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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c.unsplash.com/mulugeta wolde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을 넘어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길이다. 중국 서역 지방의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까지 이어지는 약 1200㎞의 길로,중국 측에서는 중파공로(中巴公路), 파키스탄 측에서는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대상들 혹은 불법을 구하러 인도로 가던 구도자들이 낙타나 야크(티베트 등 고원에서 주로 사는 소과의 포유류)를 이용해 몇 달 씩 가던 길을 이제는 버스를 타고 1박 2일에 걸쳐 갈 수 있다.

“카슈가르에서 타슈쿠르칸까지”
카슈가르에 가면 파키스탄의 비단 장수들이 많다. 그들은 옛날 실크로드를 오가며 비단을 팔던 대상들의 후예답게 중국의 카슈가르에서 비단을 산 다음, 그것을 파키스탄에 갖고 가 판다. 이들은 현대판 실크 대상들이다. 그들은 수시로 카슈가르를 오가며 파키스탄의 길기트, 패샤워르,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실크를 팔고 있다. 소수의 여행자들이 이들 틈에 끼어서 배낭을 메고 파키스탄으로 넘어가거나 반대로 파키스탄에서 중국의 카슈가르로 넘어온다. 버스 안에는 그들이 산 비단과 상품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버스 하나는 화물만 싣고 가기도 한다.
버스는 카라코람 하이웨이(중파공로)를 달린다. 황량한 벌판을 달리며 몇 번의 중국 측 검문소를 거친 후 약 여덟 시간 만에 타슈쿠르간(Tashkurgan)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1박을 한다. 타슈쿠르간은 조그만 촌락으로 해발 3600m지만 파미르 고원의 6000, 7000m급의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포근한 골짜기 마을처럼 다가온다. 타슈쿠르간이란 ‘돌의 성’ 또는 ‘돌의 탑’이란 뜻이다. 그리스의 물리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마케도니아의 상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라며 “비단의 나라 세리카(서역지방의 한 나라)로 가려면 ‘투리스 라피데아’ 즉 돌의 탑을 거쳐서 간다”고 그의 저서 ‘지리학’에 적었는데, 투리스 라피데아는 바로 타슈쿠르간을 말했다.
중국 측 기록을 보면 당 승 현장도 인도에서 카슈가르로 오다가 타슈쿠르간에서 20일간 머물렀고, 고구려계의 고선지 장군도 이곳을 거쳐 소발륙국(현재 파키스탄의 길기트 지방)을 원정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인 길이지만 지금 이곳에는 유물이 남아 있지 않고, 다만 타지크 유목민들이 야크를 기르며 살고 있을 뿐이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을 넘다”
다음 날 아침, 버스는 드디어 해발 약 5000m의 파미르고 원을 향해 오른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면 중국 측 이민국이 있는 피랄리(Pirali)가 나온다. 그 곳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후 드디어 쿤제라브 고개(Khunjerab Pass)를 오른다. 쿤제라브 고개는 그 지역 말로 ‘피의 계곡’이란 뜻이다. 예전에 산적들이 이 길을 넘던 대상과 수도승들을 상대로 약탈과 살인을 자행하여 늘 계곡에 피가 흘렀다고 붙인 이름인데, 양쪽으로 높게 치솟은 산들이 고갯길을 에워싸고 있다. 위를 쳐다보니 바위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이 아찔하다.
예전의 실크로드는 정확히 이 길이 아니었다. 타슈쿠르간에서 80㎞ 정도 오다가 서쪽으로 약간 비껴 난 민타카 고개를 넘어 파키스탄 쪽으로 가거나 와크지르 고개를 넘어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넘어갔었다. 인도를 여행하고 이 파미르 고원을 넘었던 혜초 스님은 아마도 와크지르 고개를 통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카슈가르에 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이 고개를 넘으며 느꼈던 암담한 심정을 ‘왕오천축국전’에서 이렇게 읊었다.

그대는 서번(西蕃·서쪽의 변방)이 먼 것을 한탄하나
나는 동방으로 가는 길이 먼 것을 한탄하노라
길은 거칠고 눈은 산마루에 수북이 쌓였는데
험한 골짜기에는 도적이 들끓는구나.
새는 날다 깎아지른 산 위에서 놀라고
사람은 좁은 다리를 건너며 어려워한다.
평생에 눈물 흘린 일이 없었는데 오늘만은 천 줄이나 뿌리도다.

그렇게 험했던 길이건만 지금은 넓은 도로를 버스가 달리고 있다. 드디어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 사이에 선 경계비가 보인다. 해발 4,943m의 꼭대기에 서 있는 경계비를 지나는 순간, 파키스탄 대상들은 모두 손을 들고 카운트 다운을 하기 시작한다.
“셋, 둘, 하나, 파키스탄!”
그들은 서로 악수하며 껴안으며 자기 나라에 귀국했음을 축하한다. 버스는 이내 깎아지른 계곡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중국 쪽은 평평한 고원이었지만 파키스탄 쪽에는 기암절벽 밑으로 시퍼런 물이 콸콸 흐른다.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위의 길을 달리며 계곡 건너편 산허리를 보면 옛길이 희미한 실처럼 보인다. 옛 사람들은 저런 아찔한 길을 걸어 파미르 고원을 넘었던 것이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이처럼 상품·종교·문화가 교류한 역사적인 길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서린 길이다. 또한 장엄한 풍경 앞에서 짜릿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을 넘어서 파키스탄의 입국 수속을 밟으면 바로 나오는 국경 마을이 서스트(sust)다. 서스트에는 허름한 숙소가 있다. 곧바로 훈자, 길기트로 가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1박을 한 후, 남쪽으로 가기도 한다. 가는 길에 파키스탄 대상들의 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언제 갈까”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5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공식적으로 길이 열리나 기상 상태에 따라 약간씩 변동된다. 5월에는 해빙기라 산사태가 날 염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타슈쿠르간에는 조그만 호텔이 있고, 서스트에는 허름하지만 여러 개의 호텔이 있다. 봄이나 늦가을의 경우 매우 추워서 침낭이 필요하다. 또 이동하다 보면 끼니를 놓치기 쉬우므로 물과 식량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