로 만들라 고 지시했지만 금의 터키어 발음과 숫자 6의 터키어 발음이 매우 유사하여 잘못 이해했고, 그래서 6개의 첨탑이 있는 사원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원이 ‘블루 모스크’로서 알려지게 된 이유는 사원 내부의 벽과 돔에 사용된 타일과 그림의 색들이 거의 푸른색과 녹색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스크의 내부는 99가지 파란색 타일 2만1000여장으로 장식돼 흔히 블루 모스크라고도 부른다.
그 외에도 술탄 아흐메트 광장에는 이집트 룩소르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가 솟아 있고,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에서 가져온 뱀 기둥도 있으며, 근처에는 비잔틴제국 시절의 거대한 지하 식수 저장고도 있다. 또한 성 소피아 사원 옆 언덕에는 오스만투르크 정치·종교의 우두머리 술탄이 살던 톱카피 궁이 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칼과 예수의 제자인 성 요한의 유골,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마호메트)의 머리카락과 콧수염 등의 진기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또한 남자들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술탄의 후궁들이 살던 하렘이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톱카피 궁 근처에는 고고학 박물관이 있는데 알렉산드로스의 석관이 있다. 또한 기원전 13세기 터키 중부에 있었던 히타이트 왕국과 이집트 간의 카데슈 전투에서 체결됐던 평화 협정문이 새겨진 설형 점토판도 전시되어 있다.
조금 발길을 멀리하면 아름다운 술레이마니예 모스크, 예니 모스크 등 크고 작은 3000여개의 모스크를 볼 수 있으니 이스탄불은 세계적인 고대 로마, 중세 이슬람문화의 유적들이 있는 거대한 야외박물관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 그랜드 바자르”
이스탄불 시내 중심부에는 그랜드 바자르가 있다. 카팔리 차르시(지붕이 있는 건물이란 뜻)라 불리는 이 거대한 옥내 시장 안에는 3300개 정도의 상점이 있는데, 금은 보석과 촛대, 조명기구, 기념품, 접시, 도자기, 각종 의류 상점들이 너무도 화려해서 보는 것만 해도 황홀하다. 너무 넓어서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길을 잃게 된다. 무얼 사지 않더라도 그랜드 바자르라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를 거니는 것 자체가 황홀한 체험이다.

“흥청거리는 이집트 시장”
이스탄불에 그랜드 바자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집트 시장은 좀더 서민적인 시장으로 더욱 흥청거린다. 비잔틴 시대에는 ‘이집션 바자르’가 있던 곳에 향신료 시장이 있었다. 이탈리아 제노바와 베니스에서 온 상인들이 이곳에 와서 이집트에서 수입해온 각종 향신료를 사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이집션 바자르’라고 불리는데 시장 안에서는 지금도 많은 향신료와 약재, 생필품, 생선, 과알, 치즈, 건어물, 잼, 여러 종류의 콩들, 터키 전통 과자등 식자재도 판매되고 있다. 그랜드 바자르는 거대한 규모고 관광객이 많이 오지만 이곳은 터키 서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물담배와 하맘과 찻집과 고등어 케밥”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이 만나서 매력적이지만 숭고한 종교적 이상과 현세적인 욕망이 묘하게 결합되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현재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화 정책을 취해서 옛날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변 아랍국가보다는 세속적이다.
이스탄불에는 물파이프 담배, 즉 나르길레를 피울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술탄 아흐메트 광장 근처의 노천 카페 같은 곳에서 필 수 있는데 사과향등 여러 가지 향이 있다. 만약 사과향이 있는 나르길레를 시킨다면 종업원이 호스가 달린 호리병 같은 나르길레를 가져 온디. 종업원은 집게로 벌건 숯덩어리를 몇 개 집어 호리병 위의 움푹 파인 곳에 넣는다. 그후 호스를 담배 피우듯이 빨아야 하는데 조금 빨면 빨아지지 않는다. 깊고 세계 빨아야 한다. 그럼 호리병 속에서 뽀르륵 물소리가 나면서 연기가 입 안에 차는데 가슴속 깊이까지 연기가 들어가게 된다. 그냥 나르길레는 니코틴이 있지만 사과 향기 나는 것은 니코틴이 없다. 그래서 피고 나서도 별로 어지럽지도 않고 기분 좋을 정도로 몽롱해진다. 갈라타 대교의 레스토랑에서도 필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물파이프를 빨고, 파란 보스포루스 해협을 바라보면 낯선 이국 땅에 온 낭만이 온몸을 덮쳐 온다.
대리석 석단을 데워서 몸을 지질 수 있는 터키 목욕탕인 하맘(증기탕)에서 피로를 필 수도 있고 이스탄불 곳곳에 있는 찻집에서 맛있는 터키 차를 즐길 수도 있으며 세계 3대 음식 중의 하나인 다양하고 맛있는 터키 음식을 즐길 곳이 그득하다. 또한 갈라타 대교 앞에서 간이 의자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고등어 케밥’은 쉽게 잊지 못한다. 이상하게도 터키에서 수없이 먹은 고급 음식들보다도 이런 서민적인 고등어 케밥, 배에서 굽던 고등어 연기, 바닷바람이 더욱 오래동안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