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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지방의 중심지 탁실라 계곡과 스와트 계곡

c.unsplash.com/asad

간다라 지방의 중심지는 탁실라(탁샤실라)와 스와트 계곡이다. 인도에서 북상한 불교는 탁실라를 거쳐 스와트 계곡에서 꽃을 피웠다. 알렉산드로스의 동진과 함께 페샤와르, 탁실라, 스와트 계곡에는 헬레니즘 문화가 정착했고 그후 인도 지방에서 들어온 불교가 결합하면서 서기 2세기에서 서기 4세기경 간다라 예술이 크게 부흥하고 불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후 이곳에는 불교가 크게 부흥해서 불교 사원들이 많이 남아 있고 높은 산과 푸른 평원, 깨끗한 호수를 갖고 있는 푸근한 지형이다.

“스와트 계곡 가는 길”
스와트 계곡까지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폐샤와르에서 스와트 계곡의 중심지 밍고라까지 가는 미니버스를 타고 계곡의 절벽길을 하염없이 달려야 한다. 혹시라도 밤에 간다면 컴컴한 어둠 속에서 아스라이 내려다보이는 계곡 밑의 노란 불빛들이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같다. 아차 하면 황천길이지만 버스는 커브길을 급하게 돌면서 질주한다. 바퀴와 절벽 사이의 폭이 한 뼘 정도밖에 안 되는 곳도 있어서 간이 콩알만 해진다. 그러나 스와트 계곡은 관광지다. 저렴한 배낭족 숙소부터 최고급 호텔까지 다양하다. 이곳은 파키스탄인들이 신혼여행을 오는 곳이기도 하다.

“불교 문화, 간다라 예술이 흥했던 스와트 계곡”
스와트 계곡의 중심 도시는 유적지가 많이 모여 있는 밍고라(Mingora)와 행정관청이 있는 사이두 샤리프(Saidu Sharif)다. 밍고라는 밝고 번화한 소도시로 파키스탄인들에게는 신혼여행지로도 잘 알려져 있고 사이두 사리프는 그곳에서 걸어서 3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그리고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들판이 펼쳐지고 산들이 솟구친다. 서기 7세기경 스와트 계곡의 불교문화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때 이곳을 방문한 당승 현장은 약 1400개의 불교 사원이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니 한참 흥했던 그전에는 이 스와트 계곡에는 염불 외는 소리와 승려들의 수행 열기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그후 힌두교 세력에 밀리다가 10세기경에 들이닥친 이슬람교에 의해 초토화되었고 파괴된 불교 유적지가 남아 있고 불교 유물은 박물관에 남아 있다.
박물관에 가면 길이 93㎝, 너비 76㎝의 까만 돌인 스와트의 불족석(佛足石)이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스와트 강에는 ‘고파’라는 몹쓸 용이 살았는데, 해마다 홍수를 일으켜 많은 희생자를 내었다. 당시 이 지방을 다스리던 왕 아사나진은 부처의 신통력을 빌려 이 악룡을 퇴치하고자 부처를 초빙했고 부처가 이 악룡을 퇴치한 후 남긴 것이 바로 불족석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는 우상숭배라 하여 부처 상을 만들지 못해 상징적으로 보리수나 연꽃, 수레 바퀴, 불족석 등을 만들었는데 이 불족석은 믿음에 따라 길게도 보이고 짧게도 보인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여러 종류의 반지, 상아로 만든 목걸이와 함께 바가지, 옹기, 절구 모양의 오일램프, 촛대 등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부처의 사리를 날랐다는 쌍혹 낙타상을 비롯해 부처의 생애에 관련된 수많은 부조와 조각들이 있는데 특히 불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콧수염이 난 불상, 곱슬머리의 불상 등 매우 다양한 모습 속에 어떤 것은 그리스의 철학자 같은 느낌도 든다.
석가모니의 실제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흔히 인도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카필라국의 석가족으로 현재 네팔 지방의 룸비니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부처는 인도인이 아니라 네팔인을 닮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쨌든 사람들은 부처의 얼굴을 새기면서 사실은 자신의 얼굴을 새겼던 것이다.

“아름다운 스와트 계곡에 남아 있는 불교 사원들과 탑들”
박물관의 유물들은 부트카라(Butkara)에서 출토된 것이 많다. 부트카라는 밍고라와 사이두 샤리프 사이에 나지막한 산에 둘러싸인 마을로 박물관 근처의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온다. 스와트의 옛 이름은 우디아나, 즉 ‘아름다운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정원’이란 뜻을 갖고 있다. 그 옛 이름에 걸맞게 스와트 계곡의 풍경은 매우 아름답다. 봄에 오면 꽃들이 가득하고, 가을에는 낙엽진 나무들이 아름답다. 겨울에도 멀리 하얀 잔설이 덮인 산들이 보이였고 밭에는 파릇파릇한 배추들이 보인다. 겨울에도 그리 춥지는 않고 가을 날씨다. 길가의 노란 가로수 잎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시냇물과 돌담장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불교 유적지는 부트카라를 관통하는 대로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언덕을 넘어 들어가 보면 커다란 사원의 터전이 나오고 흙으로 만든 스투파(Stupa)들의 흔적이 보인다. 스투파는 불탑의 원형으로, 원래는 봉긋한 봉분 모양의 인도 화장묘 양식이었으나 석가모니 입적 후 불사리를 봉안하면서 예배의 대상이 되어 여러 가지 형태의 탑으로 발전했다. 동남아시아로 전해지며 하늘을 향해 치솟은 파고다로 변했고, 중국으로 와서는 목탑과 석탑의 형태로 발전했는데 부트카라에 남아 있는 스투파는 원형의 모습에 가깝다. 그 외에도 스와트 계곡에는 우데그람(Udegram, 옛이름 오라·Ora) 이란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현지인들이 전투를 벌였으며, 한때 이곳을 다스렸던 힌두교 왕의 성채도 산 정상에 남아 있다. 고대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흠뻑 맛볼 수 있고, 아름다운 전원풍경과 사람들의 따스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간다라 지방에 가면 마음이 푸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