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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색깔에 취하는 매력적인 마을 쉐프샤우엔

c.unsplash.com/Heidi Kaden

쉐프샤우엔(Chefchaouen)이라는 이름은 '뿔'을 의미하는 ‘echaouen’이라는 단어와 '보다'를 의미하는 ‘chef’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즉 쉐프샤우엔은 '뿔을 보라'는 뜻으로 이 지역을 내려다보는 리프 산맥의 뿔처럼 생긴 두 개의 산봉우리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현재 셰프샤우엔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파란색’이다. 구시가지의 온 동네 문, 담벼락이 모두 파란색으로 칠해져서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c.unsplash.com/Kyriacos Georgiou

“쉐프샤우엔에 파란색이 칠해진 까닭”

이 도시는 모로코 북부를 공격하는 포르투갈을 방어하기 위해 1471년에 작은 요새 도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에 의해 도시는 성장했다. 1489년 스페인의 그라나다에서 기독교도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이슬람 왕국은 망하고 그곳에 살던 수많은 무슬림과 유대인들이 이곳으로 이주해온다. 난민들은 자연스럽게 스페인풍의 생활방식을 이곳에 뿌리내렸다. 가옥 형태, 색깔, 식물 등이 스페인 이슬람교도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유태인들이 합세했다. 이미 14세기부터 모로코로 이주해온 유태인들은 페스에 ‘멜라 (Mellah)’라고 하는 유태인 구역을 만들었었다. 15세기 말에 유태인들은 쉐프샤우엔에 모이면서 스페인풍, 무슬림, 유태인들의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기 시작했다. 또한 1930년대 독일에서 나치들이 유태인을 탄압하고 유럽을 지배하자 유대인들이 이곳으로 밀려왔다.
메디나(구시가지)의 골목길, 담벼락들은 모두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파란색의 담벼락, 파란색 문, 파란색, 파란색 돌 계단...어딜 돌아보다도 파란색이다. 누가, 왜 파란색을 칠했을까?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돈다. 어떤 것이 맞을까? 역사책에 기록되어서 증명된 것이 아니다 보니 설들이 많다. 인공지능들에게 물어보아도 답이 다 달랐다. 답변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bard의 답변’
쉐프샤우엔에 파란색을 칠한 것은 15세기경의 유대인들이라고 한다. 그들이 파란색을 하늘과 신과의 연결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서 했고 또한 파란색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고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칠했다고 한다.

‘bing의 답변’
파란색을 누가 칠했는지 왜 칠했는지 확실한 것은 모른다. 1930년대에 건너온 유대인 이주자들이 파란색으로 칠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chat GPT의 답변’
쉐프샤우엔에 유태인들이 15세기에 파란색을 칠했다는 기록은 없다. 쉐프샤우엔은 오래된 마을이지만 파란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은 주로 1930년대 이후에 유태인 이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세기에 쉐프샤우엔에 파란색 건물들의 유래나 그에 대한 기록은 제한적이다. 파란색을 칠한 이유와 의미는 여러 가설과 이야기가 있지만 구체적인 정답은 없다. 일반적으로 파란색은 유태인들에게 천국이나 신성한 것과 연결되며 기독교에서도 천국의 색으로 여겨진다. 또한 파란색은 모로코의 사막 지역에서 햇빛을 반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색이다. 파란색으로 칠한 건물은 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내부를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유태인 공동체의 연대를 나타낼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주로 전통적인 설명이며 정확한 역사적 배경이나 의미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 세 가지 인공지능들의 답변 중 공통적인 것은 ‘정확한 것은 모른다’이다. 다만 이런저런 설,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인공지능의 한계다. 어차피 이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취합해서 보여줄 뿐이지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터넷에 떠도는 설, 이야기들이 정확한 기록에 의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이면 인공지능 역시 그것을 옮길 뿐이다. 우리들이 검색하는 행위도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확실치 않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성실한 답변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추정과 상상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인간의 문화란 것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궁금한 분은 이것들 중의 하나를 ‘택해서’ 믿지 말고, 직접 가셔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 유래를 살펴보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일 것 같다. 어쩌면 그들도 위에서 이야기한 이야기 중의 하나를 말할지도 모른다. 그 유래와 의미는 여전히 추정과 상상 속에 남게 된다 해도 여전히 쉐프샤우엔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쉐프샤우엔에서는 색깔로 세상을 본다”

쉐프샤우엔의 매력에는 파란색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길을 걸어 다니는 여인들의 전통 복장은 칙칙한 회색, 검은색이 아니라 빨간색, 분홍색, 파란색, 초록색 등 밝고 화려하다. 가겟집에 진열해 놓은, 혹은 담벼락에 걸어놓은 카페트, 옷들도 알록달록하다. 음식과 식기조차도 노란색, 붉은색, 알록달록한 색들이다. 전망대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기와집 지붕은 스페인풍으로 붉지만 멀리 보이는 집의 담들은 하얀색이다. 하늘은 눈이 부시게 파랗고 저녁이 되면 발갛게 놀이 진다. 그것들이 온 동네 가득한 파란색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 오면 색깔, 빛깔에 취하게 된다. 세상을 색깔로 느끼는 곳이다.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세상을 색깔로 대한 적이 있던가? 모든 생물과 풍경을 먼저 색깔로 대한 적이 있던가? 쉐프샤우엔은 색깔로 세상을 보는 곳이다. 그 매력에 빠진 여행자들은 이곳에 발이 묶인다.

“쉐프샤우엔은 작아서 더 매력적이다.”

이곳은 작아서 더 매력적이다. 메디나(구시가지) 골목길은 복잡하지만 길을 잃어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작은 마을이니까. 곳곳을 다 돌아보며 먹고, 마시고, 구경해도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마을의 중심에는 ‘오타 엘 하맘(Ota El Hamam) 광장이 있고, 성채 카스바가 기준이 되어준다. 15세기에 세워진 쉐프샤우엔 카스바(Chefchaouen Kasbah)에는 감옥과 박물관,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쉐프샤우엔 마을의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다. 스페인식 붉은 지붕들과 하얀색 담, 파란색 담벼락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 작은 마을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식당, 카페들이 있고 전망 좋은 루프탑 식당들도 있다. 색깔에 취하고, 빛에 취하고, 느긋한 분위기에 취하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취해서 힘든 여행을 멈추고 이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자들이 많다. 쉐프샤우엔은 그런 곳이다. 휙 들러보다가 더 있고 싶어지고, 한번 왔다가 다음에 다시 와 보게 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