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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유적지, 볼루빌리스

c.unsplash.com/mouad bouallayel

로마의 영광은 로마에만 있지 않다. 터키의 에페스 같은 곳에 그 시절의 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고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도 로마의 흔적은 남아 있다. 메크네스에서 35km 떨어진 볼루빌리스(volubilis)가 그곳이다. 볼루빌리스는 북아프리카에 남아 있는 로마 시대 유적 중 가장 보존이 잘된 곳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모로코에서 일어난 최초의 이슬람을 믿는 왕국인 이드리스 왕조가 세운 나라의 수도였기에 모로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곳이다.


“로마 시절 비옥한 땅이었던 볼루빌리스”

이곳에 도착하면 로마 시절의 광경이 상상된다. 지금은 멀리 산이 보이고 푸른 들판이 펼쳐진 가운데 폐허 분위기지만 돌기둥, 개선문, 바닥의 모자이크 조각, 빨래터 등 그 시절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모자이크에서부터 대리석, 청동상, 수백 종의 비문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예술적 가치를 가진 유적들이 발굴 되었다. 상상 속에서 그 시절을 그려 보면 모로코는 꽤 이른 시기부터 번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원전 40년경 모로코에 세워진 로마의 고대도시인 이곳은 농산물이 풍부한 비옥한 땅으로 당시 최대 2만 명의 로마인이 거주했다고 한다. 그후 계속 사람이 살아왔으나 1722년 지진 이후,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가 되었다.

“볼루빌리스(volubilis)의 역사”

이곳에서 발견된 카르타고의 비문에 따르면, 최소 기원전 3세기 초에서 서기 40년까지 모리타이나 왕조가 이곳을 수도로 삼았었다. 로마제국이 서기 40년에 모리타니아 왕국을 지배하면서 볼루빌리스는 ‘자치 도시’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도시는 많은 건물이 건축되면서 성장했다. 로마 시대 볼루빌리스에는 유대인·시리아인·스페인인 등 여러 인종들이 토착민인 아프리카 사람들과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후 이곳에는 로마의 건축물들이 세워졌고 볼루빌리스는 카라칼라(Caracalla) 황제에게 개선문을 봉헌했고 이를 기념해 황제는 세금을 감면해 주었다. 지금도 개선문은 남아 있다.
285년 경 지역 부족들에게 이곳은 함락되었으며 로마는 다시 이곳을 되찾지 못했다. 그후 사람들이 계속 거주했는데 예언자 모하메드의 후손인 이드리스 1세가 분쟁 속에서 모로코로 피신한 후 788년 블루빌리스를 수도로 삼아 나라르 건국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이드리스 2세(803~829)는 볼루빌리스보다 페스를 좋아해서 수도를 옮겼다. 죽은 이드리스 1세는 근처 물레이 이드리스에 묻혔는데 11세기 말, 알모라비드(Almoravid)의 침략으로 오랜 세기에 걸친 이드리스 왕조의 지배는 끝나면서 볼루빌리스는 쇠퇴했다.

“볼루빌리스가 황폐화된 이유”

이곳 인구의 대부분은 볼루빌리스에서 약 5km 떨어진 물레이 이드리스 제르혼(Moulay Idriss Zerhoun)이라는 신도시로 이주했고 18세기 중반에 볼루빌리스는 지진으로 인해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곳이 지금처럼 황폐화된 이유는 근처 도시 메크네스를 건설하기 위해 돌을 찾던 모로코 통치자들이 이곳의 돌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날의 볼루빌리스 유적은 원래 고대도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약 2천년 전 이곳은 8개의 성문과 튼튼한 성벽들로 이루어진 멋진 도시였었다. 그 시절의 흔적은 박물관의 유물들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